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시도에 가담한 혐의로 경찰 지휘부가 잇따라 수사를 받으면서 조직 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이 계엄령 지시에 따라 무조건적으로 행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권력의 도구가 아닌 국민 안전을 중심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찰 지휘 체계가 시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6일 경찰과 수사당국 등에 따르면 김 청장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당시 조지호 경찰청장의 지시를 받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청사 등에 경찰력을 배치했다. 경기남부청의 지시에 따라 과천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과천 선관위 청사에, 수원서부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수원 선거연수원에 배치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과천서 소속 경찰들이 총기와 실탄 300발을 휴대한 채 배치된 사실이 드러난 점이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이 권력의 계엄령을 지원한 꼴”이라며 자성과 함께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찰 본연의 역할인 시민 안전과 중립성을 저버리고 정치적 명령에 복종한 행태라는 지적이다.
현재 경찰 내부에서는 지휘부 인사 체계가 특정 권력에 지나치게 종속돼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경찰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우종수 경찰 국가수사본부장은 지난 2022년 경기남부청장에 부임한 지 3개월 만에 경찰청 내부에서 한직으로 평가받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이동했다. 반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인 조지호 청장은 초고속 승진으로 경찰청장에 임명됐다.
우 본부장은 계엄령 당시 국군방첩사령부의 수사경찰 파견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직원들에게 “방첩사의 요청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하며, 계엄령이 위헌적일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이를 방조하지 않았다는 평을 받는다. 계엄령 지시에 충실히 따랐던 김 청장은 시민 안전과 무관한 정치적 지시에 따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경기남부청장의 경우 임기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주기적으로 바뀌는 등 현재 인사 체계로 늘 혼란이 뒤따른다”며 ”일선 현장 경찰에 도움이 되는 지휘부 인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는 ”경찰 지휘부의 인사 과정에 문제가 있어도 이를 견제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조직이나 체계가 대한민국에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결국 경찰 내부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안을 내놓아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부에서조차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경찰 조직이 권력에 종속되며 중립성과 독립성을 상실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 지휘부가 권력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판단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지 않는 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