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8일 국회에서는 제10차 개헌안 투표가 있었다. 개헌안은 헌법 전문에 4·19 혁명과 함께 '부마 민주항쟁, 5·18 민주화운동의 민주 이념을 계승한다는 것과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할 때 반드시 국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지극히 당연하고도 간단한 내용이지만 야권(국민의힘, 개혁신당)은 정족수를 채울 수 없게 투표에 불참함으로써 무산시키고 말았다. 22대 국회 출범 당시부터 개헌의 필요성은 여야 모두가 인정했다. 39년 전인 1987년의 헌법은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서 변화된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 속에서 개헌의 당위성은 확산되었다. 금번의 개헌안 표결도 이미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었지만 이재명 독재를 언급하며 야권은 불참하고 말았다. 이제 개헌 문제는 6월 지방자치 선거 이후인 하반기 국회에서나 다시 논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른바 ‘87체제’라고 불리는 지금의 헌법은 6월항쟁 이후 전두환의 폭압정치를 서둘러 끝내야 할 필요 때문에 권력구조 등 많은 부분이 급조되었다. 제왕적 대통령을 피한다며 5년 단임제로 정하다 보니 역대 대통령 모두 임기 중 업적이라는 압박감에 쫓겨 제대로 된 공적 하나 남기기 어려웠다. 이 같은 권력구조 개
지난 5월 4일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발생한 HMM 나무호 피격사건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선박 화재가 이튿날 진화됐고 인명 피해도 경미했으나, 초기부터 미국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이란측 소행임을 지적하고 한국의 해상작전 참여를 요구하면서 이미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10일 선미 손상이 미상 비행체 2기의 공격에 따른 것이라는 정부 합동조사단의 발표로 상황은 좀 미묘해졌다. 청와대는 민간선박 공격을 용납할 수 없다고 규탄하면서도 비행체 잔해를 가져와 정밀 분석한 뒤 공식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야권에서는 이란측 공격을 기정사실화하고 강력한 외교적 항의 외에 선박 호송 등 군사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란은 관영 매체에서 공격 사실을 언급하면서도 외교 경로로는 직접 개입하지 않았고 사고일 뿐이라는 모호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사실 우리 정부의 신중한 태도는 국제안보의 현실과 이란전쟁의 성격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력과 군사력이 세계정치의 행로를 바로 결정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2022년 발발한 러·우전쟁이나 이번 이란전쟁 모두 강대국의 압도적 군사력에도 당초 목표나 예측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미국은 2025년 국가안보전략서에서 “힘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3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6%포인트 상향한 2.5%로 조정했다. JP모건, 씨티, 노무라 등 세계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잇달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주요 22개국 중 당당히 1위를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가히 독보적인 질주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폭발적인 반도체 수출 증가가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고유가 및 경제 불확실성이라는 악재를 덮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화려한 성적표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서민 경제의 근간인 고용 시장은 ‘성장 없는 고용’을 넘어 ‘고용을 배반하는 성장’이라는 역설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1분기 성장률 초과 달성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다. AI(인공지능) 열풍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거시 지표를 견인했다. 그러나 문제는 첨단 기술 중심의 성장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기술적 고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AI 반도체 산업은 자본 집약적이고 자동화 비중이 높아, 매출이 수조 원 단위로 뛰어도 실제 현장에서 필
[ 경기신문 = 박재동 화백 ]
산업혁명 이후 노동은 생산의 기본이 되었고, 그 위에서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대한민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은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한 영역이었다. 장시간 노동과 낮은 보상,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노동자는 국가 발전의 토대를 만들어냈다. 그 축적 위에 오늘의 기업과 산업이 서 있다. 그러나 산업이 고도화된 이후, 선택의 기준은 달라졌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이며, 자본은 위험을 감수한 대가로 의사결정 권한을 가진다. 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에서, 비용과 수익의 균형은 생존의 문제다. 이때 임금과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분배 문제가 아니라, 향후 투자와 구조 개편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한다. 자동화와 로봇 도입은 이미 예정된 흐름이다. 다만 그 속도와 범위는 기업이 체감하는 비용 압력과 불확실성에 따라 달라진다. 갈등이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갈등이 기술 전환의 속도를 자극하는 경우는 충분히 발생한다. 비용이 구조적으로 상승하면, 기업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자동화 투자를 앞당긴다. 그 결과는 역설적이다. 단기적 이익을 둘러싼 충돌이 장기적으로는 더 큰 일자리 축소를 부를 수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자체장들의 자질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다만 제시되는 이야기가 해외 사례라 다소 안타깝다. 마땅한 한국 사례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런 연유로 타국의 예를 논할 수밖에 없지만 나름 시사하는 바는 크다. 프랑스의 작은 지자체장들은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혹독한 운명을 안고 있다. 정부의 지원금 삭감으로 시장들의 예산 결정은 결코 간단치 않다. 그들은 필요한 인적·기술적 지원 없이 이러한 어려움을 홀로 풀어야하는 고독한 사자와 같다. 법적 규제 또한 증가해 직무 수행은 더욱 가중된다. 이런 악 조건 속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내는 시장들이 있다. 독일 접경 보주지방의 레 브아브르(Les Voivres) 시장 미셸 푸르니에(Michel Fournier)가 대표적이다. 1989년 시장에 오른 그는 마크롱 정부의 농촌부 장관으로 영전될 때까지 약 30년간 재임했다. 이 비결은 기술관료적 이미지를 벗고 기업가 정신으로 과감히 사업을 추진하고 실행했기 때문이다. 전직 영업사원 출신인 푸르니에 시장은 소통능력도 탁월해 참가자가 별로 없던 마을 축제를 모든 연령대가 함께 즐기는 행사로 탈바꿈 시켰다. 첫 부임 당시 레 브아
‘여객자동차운송사업’ 면허 없이 자가용을 이용해 요금을 받고 승객을 운송하는 일명 ‘콜뛰기’ 영업이나, 불법 홍보 전단 살포 등을 저지른 범죄자들에게 불법 수익금을 환수하는 일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기준이 논란이다. 법정형이 장기 3년 이상인 범죄에 대해서만 몰수·추징을 허용하고 있는 현행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의 한계가 문제다. 현실에 맞지 않는 규정을 개선해 불법 행위에 대한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지난해 11월 자가용 ‘콜뛰기’ 영업을 벌여온 업체 대표 4명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경기지역에서 활동한 콜뛰기 기사 40여 명의 통신 내역 등을 추적해 업주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이들은 약 4년 동안 기사들로부터 매달 40만 원 씩 사납금을 받으며 불법영업을 이어왔다. 이들이 챙긴 수익은 5억 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개인별 부당이득도 적게는 65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 7000만 원에 달했다. 그러나 이 같은 범죄수익은 고스란히 피고인들로부터 회수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부당수익금을 국고로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책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여객자동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2026년 3월 27일, 돌봄통합지원법이 시행되었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이 법은 단순한 복지제도 개편이 아니라, 돌봄을 개인과 가족의 짐에서 사회 공동의 책임으로 전환하는 사회연대경제적 선언이다. 이 출발점에서 우리는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시설요양과 재가요양 돌봄, 이 두 축이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시설요양은 중증 어르신에게 24시간 전문 돌봄을 제공하지만, 가족과의 격리로 인한 정서적 단절과 획일적 집단 케어, 높은 비용 부담이 고질적 문제다. 재가요양은 친숙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으나, 돌봄 공백 시간이 길고 가족 간병인에게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방문요양·주간보호·단기보호는 제각각 분절적으로 운영되어 보호자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서비스를 전환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기요양가족휴가제는 요양보호사 인력난과 경직된 급여 구조로 인해 이용률이 수년째 0.2% 안팎에 머물며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 문제를 방치하면 어떤 미래가 기다리는지, 일본이 이미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6년부터 2024년까지 19년간 가족의 손에 목숨을 잃은 65세 이상 노인이 최소 486명에 달하며, 사건 발생 당시 정부 지원
6·3지방선거 동남풍이 심상찮다. 이번 지방선거는 전국 대부분을 파랗게 물들였던 2018년 지방선거의 재현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압도적이라던 대구 선거가 다시 혼전이라더니 경남도지사 선거도 응답하지 않는 샤이보수층을 감안하면 접전양상이다. 강기윤 국민의힘 후보가 사전 불법 선거운동 논란을 일으킨 창원시도 엎치락 뒤치락이란다. 반도의 동남쪽부터 보수가 결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전통적 지지층 규합에 사활을 걸었다. 결국 ‘윤어게인’밖에 없는지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단수 공천했다. '계엄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던 김태규 전 방통위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에, '윤석열 호위무사'라 불린 이용 전 의원은 경기 하남갑에 단수 공천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말했다. “저는 어떤 분이 '윤어게인'인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지경이니 국민의힘은 5·18과 부마항쟁을 헌법전문에 새기고 불법 비상계엄을 막기위한 헌법개정안도 가로막았다. 내란을 일으키고 엄호한 자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선거판이 벌어지자 좀비처럼 다시 꾸물꾸물 등판하고 있다. 2026년 대한민국 이야기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지지율만큼이나 대한민국
‘특례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2년 특례시 제도가 도입된 지 4년 만이다. 특별법은 인구 100만 명 이상 대도시의 행정 권한 확대와 제도적 지원 근거를 담고 있다. 특별법안은 법안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로써 고양·수원·용인·창원·화성 등 5개 특례시들은 도시 규모에 걸맞은 실질적인 자치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특례시 제도는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의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 해당 도시들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기초지방정부의 지위와 권한과 지위를 제도화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크게 환영했다. 각자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다양한 행정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기뻐했다. 그동안 이들 기초지방정부들은 매우 불합리한 차별을 받아왔다. 수원시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지난 2002년에 이미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섰고 2020년 말에는 123만 명을 돌파했다. 광역시인 울산의 당시 인구는 116만 명이었다. 당시 수원시 공무원의 1인당 평균 주민 수는 350명이었고, 울산광역시는 210명이었다. 도시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자치제도로 인해 복지서비스도 차별을 받았다. 기초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 중 졸음운전 치사율이 음주운전보다 높고, 운전자의 5분의 1 이상이 최근 6개월 이내에 졸음운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생계를 위해 매일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사고 위험이 평균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경각심 고취 등 방심 운전 차단책이 시급하다. 음주운전 재범률이 40%대에 고착화하는 고질적 현상에 대한 개선책도 시급한 것으로 분석됐다. 교통안전 문화에 대한 일대 각성이 요구된다. 5월은 교통사고가 가장 많은 달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5월에 발생한 교통사고 사상자는 평균 973명으로 1~4월 평균 대비 15%가량 많은 수준이다. 5월 교통사고는 오후 4~6시 발생이 전체의 15%를 차지해 이 시간대가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선별로는 경부선이 20%로 발생 비중이 가장 높았고, 수도권 제1순환선이 12%로 그 뒤를 이었다. 운전 빈도와 졸음운전 경험률은 정비례한다. AXA손해보험이 실시한 ‘2025 운전자 교통안전 의식 조사’의 응답자 중 21.6%가 최근 6개월 내 졸음운전을 경험했다고 답해 도로 위의 주요 위험 요인임을 입증했다. 거의 매일 운전하는 집단은 28.9%, 주 4~5회 운
2025년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에는 ‘게재자’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게재자’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정보통신망에 직접 제작하거나 선별한 정보를 게재해 유통하는 자를 말한다(제2조 제1항 제3호의 3). 게재자 중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 이면서 정보 게재 수, 구독자 수, 조회 수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는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알면서도 게재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가중해 손해배상을 할 책임을 부담하게 될 수 있다(제44조의10 제3항). 방통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을 어느 정도 구체화했다. 방통위는 지난 8일 정보통신망법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보고하면서, 위에서 말하는 게재자의 범위를 “구독자 10만 명” 또는 “직전 3개월간 월별 합산 조회수 평균 10만 이상”으로 정했다고 알려졌다. 그렇다. 이 법의 타겟은 구독자 10만 이상의 유튜버나 3개월 안에 조회수 30만 이상을 찍은 콘텐츠다.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가중배상의 위험이 있다. 손해의 규모가 증명되지 않을 경우의 손해액은 5000만 원으로 판단될 수 있으니(제44
절묘하다. 오일에서 팔일이니까, 사흘 간격인가. 아이가 어른이 되기까지의 간격을 달력은 세 칸으로 표시했다. 돌이켜보면, 서른 해를 두 번 살아야 얻을 수 있는 사흘이 아닌가. 장난감이 카네이션이 되고, 알림장이 퇴직서가 되고, 올려다보던 눈빛이 내려다보는 눈길이 되기까지. 오일에서 팔일까지의 사흘, 나와 당신은 어디쯤 자리하고 있을까. 어버이날이라는 팔일 근처 어디쯤일까. 그리 생각하며 달력을 보면 자신이 없다. 왜 하필 팔일이 어버이날일까. 팔이라는 숫자는 사람(8)을 닮았고 우주(∞)를 닮았다. 하지만 숫자만큼 온전치 못한 나는 달력 속의 팔일처럼 반듯하지 못하다. 동그라미 두 개로 간신히 버티는 눈사람 같달까. 서 있기 급급한 눈사람에게 무한의 우주가 스밀 여유가 있겠는가. 무한이란 실로 아득하여서, 끝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눈사람의 숨결에 비로소 깃드는 것을. 딸 하나에 아들 셋, 여섯 식구가 한국을 찾았다. 캐나다에서 여행 온 그들은 버킷리스트를 지워가며 여행 중이다. 한국은 딸아이가 고른 열아홉 번째 나라다. 그들이 여행을 떠나게 된 건 망막색소변성증 때문이다. 치료법이 없어서 네 아이 중 셋이 앞을 못 볼 처지다. 그런데도 여섯 가족은 숫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