전국 학생 약 3분의 1이 교육을 받고 있는 경기도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지라고 부를만하다. 경기도교육청은 '자율·균형·미래'라는 기조 아래 체계적 공교육 체계 구축과 맞춤형 교육 확대를 목표로 학생들에게 부족함 없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 경기신문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실현해나가고 있는 도교육청만의 특별한 교육 정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변화하는 세상 속, 놀이터의 모습도 바뀌어나가고 있다. 현 시대 학생들의 놀이터는 마음껏 뛰놀 수 있는 운동장과 들판이 아닌 작은 손바닥 속 온라인 세상이다.
하지만 경기도의 많은 학교들은 학생들의 세상을 넓히기 위해 학교 속 놀이터부터 텃밭까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안성 죽화초등학교의 '숲놀이터' 역시 그중 하나다.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외곽에 위치한 죽화초는 전교생 32명에 지나지 않는 5학급 규모의 소규모 학교다. 숲놀이터와 생태텃밭, 작은 동물농장을 통해 학생들이 자연 속에서 '살아있는' 배움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최초의 자연 친화형 숲놀이터로 감수성 길러
지난 2022년 죽화초는 생태·공동체 기반 전인교육을 위해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교실을 숲 속까지 넓혔다. 학교시설 개선 사업을 통해 약 5710㎡(1727평) 규모의 숲놀이터를 조성한 것이다.
이는 일반 학교 중 최초의 자연 친화형 숲놀이터로 탄성포장재 대신 흙·돌·솔잎·우드칩 등 자연 소재를 바닥에 깔아 안전성과 생태성을 동시에 확보한 공간이다.
우드칩은 충격 흡수 역할을 하며 솔잎과 흙은 낙상 방지뿐 아니라 자연 감각 자극 효과를 함께 주고 있다.
학교 전체가 생명의 흐름을 체험하는 커다란 생태적 배움터가 되자 정원·텃밭·동물농장·자원순환장 등 다양한 공간은 학생들과 어울려 숨 쉬기 시작했다.
설계 단계부터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함께 참여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도전과 창의적 놀이가 가능하도록 만든 놀이터는 아이들의 상상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되며 활용된다.
아이들이 직접 놀이하며 신체와 감성이 자랄 수 있도록 목재·밧줄 기반의 흔들다리, 짚라인, 암벽타기, 나무 그네, 해먹 등 다양한 자연 지형 놀이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죽화초의 숲놀이 공간은 수업, 동아리, 방과 후 놀이 등 대부분의 활동에서 활용된다. 아이들은 장화를 신고 흙 바닥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며 자연을 몸으로 느끼고 상상과 모험의 시간 속에서 건강한 성장을 이룬다.
학생들은 숲에서 함께 하는 프로젝트 중심 수업과 생태 순환 활동으로 삶의 기반이 될 생명 감수성을 배운다.

◇ 휴식 공간 넘어 교육과정과 숨 쉬는 공간으로
죽화초의 숲 놀이터는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교과, 창의적 체험활동, 방과후 활동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살아 있는 교육 공간이다.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는 학생들과 함께 숲놀이터 안에서 목공 수업을 진행한다. 놀이터에 필요한 그네, 벤치, 자연 미끄럼틀 등 다양한 놀이기구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하며 창의성, 성취감, 협동심을 기르고 있다.

나무와 밧줄을 활용한 숲밧줄놀이와 트리 클라이밍(Tree Climbing) 활동도 이뤄진다. 학생들은 신체 활동의 즐거움과 함께 도전 정신, 자기 효능감, 생태 감수성을 자연스럽게 키워간다.
체육 시간에는 숲놀이터의 자연 지형을 활용한 밸런스 훈련, 체력 활동, 협동 게임 등이 이뤄진다.
인공적인 운동기구 대신 자연 속에서 몸의 감각을 깨우는 시간이 된다.
방과후 시간,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놀이터에 모여 자율 놀이를 즐기며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고 협력하거나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 과정에서 위험을 스스로 감지하고 해결하는 능력도 함께 자라나고 있다.

◇ 사계절 자연의 흐름, 생활과 교육에 스며들다
죽화초는 사계절 자연의 흐름을 학생들의 생활과 교육 전반에 연결하고 있다.
살아있는 죽화초의 놀이터는 계절에 따라 교육활동과 놀이 방식이 달라지고, 학생들은 자연의 변화를 몸과 마음으로 체험할 수 있다.
봄이 오면 숲놀이터와 학교 정원에 피어난 두릅, 쑥, 달래, 냉이와 같은 봄나물을 직접 채취해 튀김과 전을 만들어 먹고 화전을 빚어 먹는다. 봄꽃을 활용한 데칼코마니 기법의 천연염색 수업도 진행돼 감각과 예술, 생명을 동시에 경험한다.
여름에는 '썸머 페스티벌'이 열린다. 학교 운동장에 간이 수영장을 설치하고 물총 놀이, 화채 만들기, 수박 씨앗 멀리 뱉기 놀이 등 활동을 한다. 북적이는 인공 수영장이 아닌 자연 속에서, 학생들은 무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는 법을 배운다.

먹거리의 계절인 가을에는 텃밭에서 수확한 땅콩을 볶아 먹고 감을 깎아 곶감을 만들거나 숲에서 주운 밤으로 군밤을 구워 먹는 계절 음식 활동이 진행된다. 낙엽과 솔방울, 도토리를 활용한 자연공예 및 미술활동은 가을의 정취와 감성을 더한다.
겨울에는 교사와 학생들이 목공 수업에서 직접 만든 높이 4m의 인디언 티피(텐트) 안에서 모닥불을 피워, 가래떡·고구마·마시멜로를 먹으며 따뜻한 시간을 보낸다. 눈이 오는 날이면 천연잔디 운동장은 곧바로 눈썰매장과 눈놀이장으로 변신한다.
이처럼 계절에 따라 놀이의 질감과 내용이 바뀌는 살아 있는 공간에서, 아이들은 사계절의 감성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연의 리듬에 따라 감각과 사고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 시대에 죽화초의 숲놀이터가 주는 의미는 크다.
교실 안에서는 얻기 어려운 자율성, 회복탄력성, 자기조절력을 숲놀이터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작은 어려움들을 극복하는 방식으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 속 커다란 자연, 숲놀이터를 품은 죽화초에서 웃고 뛰놀며 자라난 학생들이 어떤 감수성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이 기사는 경기도교육청 협찬으로 진행됐습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