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에도 국경이 있나요?...아리셀 화재 사고 분향소 발걸음 ‘뚝’

2024.07.08 06:00:46 1면

화성시청 합동 분향소 하루 평균 조문객 200명 방문
이천 물류센터 등 다른 사고 분향소 비해 적은 수치
희생자 대부분 외국인…죽음에 국민 공감 못한다 지적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는 발길이 다른 사고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희생자 대부분이 사회적 소수자인 이주 노동자여서 이들의 죽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민국이 올해부터 다문화‧다인종 국가에 포함된 만큼 다문화 사회에 대한 대국민적 각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달 27일 화성시청에는 아리셀 공장 화재사고로 인한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사건이자 역대 화학 사업장 화재 사고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최악의 사고로 평가된다.

 

화성시에 따르면 합동 분향소에는 하루 평균 약 170명의 조문객이 방문했다. 이마저도 대부분 개인이 아닌 인근 아파트입주자대표회 등 지역 단체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0년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 1주일 간 일평균 약 1200명이 방문했고, 2022년 발생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약 2만 명의 조문객이 방문한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수치다.

 

분향소를 방문한 화성시민 전미영 씨(가명‧42)는 “시청 인근에 거주하지만 합동 분향소를 방문하려는 이웃이 없어 혼자라도 왔다”며 “수십 명이 성실히 근무하던 공장에서 숨졌는데 다른 사람들은 슬퍼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특히 국가도 이 사건 희생자에 대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1일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시청역 역주행’ 사고의 경우 합동 분향소가 마련되지 않았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방문해 조문을 표했다. 반면 이 사건 합동 분향소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전무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이 뜸한 것은 사고 희생자 23명 중 18명이 이주 노동자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외노자’, ‘불법체류자’ 등 이주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국민 정서에 내재돼 있어 국민들이 희생자에 대한 아픔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한민국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기준에 따라 다문화‧다인종 국가로 접어든 만큼 국민들이 이주 노동자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안석열 아랍이주난민센터 대표는 “많은 한국인들이 이주 노동자에 대해 ‘비자 없이 불법으로 일하고 있다’, ‘잠재적 범죄자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며 “그러나 이들 모두 성실히 일하며 세금을 내는 내국인 노동자와 같은 사람들”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대한민국 국민도 경제적으로 궁핍한 시절 다른 나라에서 돈을 버는 이주 노동자였던 시절이 있었다”며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현재 국민들은 이주 노동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31분쯤 화성시 서신면의 한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은 대응2단계를 발령하고 소방관 등 인원 325명과 장비 121대를 동원해 진화 작업에 나섰고 이튿날 오전 8시 48분 불을 완전히 껐다. 이 사고로 총 23명이 숨졌으며 이들 중 18명은 이주 노동자인 것으로 파악됐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박진석 기자 kgsociet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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