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에 음악의 향기가 퍼진다. 음악(音樂)은 문자 그대로 ‘소리를 즐김’이다. 소리 그 자체가 형식이나 가사, 노래에 얽힌 스토리보다 더 중요하다. 외국 대중가요인 팝송이 인기를 끄는 것도 그 까닭이다. 매달 셋째 주 금요일 저녁이면 다양한 음악이 병원 로비에 울려 퍼진다. 수원 인계동에 자리한 쉬즈메디(Shesmedi)병원이 산모(産母)와 가족, 시민들을 위하여 펼쳐온 음악회다. 지난 18일 200회를 맞았다. 17년째 쉼 없이 이어오는 무료음악회다. 의료기관이 음악을 통해 산모와 가족들, 그리고 시민들과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더욱 감동을 준다. 문화·예술 공공기관도 아니고 개인병원에서 지속적으로 운영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랫동안 작지만 알차며 수준 높은 품격의 음악회를 견지해왔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도 아깝지 않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첫 음악회는 2002년12월 개원과 함께 시작됐다. 1시간여 동안 이뤄지는 음악회는 음악에 친숙하지 않은 산모나 가족, 시민들에게도 전혀 지루함을 주지 않았다. 맛깔스런 해설이 곁들었기 때문이다. 매번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 공연으로 출연진이 다르다. 들려주는 레퍼토리도 다르다. 하루의 진료가 끝나면
여우난골족(族) /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로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고무 고무의 딸 이녀 작은이녀/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 고무 고무의 딸 승녀 아들 승동이/육십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횐 옷이 정하든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 아들 홍동이 작은홍동이/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섬에 반디젓 담그려가기를 좋아하는 삼촌 삼촌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경기도는 지난 1987년 2월 계명주를 1호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3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도 지정 무형문화재는 68종목으로 늘었다. 개인 47종목, 단체 21종목으로 기능 보유자 56명, 전수교육조교 42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 기능 보유자와 단체에는 각각 130만원과 80만원, 전수교육조교에는 50만원이 지원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 전수 교육·재료비·작업장 및 연습장 임대료 등에 활용키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게다가 보유자 대부분이 자비로 전수회관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도는 지정 무형문화재의 원형 보존 및 전승을 위해 기능 전수 장학생을 선발,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수조교 조차 찾기 어려운 녹록치않은 상황에, 우리내 관심에서도 멀어져가고 있는 현실은 이들 보유자들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와 함께 도 지정무형문화재 보유자의 삶을 재조명한다. 그림에 관심 많았던 어린 시절 단청 장인 김한옥 선생 따라 입문 또다른 장인 故 조정우 선생 만나면서 본격적인 불화 그리기 시작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 장인인 원덕문 스님에 전통불화 기법 전수받아 전국 사찰 300여곳 불화 8…
경기 북부 지역 주민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국민들이 잘 모르는 철도 노선이 있다. ‘교외선’인데 고양 능곡역에서 양주 장흥역, 송추역 등을 거쳐 의정부역으로 이어지는 31.8㎞ 구간을 연결한다. 지난 1963년 8월 개통, 경기서북부지역 주민들의 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상황이 변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개통되는 등 교통사정이 좋아졌다. 이에 따라 교외선 열차 승객은 줄어들었다. 영업 손실은 2003년 61억 원 정도나 됐다고 한다. 결국 지난 2004년 4월 여객열차의 운행은 중단됐다. 여객수송은 중단됐을지라도 화물 및 군용열차 일부는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교외선이 화제가 되고 있다. 교외선 벽제터널 등이 요즘말로 ‘인생사진’ 명소가 된 것이다. 교외선에서 찍은 사진이 SNS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여행관련 웹사이트에서 폐선로로 알려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교외선은 엄연히 기차가 운행되고 있으며 일반인의 선로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교외선의 선로나 철도시설 안에 철도공사 승낙 없이 통행하거나 출입하는 경우, 철도 안전법 제48조 및 81조에 의거 1차 25만원, 2차 50만원, 3차 1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경기도는 최근 벽제터널…
오늘 제74회 경찰의 날을 맞아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하 ‘경기남부청’)이 제안한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전국 지방경찰청 가운데 처음으로 ‘시민경찰의 날’을 제정해 운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민속으로 들어가 시민과 함께하겠다는 시민경찰선언으로 읽혀 상큼하다. 일제시대 ‘순사’에서 시민의 ‘벗’으로 돌아오려는 시도로 읽혀 더 반갑다. ‘공동체 안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경찰’로 거듭나려는 노력으로 받아들여진다. 경기남부청은 오늘 ‘우리동네 시민경찰’로 선정된 시민들을 초청해 ’제1회 시민경찰의 날’ 행사를 개최한다. 또 올해 시민경찰로 선정된 사람들 가운데 3명을 명예경찰로 위촉한다. 경찰내부 심사와 시민들의 온라인 투표로 선발했다. 이들은 홍보대사 역할을 맡아 경기남부청 공식행사에 초청될 예정이다. 경기남부청은 시민경찰 기본 취지를 살리기 위해 선발을 정례화 하기로 했다. 바람직하다. 이에따라 오늘을 시작으로 매년 10월 23일은 적어도 경기남부청에서는 ‘시민경찰의 날’로 공식화 돼 운영된다. 선정된 시민경찰들에게는 배지 등 기념품을 제공하기로 했다. 유대감을 높이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시민경찰로 선정된 사람들은 이렇다. 지난 4월을 기준으로 ▲범인을 검거하
스물네 개 언어로 출간되어 1억 권이 팔린 것으로 추산되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서 프랭클 박사는 한계상황에 처한 인간의 참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신경정신과 의사인 그는 37세에 유태인이란 이유 때문에 부모와 아내, 형제, 친구들과 함께 저 악명 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다. 그리고 3년간의 지옥생활이 시작된다. 그를 제외한 모두는 강제 수용소의 악조건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어갔다. 수감자들은 혹독한 추위, 중노동, 굶주림, 고문, 핍박, 질병, 모욕과 맞서 싸워야 했다. 공기 중에는 가스실에서 살해된 사람들의 시체를 소각하는 냄새가 떠돌았다. 언제 죽음의 가스실로 보내질지 모르는 공포 속에서 대다수 수감자들은 삶의 의지를 포기한 채 자기 배설물 위에 그냥 누워 있는 ‘돼지’로 전락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유 중에서 남은 것이라고는 오로지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와 방식을 선택하는 자유뿐이었다.’ 고통에 대한 증오와 삶에 대한 의지 상실은 갈수록 그들의 신체를 쇠약하게 했고, 결국 주검으로 수용소를 나갔다. 프랭클 박사는 어느 수준 이상의 고통 속에서 인간 육체의 강건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다. 극한의 고통과 악조건 속에
상상의 방이 있다. 어린이에게 꿈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동화가 있다면 어른에겐 꿈을 실현시키고 욕망을 채울 잔혹동화가 있다. 이 영화에는 알라딘의 마법램프처럼 우리가 소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어 주는 마법의 집 그리고 방이 등장한다. 주인공 케이트 역은 ‘007 퀀텀 오브 솔러스’와 ‘오블리비언’으로 익숙한 올가 쿠릴렌코가 그녀의 남편이자 남자 주인공 맷은 케빈 얀센스가 맡았다. 도시의 생활이 여의치 않아 집값이 싼 한적한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 케이트와 맷은 그 집에서 벽지로 가려진 방 하나를 발견하고 들어갔다가 얼떨결에 자신이 소원하는 작은 것이 이루어 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은 그 방에서 자신들이 갖고자 했으나 어려웠던 물질과 삶을 마음껏 누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보이지 않는 규칙이 존재한다. 그 모든 것은 그 집안에서만 가능하고 유효했던 것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 그 곳에서 마음껏 소원하여 생긴 돈이 손에서 먼지가 되어 날아가는 것을 알게 된다. 허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무엇을 소원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는 가끔 질문하거나 혹은 받는다. 갖고 싶은 것은 더 나은 기종의 핸드폰이나 예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병관 의원(더불어민주당·성남 분당갑)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주거침입범죄 발생 및 검거 현황’에는 경기도지역의 주거침입 범죄가 가장 많다고 되어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데다가 수도 서울과 인천광역시에 인접해 있어 이동인구 또한 많기 때문이다. 경찰청 자료에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4만2천286건 발생하고, 5만2천597명이 검거됐다고 되어 있다. 이중 경기도가 1만204건(검거 인원 1만3천61명), 이나 됐다. 그런데 문제는 주거침입범죄가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년 사이에 51%나 늘어났다. 도내에서 발생한 주거침입범죄는 2014년 6천715건이었으나 2015년 7천721건, 2016년 8천806건, 2017년 8천903건, 지난해 1만141건으로 해마다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거인원도 2014년 8천223명, 2015년 9천508명, 2016년 1만959명, 2017년 1만1천86명, 지난해 1만2천821명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김의원은 “최근 1인 가구수가 증가해 주거침입범죄에 노출되기 더욱 쉬워졌다”고 우려했다.(본보 17일자 4면) 최근 1인 가구가…
경기도와 도교육청, 아주대병원의 삼각공조가 빛을 발하고 있다. 도가 ‘전국 최초’로 도입한 응급의료전용 24시간 ‘닥터헬기’의 영웅적 행동 이야기다.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한지 39일 만에 17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렸다. 말 그대로 ‘국민 생명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이다. 그런데도 ‘좀 더 일찍 도입했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보다 많은 목슴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잃었다는 회한(悔恨)이 들기 때문이다. 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은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생각하니 답답하다. 이처럼 닥터헬기의 활약 배경에는 지난 6월 체결한 ‘응급의료전용헬기 이·착륙장 구축 업무협약’이 있다. 협약으로 학교운동장과 공공시설을 닥터헬기의 이·착륙장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협약식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천명한 이런 선언이 주효했다. ▲닥터헬기 착륙에 관한 모든 책임은 경기도가 진다 ▲국민의 생명을 위해서는 지체 없이 적극 활용하라. 이 두가지 확신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인 이국종 아주대 교수의 닥터헬기 운용에 힘을 실었고 사라질 뻔한 생명의 춧불을 살리는 원동력이 됐다. 적극적인 행정이 이룬 대표적 성공사례로 기록되겠다. 닥터헬기는 지난달 4일 운행을…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공동체를 이루는 장소를 우리는 도시라 부르고 그들의 삶의 흔적과 다양한 파편의 조합이 모여서 문화를 이룬다. 한 도시가 그들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이루지 못하고 진화의 로드맵에서 도태된다면 그 집단은 자의든 타의든 쇠락을 거쳐 소멸에 이르게 된다. 이에 세계 각국은 농업과 석탄 산업시대를 넘어선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 자신들의 독특한 역사문화를 중심으로 브랜드의 구축과 활성화전략을 내보이며 다양한 콘텐츠를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이미 1985년에 구축된 ‘유럽문화도시’와 ‘아랍문화도시’, ‘슬로시티’ 등의 해외 사례와 국내의 경우 문화관광부에 의해 2006년 시작된 ‘지역거점문화도시’와 ‘문화도시’ 지정을 위한 예비사업의 성격인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 그리고 ‘올해의 관광도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도시재생과 사회경제생태계 구축 및 새로운 사회가치창출을 위해 발 빠르게 진행 중에 있다. 바야흐로 세계는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단일화에 이르고 있고 이를 ‘문화도시&rsq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