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1942년부터 1982년까지 약 40년간 4700여 명의 소년들이 강제노역, 구타, 가혹행위 등 인권을 유린당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어린 생명들이 세상을 떠나야 했다. 안산시 단원구 선감로 101-19 일원에 설치됐었던 소년 강제수용시설 선감학원 이야기이다. 기록과 증언록을 보면 이게 과연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일들인가, 공무원들이 이런 가혹한 일을 저지는 게 맞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빠져나갈 길 없는 이곳에서 강제 노동과 폭력으로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한 피해자는 “강제노동과 기합 받고 매 맞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배고픔과 인권유린을 견디지 못하고 헤엄쳐 탈출하던 아이들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바닷물에 휩쓸려 죽었다. 시신은 근처에 암매장 됐는데 매장도 선감학원 원생들에게 시키기도 했단다. 여기서 생명..
그는 독일에서 온 사람이었고, 우리는 분명 한국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대화 주제는 어째서인지 한국의 개인정보보호 환경으로 옮겨갔고, 이내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 해, 정부가 내외국인의 출입국 생체정보 약 1억 7000만 건을 당사자 동의 없이 민간 기업에 제공했던 사건이 있었다. 사건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마무리되었다. 놀란 표정으로 관련 뉴스를 찾아보던 그는 나지막이 말했다. “독일이었으면 내각이 모두 사퇴했을 거예요…” 우리는 늘상 선택지를 고민한다. 하지만 나에게 결정권이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지 묻는 것만큼 사안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질문도 드물다. 물 흐르듯, 어물쩍 결정되어버리는 사안이야말로 중요한 의제다. 내게는 왜 결정권이 없는가? 누가 결정하는가? 지난 13일 통과된 EU 인공지능 법은 위험 정도에 따라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규제 정도를 달리한다. 교육 분야 인공지능 서비스는 고위험으로 분류된다. 고위험 등급으로 분류된 인공지능 서비스는 높은 수준의 안전성과 정확도가 요구되며, 외부 감사를 위해 상세한 문서와 로그 기록 체계, 위험 최소화를 위한 안전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교육과 그 이해관계자를 대하는 조심스러운 태도가 느껴진다. 반면 한국 정부는 과감하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이하 AI 교과서)를 도입할 계획이다. 민간 기업이 AI 교과서를 개발하는 데에 8백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통합학습기록저장소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구축한다. 수학, 영어, 정보, 국어(특수교육) 교과를 시작으로 전 과목으로 순차 확대한다. 학생들이 AI 교과서를 이용해 학습하는 과정, 교사의 지도 내용은 데이터로서 수집된다. 교육부는 AI 교과서 도입을 통해 학생에게는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교사에게는 데이터에 기반한 수업 설계를, 학부모에게는 자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뭐, 그럴 수 있다. AI 교과서 도입은 다만 시간문제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동의하지 않지만, 역시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사유가 학생, 학부모, 교사가 AI 교과서의 쓸모와 준비 과정에 대해 따져 묻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UNESCO의 '인공지능과 교육-정책입안자를 위한 지침'은 교육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할 때 다음 질문들을 따져볼 것을 친절히 제안한다. ▲ 학습 데이터를 윤리적으로 수집 및 활용할 수 있는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그 기준은 무엇인가? ▲ 학교, 학생, 교사가 데이터 수집을 거부하거나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 인공지능의 처리 결과를 쉽게 알 수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기업과 공공기관은 어떤 윤리적 의무를 지는가? ▲ 학생들의 일시적인 흥미, 감정과 학습 과정의 복잡성을 고려했을 때 인공지능은 어떠해야 하는가? 교육부가 학생, 학부모, 교사의 물음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만큼 역설적으로 AI 교과서는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참 묻기 좋은 타이밍이다.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는가?
울창하게 잘 조성된 전나무, 편백나무 숲길을 걷다 보면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가 걷는 많은 숲길은 사람들이 정성 들여 가꾸어 온 것이지 자연 그대로 숲이 아니다. 좋은 일자리 창출도 기업인, 근로자의 혁신 노력과 공공부문의 인프라 구축, 인력양성 등 3개 경제주체 간 협업에 달려있다. 기업은 왜 혁신을 해야 할까? 기업 경쟁력 유지를 위한 설비투자, 인건비 등 비용은 지속 증가하나, 제품 및 서비스 가격 인상은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 설문조사(딜로이트)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79%는 지속적인 혁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혁신기업 수익이 일반기업보다 평균 11%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혁신 필요성이 뒷받침된다. 우리나라 기업이 추구하는 혁신은 어느 유형일까? 창업의 2가지 유형 중, 에디슨형은 원초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신산업을..
인문학 수업 때였다. 요즘 젊은 학생들에게는 어떤 고민이 있는지 질문했다. 사람의 사는 모습은 서로 닮아있기에 20대 중반의 학생들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고민부터 현재 생활에 대한 것까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고민을 토로한 학생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아~나랑 비슷하네’를 연발했다. 각자의 상황에서 나온 이야기였지만, 다른 듯 비슷한 서로의 이야기에 더욱 몰입했다. 연신 끄덕거리며 서로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모습은 지금까지의 고민이 ‘나만의 고민’이 아니라는 점에 안도와 위안을 느끼는 듯했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하였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공감(Empathy, 共感)’은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낌. 또는 그렇게 느끼는 기분’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칼 로저스(1975)는 ‘상대방의 삶에 들어가 상대의 깊은 의미를 감지하고 경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즉,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 등을 이해하고 마치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처럼 정서적 동질감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공감은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된다. 오늘도 어디선가에서 마음이 힘들었을 당신에게 누군가가 당신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며, 동의해주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치유와 기쁨을 느끼지 않겠는가! 그런 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힘과 위로가 되어주는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공감능력을 키워야 한다. 공감능력은 자신의 감정도 잘 조절하면서 타인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감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한다. 첫째, 눈과 마음, 온몸의 방향이 말하는 상대를 향해보자. 살짝 상대의 방향으로 몸을 기울이면 더욱 좋다. 둘째, 부드럽게 눈을 맞추자. 다만 대화의 60% 정도 눈을 맞추고, 가끔은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 상대가 말하는 데 부담스럽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셋째, 고개를 끄덕이며, 상대의 이야기를 듣자. 상대의 생각과 감정에 따라 미소도 짓고, 속상해도 하며 상대의 이야기를 몰입해서 듣고 이해하자. 그 생각과 감정을 온전히 이해하며 상대의 상태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공감능력을 키울 것이며, 공감능력은 당신의 긍정적인 사회관계를 넓혀줄 것이다. 선거전이 한창이다. 경제도 어렵고, 세금도 오르고, 서민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물가도 천정부지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학생들이 요즘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가가 너무 비싸서 식당에서 친구들과 밥 한 끼 먹으려고 해도 부담이라고 한다. 장을 보면 물건가격에 놀라는 경우가 허다하니 비단 학생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서민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고 있다. 지금 선거전에 나온 정치인들은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민과의 소통’이 최고라는 정치인, 국민의 말에 귀 기울이고 눈 맞추며, 국민의 삶에 ‘공감’하는 정치인이 뽑혔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우리의 미래가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기에.
경기도가 오는 4월부터 추진하는 ‘2024년 아파트 노동자 인권보호 및 인식개선 지원사업’에 눈길이 쏠린다. 공동주택 관리종사자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고용안정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은 왜곡된 아파트 문화에 기인하는 크고 작은 잡음들이 빈발하고 있는 시점에 작지만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다. 도민들의 평화롭고 안락한 아파트 생활을 증진하는 새로운 문화창달에 의미 있게 기여하길 기대한다. 올해부터 추진하는 이 사업의 주요 내용은 ‘착한아파트 문화 확산을 위한 인식개선’, ‘아파트 현장 모니터링단 운영’ 등 2가지다. ‘착한아파트 문화 확산을 위한 인식개선 사업’은 경기도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사업으로서 시·군과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생활 밀착형 인식개선 캠페인을 실시하는 사업이다. 착한아파트는 공동주택 관리종..
돌이켜보면, 10대를 거쳐 20대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내가 어떤 일을 좋아 할지,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남들보다 잘하는 일이 없었고 내게 맞는 직업을 찾기 위한 정보도 없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적성에 맞는 진로를 상담해 주는 곳은 없었고 각자의 생존은 개인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청소년기에 직업을 선택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였다. 학교 성적에 따라 대학과 전공이 전해지고 그 선택은 한 사람의 인생을 규정짓는데 충분했다.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실업계로 불렸던 직업계고에 진학하거나 곧바로 직업 전선에 뛰어 들었다. 막스 베버(Weber, M.)는 세속적인 직업노동이 신으로부터 부여 받은 소명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 직업의식이 완전함을 추구하는 길이라고 했지만, 사실 이는 소가 웃을 일이다. 누구나 안정되고 좋아하는 직업을 가질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는 무조건적인 노동은 신의 소명도 아니고 무간지옥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직업을 선택하는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다행히도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와, 더 나아가 직업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이 많아졌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재단에서도 이와 같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도교육청의 지원으로 31개 시·군에서 ‘진로체험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 재단에서도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2015년부터 화성시에 거주하는 청소년들에게 진로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청소년의 진로 결정에 나름의 도움을 지원했다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쌓아왔던 진로교육에 대한 노하우와 실적을 인정받아 올해에는 경기도 남부지역에 산재해 있는 ‘진로체험 지원센터’들의 거점 센터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앞으로 우리 재단의 진로체험지원센터는 전국단위의 진로교육 정책 논의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고 경기 남부 지역의 여러 센터에 대한 정보 공유를 통해 각 진로체험지원센터의 동반 성장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일들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직업 선택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직업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청소년들이 조금이라도 빠른 시기에 각자의 소질과 역량을 파악함으로써 잘 먹고 살 수 있는 인간의 권리를 쟁취했으면 좋겠다. 덧붙여, 청소년의 먹고 살 권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전국의 진로체험지원센터의 관계자들께 존경하는 마음을 보낸다.
말은 사라진다. 반면에 글은 남는다. 말은 음성(소리)이어서 사라지고, 글은 문자(형태)이어서 남는다. 말이 존재하는 양식은 ‘사라짐의 양식’이고, 글이 존재하는 양식은 ‘보존됨의 양식’으로 구분되어왔다. 말은 사라지는 속성으로 인하여 그 존재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즉 말은 해버리자마자 그 자리에서 금방 소멸한다는 현실 앞에 취약하다. 이것이 우리의 통념이었다. 말은 빅 히스토리(Big History) 차원에서 살펴봐야 할 정도로 오랜 연원을 가지고 있다. 유발 하라리가 말하는 ‘사피엔스’의 진화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인지 혁명도 사피엔스가 말을 사용할 수 있었으므로 가능했다. 두텁고 오랜 말의 역사에 비하면, 글의 역사는 보잘것없다. 그런데 말이 있어서 글이 태어났다는 점을 우리는 놓친다. 말의 역동이 최고조에 달함으로써, 글을 탄생시킨다. 문명사회에서 글은 말을 주변으로 밀쳐내고, 지식과 문화를 거머쥐는 권력의 자리에 임한다. 말은 낮은 백성들의 세상 언저리를 지킬 뿐이었다. 말이 지니는 존재성의 취약함, 즉 말은 현실에서 금방 소멸한다는 점은 생각해 보면 숨은 함의가 많다. 이는 말의 위상을 거룩하게 만들기도 하고, 속되게 만들기도 한다. 유일신 종교에서 신의 존재는 대개 목소리로 현신한다. 모세가 유대 백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면서, 시나이(Sinai)반도의 산에서 본 야훼는 음성으로 마주친 신이었다. 신이 문서로 말씀을 내려 주셨다는 이야기는 왠지 신성(神性)을 훼손하는 것 같다. 신의 음성을 들었다는 사람은 있어도, 신의 얼굴을 보았다는 사람은 없다. 말의 즉시 소멸성은 말의 쓰임을 속되게 만든다. 여기서 이 말을 하고, 저기 가서 저 말을 하는 것이라든지, 말로 한 약속은 쉽게 둘러 엎는다든지, 거짓말을 또 다른 거짓말로 땜질하는 것이라든지, 내가 한 막말 욕설은 돌아보지 않고 남이 한 실언은 한사코 할퀴고 든다든지 등등이 다 말의 취약성에 올라타서 사람들을 속이는 작태이다. 내가 한 말을 누가 외우겠나. 따지고 들면, 잡아떼면 그만이지. 선거판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선량(選良)’ 후보들이라는데, ‘선불랑(選不良)’ 후보란 말이 더 맞겠다. 학교가 아이들을 잘 가르쳐 놓으면 뭣 하나, 저런 말에 물들까 무섭다고도 선생님들은 말한다. 말은 바로 소멸해 버리고 만다는 통념이 사람들을 이렇듯 말로써 삿(邪)되게 한다. 그러나 문명사의 변전은 묘한 것이다. 글(문자)의 기세에 밀려났던 말은, 바로 그 문자 문화의 힘으로 취약성을 극복했다. 문자를 능가하는 힘을 가지게 되었다. 잘 아는 대로, 인류는 문자 혁명으로 눈부시게 지식과 기술을 발전시켰다. 오늘날 디지털 기술과 AI 지식 혁명에 이른 것도 인류의 문자(글)사용 기반이 만들어 낸 것이다. 그 성과로 이제는 어떤 구어(말)도 문자 이상의 강한 보존성을 갖게 되었다. 어떤 말(口語)도 오디오 파일로 담아서 보전되고, 어떤 발화(發話) 상황도 영상 파일로 기록된다. 말은 즉시 사라진다는 통념은 수정되어야 한다. 기록성과 보존성만 확보된 것이 아니다. 강한 소통성, 빠른 전파력까지 갖추었다. 이 변화가 너무 빨라서 기성세대는 이를 이해하면서도 실재하는 현실(reality)로는 얼른 체득하지 못한다. 이전에 했던 막말로, 어디선가 분별없이 내뱉었던 욕설의 말로, 그때만 모면하기 위해서 했던 모순의 말도, 내 이익에 급급해서 했던 거짓말도 모두 불려 나온다. 내가 했던 말들, 사라진 줄 알고 있었는데, 사라지지 않았다. 영상으로 담겨 있었고, 녹취 파일로 숨어 있었다. 그래서 선거 후보자들이 사과하고 사퇴하고, 취소하고 번복하는 일들이 줄을 잇는다. 지금은 ‘사라지지 않는 말의 시대’이다. 말은 사라지지 않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6일 밝힌 ‘북수원 테크노밸리 개발 구상’을 환영한다.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북수원 테크노밸리는 수원시 장안구 파장동에 위치한 도유지인 경기도인재개발원 부지를 테크노밸리와 주거 등의 블록으로 나눠 고밀복합개발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소개하면 제3판교테크노밸리처럼 일자리, 주거, 여가를 한 곳에서 해결하는 도내 두 번째 테크노밸리로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국내 최초로 방문의료, 재활치료, 단기입원, 주야간보호 등의 시설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경기도형 돌봄의료 원스톱 서비스도 도입된다고 한다. 도의 구상은 과천·인덕원테크노밸리~북수원테크노밸리~광교테크노밸리~용인테크노밸리~판교테크노밸리를 연결해 국내 최고의 AI지식산업벨트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이곳은..
며칠 전, 모 문화예술단체의 기념식에 초대받아 뜻있는 시간을 보냈다. 국기(國旗)에 대한 경례로 시작된 이 날의 국민의례는 약식으로 진행되다 보니 애국가(愛國歌) 제창과 순국선열(殉國先烈)과 호국영령(護國英靈)에 대한 묵념이 생략된 채 곧바로 정해진 자리에 앉아야 했다. COVID-19로 인해 5년 만에 재개된 기념행사라는 주최측 안내를 듣고 나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로 시작하는 애국가 1절은 불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개회선언, 내․외빈 소개, 축사, 환영사, 공로패 수여 등 족히 30분 이상 진행된 1부 행사에 경향 각지에서 온 500여 회원 청중들이 전혀 지루해하지 않고 적극 호응하는 것을 볼 때 아쉬움은 더 컸다. 홀로 애국가 가사를 읇조리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사랑하세”라는..
벌써 한의사로서 진료를 해온지가 20년이 넘어간다. 그 시간동안 의료인이라면 다 그렇겠지만 반복되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상세히 대답하기는 항상 진료시간이 짧다. 어떤 질문은 급격히 서구화된 문화로 인한 당연한 결과인가 싶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정말 잘못 덧씌워진 이미지로 인한 질문도 있다. 한약과 간에 관한 질문도 그렇다. 지난 주말에 지인의 강력한 소개로 내원했다는 그는 한의원에서 치료받는게 처음이다. 애주가인 그는 불과 2개월여 전까지는 매일 술을 먹었는데, 최근에 너무 피로해져서 조금 줄였다고 한다. 나는 가능하다면 음주를 줄이고 식이요법을 권하며 에너지 회복을 위해 한약을 처방받아 복용하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지지 않나요 괜찮나요" 하고 묻는다. 나는 술이 염려되는데 이분은 아닌가보다. 눈앞에 좋은 것이 있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드문일은 아니다. 이런 경우 한약에 대해서 얼마나 아는지 먼저 묻고 아는 범위를 바탕해서 대답한다. “한약이라고 하면 어떤게 떠오르세요. 한약이라고 생각되는걸 한 번 말해보세요.” 잠시 생각을 하더니 “도라지요” 한다. “맞아요. 도라지는 길경이라는 이름의 한약재예요. 또 어떤 것이 있을까요” 물으니 대답이 없다. 그에게 설명을 잇는다. ”수정과 속의 계피, 삼계탕 속의 인삼과 황기, 수박과 같이 먹는 화채속의 오미자, 한국인의 필수 반찬인 김치 속에 들어가는 파, 마늘, 생강도 한약재예요. 카푸치노에 뿌려먹는 시나몬이 바로 계피지요 ” 많은 다른 이들처럼 생소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말을 잇는다. “한약재 중에 한의원에서 상용하는 116가지 약재가 식약공용한약재로 분류되어 있답니다. OO님과 같이 애주가, 간이 몹시 피로해 있는 이들에게는 간을 회복을 돕는 한약을 처방해야 하거든요. 식품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정해져있는 식약공용한약재에서도 꼭 필요하고 증상에 맞고 안전한 것을 선택에서 처방해야 한답니다.” 2017년 한국한의학연구원과 대전대학교 손창규 연구팀이 전국 10개 대학 한방병원 입원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전향적 관찰연구에서 한약 복약에 의한 간 손상 발생률은 0.6%에 불과했으며 간 손상이 발병한 경우라도 별다른 임상증상이나 비가역적 문제를 보이지 않고 정상 간수치로 회복되었다. 동의대학교 권찬영 교수가 2024년 발표한 주제범위 문헌고찰(Scoping Review) 연구에서도 15건의 전향적 코호트 연구 메타분석에서 한약 복약과 관련된 간기능 및 신기능의 유의한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2022년 발표된 심평원 빅데이터에 기반한 한약 안전성 연구는 약인성 간(肝)독성 진단 환자 66만 7024명을 대상으로자기-대조환자군(SCCS) 방법으로 의료기관 노출 및 약물의 위험도를 분석하였는데 한방의료기관의 노출은 양방의료기관의 노출에 비해서 약인성 간손상이 거의 없음을 제시한다. 치료를 위한 한약은 잔단과 함께 임상적 확인과 관찰이 중요하다 개별 반응이 다를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문가인 한의사에게 진료받고 처방 받아야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