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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쓰레기 치운다고 쓰레기처럼 휴식?

천장에선 ‘빗물 뚝뚝’
“정수기라도 있으면…”
환경미화·경비원들 ‘한숨’

근로자 복지 인색한 사업주
고용부 경기지청 “점검할 것”
노동자 휴게소 형식적 설치

“환경미화·경비원도 고객의 한명이라는 생각으로 대해줬으면 좋겠어요. 백화점 시설은 좋은데 정작 그분들을 위한 휴식공간은 창고 같아요.”

9일 가족과 함께 수원 NC백화점에 쇼핑을 나온 김모(42·수원 권선동)씨는 노동자 휴게소 사진을 보고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지하 기계실 한쪽에 자리한 휴게실은 9㎡ 크기로 남녀 휴게소가 분리돼 고용노동부 규정에는 어긋나지 않았다.

가스렌지와 정수기 등 간단한 시설도 갖추고 있었지만 휴식을 위한 공간이라기 보다 옷을 갈아입는 정도의 시설이라는 것이 김씨의 평가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화장실을 휴게시설로 사용하는 등 휴게공간이 없거나 부족해 제대로 쉴 수 없는 노동자들을 위해 마련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에 따르면 사업주는 노동자가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동자 1인당 1㎡, 전체적으로 6㎡ 이상 확보하고 냉·난방과 환기시설을 설치한 휴게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라 도내 백화점의 경우 기본적인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몇몇 백화점의 경우 형식적인 가이드라인 준수 수준에 머물고 있어 “근로자 복지에 대한 사업주의 인식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수원 2001아울렛 매장의 경우 소위 다락방 형태의 12층에 노동자 휴게소가 마련돼 있기는 하지만 지난 6일 갑자기 내린 소나기에 천장에서 빗물이 새 플라스틱통을 받치고 있는 상태였다.

청소노동자 A씨는 “에어컨도 잘 나오고 시설도 좋은 매장에 있다가 휴게소에 오면 편하다는 느낌이 아니라 스스로가 초라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옷을 갈아입을 때 말고는 거의 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6층에 창고를 개조해 휴게소로 사용중인 성남 판교현대백화점의 경우 점심시간을 이용해 몇몇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백화점에서 일하는 B씨는 “직원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잠깐이라도 잠을 청하는 사람이 많다”며 “휴게소에 정수기나 작은 냉장고라도 있으면 좋겠다. 에어컨이 잘 나와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한모(49·수원)씨는 “수십억원을 들여 백화점 내부 인테리어를 하는 사업주들이 정작 노동자를 위해서는 몇 백만원에도 인색한 것 같다”며 “법과 규제만 통과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동자를 대하는 사업주의 인식개선이 가장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관계자는 “백화점 내 노동자 휴게시설 실태 점검을 위해 세부지침을 마련중으로 조만간 휴게시설을 점검할 계획”이라며 “지침에 앞서 사업주들이 노동자들이 적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마련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직수기자 js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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