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예정됐던 1월 경기신문 ‘보도평가위원회’ 회의는 서면 의견서를 제출받아 진행됐다.
보도평가위원회 위원들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경기신문이 보도한 대선 관련 기사에 대하여 집중 평가했다. 대선 후보자의 공약을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검증한 기사, 각 후보자의 공약들을 한 주제로 묶어 독자들이 비교·판단할 수 있도록 배려한 편집, 공정성과 균형감 등 대선정국 보도의 발전적 변화를 높이 평가하고 격려했다.
반면 대선 후보자의 공약을 분석이나 검증 없이 그대로 옮긴 기사, 특정 후보와 당을 홍보하는 듯한 편집, 정파성과 편중성 등의 문제점도 공존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개선을 권고했으며, 중앙보도와 큰 차별성이 없는 대선보도의 아쉬움을 표했다.
보도평가 의견을 위원들의 제출순서대로 정리했다.
△ 박조원 위원장(한양대학교 교수)
=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까닭에 자연스럽게 대통령 후보자들의 공약이 1면 머리기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자들의 공약이 앞으로 우리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한 심층적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경기신문의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한 기사가 평가를 대체로 잘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 기사의 경우 후보자들의 공약 발표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수준에 불과한 경우가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1월 25일 기사인 “이재명 ‘GTX 노선 연장·신설, 1기 신도시 재건축 완화’”와 1월 24일자 기사인 “이재명 ‘전국 311만 호 공급… 내 집 마련 꿈 실현시킬 것’”이란 기사는 공약을 상세하게 보도했지만 대부분이 발표 내용을 그대로 옮겼을 뿐 다각적인 평가를 포함한 심층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1월 24일 같은 면에 실린 “윤석열 ‘일·가정 양립 위해 재택 유연근무 보장’”이라는 기사 역시 후보자의 공약을 그대로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반면 1월 26일자 기사인 “역대 대선후보 단골 메뉴 ‘개헌’ 이재명 ‘중임제’ 제안… 재점화”는 쟁점만을 단순 보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쟁점에 대한 여야 후보들의 반응과 함께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의 내각제, 4년 중임제 등의 개헌 논의를 조명하는 한편 전문가들의 평가와 전망도 같이 제시하는 등 쟁점에 대해 다각적으로 접근해 돋보였다. 이 외에도 1월 19일자 “수도권 교통망 확충 ‘장밋빛’ 대선 공약, 재원 등 구체성 떨어져 ‘부도수표’ 우려”와 1월 13일자 “이재명, 페미 유튜브 출연 vs 윤석열, 여가부 폐지 공약, 이대女·이대男 반응은 ‘시큰둥’” 같은 기사 역시 독자들로 하여금 공약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었다. 이처럼 공약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과 평가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유권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사정희 위원(대안과 사람 교육협동조합 이사장)
= 1월 24일, 25일, 26일 지면 1면의 메인 타이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장식하고 있었으며 바로 옆면에 박재동 화백의 만평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관련 비판적 내용이 실렸다. 경기신문의 정치관이 뚜렷한 것은 하나의 특색이 될 수 있고, 대선이 초미의 관심이 되는 시기이긴 하지만, 이렇듯 연일 찍어내듯 반복하는 1면 톱기사와 만평은 독자들에게 식상함을 줄 수 있다. 더구나 대선은 국가의 대통령을 뽑는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언론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복사된 듯한 기사는 언론이 특정 후보와 당을 홍보하는 장으로 전락한 느낌마저 준다. 매일 대선 후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이 될 수 있지만 그날의 사회적 이슈도 메인 기사로 다루는 다양성을 보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문의 사회면은 우리 사회의 범죄, 사건, 사고 등 특정 지역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국한하지 않고 대한민국 전체의 사회면을 다룰 것이라고 독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경기신문의 사회면은 항상 수원 지역의 행사나 이슈 등을 중점 보도하고 있어 독자가 사회면인지 지역면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물론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독자라면 카테고리를 클릭해 기사를 읽기 때문에 크게 혼돈하지 않겠지만 지면을 대하는 독자는 카테고리를 염두에 두지 않고 기사를 접하기 때문에 의아할 수 있다. 이에 수원지역에 대한 사안은 지역면에 보도하는 것이 독자들로 하여금 혼돈을 일으키지 않게 하는 제대로 된 편성이 될 것이다.
△ 여면구 위원(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 1월 19일자 1면 “수도권 교통망 확충 ‘장밋빛’ 대선 공약 재원 등 구체성 떨어져 ‘부도수표’ 우려” 기사는 여야 대선후보의 표심 노린 공약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남발성 공약’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실었다. 가장 공정이 빠른 GTX-A노선조차 애초 2023년 개통 예정이었으나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설치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2028년에야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인구 구조 추세로 볼 때 GTX 중 어떤 노선은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 수 있는데, 여야 대선후보들이 경쟁하듯 매표성 현금 공약을 계속 발표하고 있어 독자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이들의 공약을 비교 분석하는 기사를 계속 실었으면 한다.
1월 19일자 1면 하단 “도내 예술인 10명 중 3명 ‘먹고 사는 문제 고심’” 기사는 경기문화재단의 ‘경기도 예술인·예술단체 전수조사’ 결과를 실었는데 예술인들의 생계비 부족과 주된 거주지역 등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코로나19 시대 생계가 더욱 어려워진 예술인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의 필요성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는 기사였다.
1월 19일자 2면 “현역 도의원,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에 공모 ‘형평성 논란’” 기사는 면접심사 과정에서 다른 후보보다 유리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직을 내려놓고 면접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의미 있는 지적의 기사였다. 다수당의 일방통행, 제 식구 감싸기 등 지방자치제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볼 때 적절한 기사였다.
1월 24일자 1면 “‘정치 고향’ 온 이재명 ‘청년세대 피해 해결 적임자’”, 1월 25일자 1면 “이재명 ‘GTX 노선 연장·신설, 1기 신도시 재건축 완화’”, 1월 26일자 1면 “역대 대선후보 단골 메뉴 ‘개헌’ 이재명 ‘중임제’ 제안··· 재점화” 등 최근 1면 톱기사로 이재명 후보 공약만 실었다. 1면에는 여야를 막론하고 선심성 공약을 분석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으면 한다. 박제동의 손바닥 아트도 정파성을 벗어나 국민의 관점에서 언론의 역할을 다하는 정론 풍자로 변화했으면 한다.
△ 임선일 위원(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
=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 대통령 후보들은 민심을 잡기 위해 수많은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역대 선거 중 가장 많은 공약들이 나오고 있는 듯하다. 이런 공약의 난립에 혼란스러움만 더해져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슷한 분야의 공약들은 각 후보들의 공약을 비교 분석하여 다루는 기사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런 면에서 1월 26일자 3면은 독자들에게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기사를 편집했다는 생각이 든다. 각 후보가 내세운 공약 중 ‘농업’과 관련된 공약을 한 지면에 비교하여 다룬 것은 진정 독자들이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고 싶다. 반면 1월 20일 자 “가상자산 법제화 vs 5000만원 비과세” 기사는 두 후보의 가상화폐에 대한 공약을 비교하였으나 한 후보의 공약만 1면에 배치하는 편집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은 독자들에게 객관적인 비교를 제공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여기에 더해 대통령 후보들이 내세우는 경기도 지역과 관련된 공약들을 비중 있게 다루어 주었으면 한다. 1월 27일 1면 기사는 한 후보의 경기도 관련 공약을 비중 있게 다루어 경기도민으로서 거주 중인 지역의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되는 기사였다.
1월 27일자 “도민 하루 평균 일회용품 2.13개 사용”이란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경기도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한 일회용품 사용 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 발표를 나열한 기사였다. 경기도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범 사업의 확대 필요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발표 자료를 그대로 옮겨온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도민이 하루 평균 사용하는 일회용품 2.13개가 다른 지역과 비교하여 많은지 적은지 또는 환경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아무런 언급 없이 끝나는 기사였다. 좀 더 충실한 조사가 수반된 기사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최인숙 위원(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 1. 대선정국 보도의 변화 : 지난해와 달리 이번 달은 대선 정국을 여론조사 일색으로 보도하지 않고 있어 질적 변화를 느낀다. 두 정당 후보들의 공약 등을 균형있게 비교해 주고 있어 보다 공정하게 보도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다만 보도가 양 정당의 후보에게 과도하게 편중돼 있는 것은 문제다. 안철수 후보도 지지율 10%를 넘고 있는 상황이니 국민의당에도 포커스를 맞추고 이 정당의 정책들을 유권자들에게 알려 줄 수 있어야 한다.
2. 대선에는 많은 후보들이 저마다 공약을 들고 나와 캠페인을 벌이는데 신문보도를 보면 두 거대 정당의 후보들만 대선을 치르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정의당, 국가혁명당, 기본소득당 등 소수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후보들의 주요 공약이 무엇인지 취재하여 보도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3. 후보들이 내놓는 대선 공약에는 ‘남발성 공약’이 많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어떤 공약들이 그러한지 전문가 분석을 통해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는 코너를 신설하면 유권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후보들의 대선공약은 서로 베끼고 있는 형국이어서 공약보도와 아울러 실현 가능한지 공약분석도 동시에 해 주어야 한다.
4.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 : 특정 이슈만 줄곧 다루고 있어 이젠 식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조국, 추미애, 이재명, 윤석열을 둘러싼 이슈말고도 우리 사회에는 신문이 다뤄야 할 수많은 문제들(결식아동, 불평등, 예술인의 생활고 등)이 있다. 만평의 주제를 다양화해 우리 사회의 주요문제들을 풍자함으로써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견인차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 최광범 위원(전 '신문과 방송' 편집장)
= 인터넷은 전국지와 지역지의 구분을 모호하게 한다. 경기신문을 포함한 지역신문에게는 기회이자 위기다. 기회요인은 중앙언론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했고,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지역 이슈에 관심도가 낮다는 점이다. 위협요인은 중앙언론이 지역 섹션에 조금만 성의를 보이면, 막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지방 언론을 고사시킬 가능성이 높다.
경기신문의 2022년 첫달 지면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앞으로 이런 기회·위협 요인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을 느꼈다. 신년 첫 기획으로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을 기획해 이틀 연속 1면 머리기사로 의제화했다. 오산, 안양지역에서 일어난 사례를 소개한 다음 경찰청 통계를 활용해 전국적 실태를 제시하고 해결책을 제안했다. 또 코로나19로 비대면 시대 전통시장의 온라인 판로 개척에 나선 새로운 추세를 보도했다. 아울러 고령층 상인들의 디지털 격차를 중심으로 한 현실적 난제들을 짚은 1월 7월 12일자 기사는 ‘지역 이슈가 곧 전국 이슈임’을 보여줬다.
한편, 대선보도와 관련해서는 중앙언론과 유의미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재명, 윤석열 두 유력 후보는 경기도와 관련된 공약을 쏟아냈다. 경기신문은 GTX 공약을 관심있게 보도했다. 19일자에서는 ‘재원의 구체성 등이 떨어져 부도수표가 우려된다’는 기사를 1면 톱으로 내보냈다. A노선조차도 당초 계획보다 4년이 늦춰져 2028년에나 가능할 것이고, 인구 감소 추세로 봤을 때 어느 노선을 없애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나올 수 있다는 국토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약의 허상을 적절하게 짚은 기사였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경기신문은 어느 신문보다 GTX 관련 기사를 비중있게 다뤄왔다. 이제는 ‘E노선, F노선에 어디까지 연장’까지 쏟아내고 있다. 천문학적 비용 조달, 자원의 배분문제 등을 검증해야 할 사안이었다. 단순 전달에 그쳐 아쉬웠다. 기사에 지도를 곁들였다면 독자를 눈을 더 끌 수 있었다. ‘박재동의 손바닥 아트’가 많이 본 기사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이유는 한 눈으로 세상을 보는 메시지를 전하기 때문이다.
18일자 1면에 ‘열정과 역량 있는 인재를 찾습니다’라는 기자 채용 광고가 났다. 지역신문으로 두 자리 수 기자를 채용한다는 것은 아주 이례적이다. 경기신문이 후발 주자의 한계 때문인지, 지나치게 취재원이 제공하는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기사가 많았다. 보도자료를 단순 중계하는 것은 시민이 위탁한 취재원에 대한 감시의무를 등한시한다는 반증이다. 이번 신규채용이 경기신문 자체기사 비중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 정리 = 노경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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