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시 어린이집 원장이 보육교사에 “돈만 밝히는 X”

2021.02.18 16:30:21 6면

임금 지급 후 환수하는 페이백 거부하면 욕설세례
해당 원장 보조금 편취‧임금체불 등으로 고발당해
현재는 피해교사 모두 퇴사… 2차 피해 우려도

 

화성시 한 가정어린이집 원장이 정부 보조금 허위 청구와 임금 체불 등으로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고도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원장이 요구한 '페이백'을 거부했다가 욕설과 괴롭힘을 당했다는 보육 교사들의 증언이 나왔다.

 

‘페이백’은 지급한 임금 중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받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어린이집 원장들이 고용한 교사들에게 요구하는 불법 행위다.

 

익명을 요청한 피해 교사는 18일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어린이집 코로나 페이백 1년, 사례발표 및 엄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페이백 사례를 공개하고 해당 원장의 제대로 된 처벌을 요구했다.

 

화성시 청계동에서 H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해 온 이 원장은 코로나19 유행이 심해지기 시작한 지난해 3월부터 7개월 이상 자신이 고용한 보육교사 3명에게 한 달에 많게는 164만여 원, 적게는 23만여 원 씩 ‘코로나 페이백’을 요구했다. 이렇게 부정 수급한 금액은 1100만 원이 넘는다.

 

이 원장은 교사들에게 “이 선생님이 쉬었으니 당신도 쉬어라, 돌아가면서 쉬어야 공평하다”, “코로나19 때문에 원아가 감소해 사정이 어렵다”는 등을 이유로 단축근무를 시키거나 근로시간을 무급 처리하기를 종용했다. 이 과정에서 회계 상 문제없게 하기 위해 일단 임금을 정상 지급한 후 계좌이체를 통해 일부를 돌려받는 방법을 썼다. 어린이집에서 회계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직원의 임금을 부당하게 착취하는 악습이자 명백한 불법이다.

 

피해 교사 측에 따르면 원장은 이에 항의하고 불응하는 교사들에게 한 밤에 전화를 해 “돈만 밝히는 X”, “남편이 돈도 잘 벌면서 돈 욕심도 많다”는 등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피해 교사들은 학기 중간에 퇴사할 경우 다시 일자리를 얻기 힘들어 참고 계속 다닐 수밖에 없었다. 돌보던 아이들도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페이백의 요구와 원장의 괴롭힘이 심해 직원 3명 모두 현재는 이 어린이집을 나온 상태다.

 

이에 대해 시는 지난해 11월 해당 어린이집에 대해 부당 취득한 페이백 금액 및 보조금 등을 전액 반환하라는 내용의 행정 처분을 내렸다. 오는 3월 1일 자로 시설 폐쇄와 원장 자격정지 1년도 명령했다. 또 이 원장은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으로부터 근로기준법 위반(임금체불)임을 지적받고 경찰 고발 조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원장은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행정처분 집행 금지 신청이 받아들여져 모든 행정처분이 정지된 상태다. 오히려 변호사를 동원해 “페이백은 교사들 자발적 의사였다. 퇴사하지 않고 계속 다녔으니 페이백에 대한 묵시적 동의”라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원장과 관련한 행정처분, 경찰 조사 등이 암암리에 알려지면서 피해 교사들이 오히려 2차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또다시 어린이집 교사 자리를 구해야 하는 이들은 ‘내부 고발자’ 등의 눈초리를 견디며 구직 중이다.

 

피해 교사는 “그동안 위축되고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지만 더 이상은 묵인하지 않고 모든 보육교사들에게 선례를 남기기 위해 끝까지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는 지난해 9월 보조금 부정 수급 등 관련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해 화성동탄경찰서에서 수사를 벌이고 있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

노해리 기자 haeri@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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