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시40분쯤 양평 용문산 정상 1천여m 지점에서 육군 204항공대대 소속 UH-1H 헬기 1대가 추락, 조종사 신기용(44) 준위를 비롯한 탑승 장병 7명 전원이 숨졌다.
사고가 난 헬기에 탑승한 장병들은 19일 저녁 뇌출혈을 일으킨 육군 3군단 소속 윤모(22) 상병을 강원도 홍천 국군철정병원에서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으로 긴급 이송한 뒤 복귀하던 중이었다.▶관련기사 5면
▲사고개요=육군 3군단 2전차대대 소속 윤모 상병은 지난 19일 오후 8시56분쯤 군통합막사에서 머리를 감던 중 머리 왼쪽 부분을 수도꼭지에 부딪혔다. 어지러움을 호소한 윤 상병은 인근 민간병원에서 컴퓨터단층(CT) 촬영을 받은 뒤 군단급 군 병원인 국군철정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이에 인근 홍천기지에 있던 헬기가 새벽 0시10분쯤 철정병원에 도착, 윤 상병과 당직 군의관 등을 태우고 새벽 0시40분쯤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했다. 이후 윤 상병을 수도병원에 무사히 내린 헬기는 새벽 0시55분쯤 수도병원을 이룩하며 지상관제소에 “이륙한다”는 마지막 교신을 남긴 뒤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군은 사고기가 레이더에서 사라진 지점을 중심으로 수색작업을 벌이던 중 부조종사 휴대전화의 위치추적을 통해 오전 3시52분쯤 용문산 9부능선에서 처참하게 두 동강이 난 상태의 사고기를 발견했다.
사고기에는 204항공대대 소속 신기용(44·조종사) 준위, 황갑주(35·부조종사) 준위, 최낙경(22·승무원) 상병, 이세인(21·승무원) 일병과 철정병원 소속의 정재훈(33·군의관) 대위, 선효선(28·간호장교) 대위, 김범진(22·의무병) 상병이 탑승했었으며, 이들은 모두 사고 당시 충격으로 현장에서 즉사했다.
▲사고원인=7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번 헬기 추락사고의 원인으로 기체 결함보다는 ‘갑작스런 기상악화’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날 “사고가 난 시간 대의 야간기상 상황을 분석한 결과 산 정상에 운무가 끼는 등 국지적으로 기상이 악화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기상악화가 사고 원인과 관련이 있는 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고기가 이날 오전 1시9분 (용문산 근처) 광탄비행장을 지나고 있다는 교신을 한 뒤 오전 1시10분쯤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헬기는 교신 후 단 1분 만에 추락했다는 것이며, 이로 미뤄 조종사가 갑작스런 운무 등 기상악화로 용문산을 육안으로 관측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군은 레이더에 표시된 항적자료와 교신록 등을 토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또 사고기가 40년이 넘은 노후 기종이라는 점에도 주목, 기체잔해를 수거해 기체 및 엔진 결함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흥렬 육군 참모총장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오전 6시를 기해 육군 UH-1H 헬기 120여대에 대해 운항을 중단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하도록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