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지난 4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 인근 굴포천에서 기쁜 일이 벌어졌다. ‘굴포천 생태하천 물맞이 행사’였다. 굴포천이 30여 년 만에 자연형 생태하천으로 돌아온 역사적인 날이었다.(관련 기사: 경기신문 5일자 인천판 1면, ‘30년 만에 물길 살아난 굴포천… 원도심 생태하천 부활’) 굴포천은 1990년대 인천지역 도시 개발 과정에서 인천지역 도시개발로 콘크리트에 덮인 뒤 오염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하천이다. 복개 후 주차장과 도로로 활용되면서 수질 악화와 악취 문제가 지속되자 시민들의 원도심 수변 복원을 요구해왔다. 이날 콘크리트 복개구조물 아래에 갇혀 있던 물길에 맑고 깨끗한 하천수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복원 구간에 굴포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재이용한 하천유지용수가 매일 4만 톤 규모로 공급됨으로써 인천시 제1호 하천복원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15년 환경부 공모사업에 선정됨으로써 비롯됐다. 2021년 6월부터 공사를 시작한 뒤 약 4년 동안 진행됐다. 이번에 복원된 곳은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부터 부평구청까지 총 1.5㎞ 구간이다. 굴포천 생태하천은 18일부터 전 구간이 전면 개방되며 복원사업 준공식은 오는 17일 부평1동
겨울밤, 손끝이 시려올 때면 프랑스 사람들은 뱅쇼 한 잔을 찾습니다. 레드 와인에 오렌지와 계피, 정향을 넣어 따끈하게 데워 마시는 겨울의 술.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김 오르는 컵을 손에 꼭 쥐고 걷는 모습은 그 자체로 겨울의 낭만입니다. 하지만 낭만이 꼭 유럽에만 있으라는 법은 없습니다. 사실, 우리에게도 추위뿐 아니라 마음까지 녹여주는 겨울의 ‘위로주(慰勞酒)’가 있으니까요. 바로 전주를 중심으로 전해 내려온 모주(母酒)입니다. 모주라는 이름은 분명 ‘술’이지만, 실제로는 알코올을 충분히 증발시킨 따뜻한 약차에 가깝습니다. 막걸리에 대추, 생강, 계피, 감초 등 약재를 넣어 오랜 시간 달이면, 도수는 낮아지고 풍미는 더욱 깊어잡나다. 추운 날 한 모금만 마셔도 속이 편안해지고 몸의 긴장이 천천히 풀어지지요. 전주 콩나물국밥집에서 해장술이 아닌 ‘해장 음료’로 모주 한 잔을 내는 풍경이 익숙해진 이유이기도 합니다. 모주의 유래에는 따뜻한 이야기가 스며 있습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이름 그대로 ‘어머니의 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술을 지나치게 좋아해 건강이 상했던 아들을 위해 어머니가 막걸리를 오래 끓여 알코올은 줄이고 약재의 효능을 채워 건넸다는
내게 버킷리스트 같은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기 전 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다.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산 정상에 올라보는 것이다. 케냐와 국경을 접한 아루샤 지역에서 멀지 않은 이 산은 세 개의 주요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고산 트레킹이나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인간이 킬리만자로를 처음 등반 한 것은 1889년. 최고봉인 우후루(Uhuru)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뷰는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 산기슭에는 적도 열대우림이 울창하고 생명력이 넘친다. 아프리카의 지붕으로 불리는 이 산은 수백만 년에 걸쳐 전설과 위대한 탐험가들의 모험, 그리고 놀라운 자연 변화를 목격해 왔다. ‘킬리만자로(Kilimanjaro)’는 1860년 채택된 스페인어와 영어, 프랑스어 표기로 현지 사람들은 다르게 부른다. 마아(Maa)어로는 ‘올 도이뇨 오이보르(Ol Doinyo Oibor)’, 그 의미는 ‘하얀 산’이다. 스와힐리어로는 ‘킬리 은자로(Kilima Njaro)’ 즉, ‘빛나는 언덕’이란 뜻이다. 요한 루트비히 크라프 같은 19세기 탐험가들에게 이 산은 ‘화려한 산’ 또는 ‘빛나는 산’과 동의어였다. 킬리만자로에는 흑백 콜로부스 원숭이, 코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믿기 힘든 장면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됐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문진석 의원과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텔레그램 문자를 주고 받는 모습이다. 문 의원이 자신의 지인을 김 비서관에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차기 회장에 추천하는 문자가 생생하게 노출된 것이다. 문 의원은 “(홍성범은) 우리 중대 후배고 대통령·도지사 출마 때 대변인도 했고, 자동차 산업협회 본부장도 해서 회장하는 데 자격은 되는 것 같은데 아우가 추천 좀 해줘”라고 했다. 김 비서관은 “넵 형님, 제가 훈식이 형(강훈식 비서실장)이랑 현지누나(김현지 제1부속실장)한테 추천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문자 사실이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즉각 "부정확한 정보를 부적절하게 전달한 내부 직원에 대해 공직 기강 차원에서 엄중 경고 조치했음을 알린다"고 공지하면서 "김 비서관이 실제 인사 추천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파장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공세도 공세지만 이 사안이 가지고 있는 휘발성 자체가 크기 때문이다. 우선 인사추천의 적절성 문제다. KAMA는 민간협회다. 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꿈이 뭐냐”라고 물었다. 나는 과학자라고 대답했다. 다른 아이들도 과학자, 발명가, 우주비행사, 심지어는 대통령 등등… 선생님은 이번에는 공부 좀 한다는 녀석에게 다가가 “꿈이 뭐냐”라고 물었다. 공부깨나 하는 녀석의 대답이다. “이것저것 하다가 안 되면 선생질이나 해야죠 뭐” 그날 그 녀석은 엉금엉금 기어서 집에 갔다. 시인이네, 책이네, 공부네 하면 별 흥미가 없는 사회 분위기라서 유머라도 한 토막하고 넘어가고자 써본 글발이다. 이희승 씨는 '독서와 인생'이란 글에서 우리나라 사람은 일반적으로 책에 관심이 적은 것 같다. 학교 다닐 때는 시험 때문이랄까, 울며 겨자 먹기로 교과서를 파고들지만, 일단 졸업이란 영예의 관문을 돌파한 다음에는 대개 책과는 인연이 멀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옛말에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속에서 가시가 돋친다. (一日不讀書 口中生刺)!라는 말이 있지만, 오늘날은 하루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치는 문제 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존 경쟁이 극심한 마당에서는 하루만큼 낙오가 되어, 열패자(劣敗者)의 고배(苦杯)와 비운을 맛보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라고 까지 했다.…
역사는 종종 표면적 안정의 뒤편에서 틈이 벌어진다. 18세기 초 절대왕정 체제는 견고해 보였으나, 내부에서는 계몽사상이 기존 질서의 정당성을 갉아먹고 있었다. 19세기 초 빈 체제는 혁명과 전쟁 끝에 복구된 균형을 자랑했지만, 산업혁명과 민족주의의 확산은 왕정복고의 토대를 흔들었다. 20세기 초 베르사유 체제 역시 전후의 평화를 약속했으나, 그 아래서 자라난 경제 불안과 전체주의는 결국 참혹한 대재앙으로 귀결되었다. 공통된 흐름은 분명하다. 질서의 안정처럼 보였던 시기마다, 실은 다음 세기를 규정할 전환의 동력이 이미 누적되고 있었다. 2020년대도 그 연장선에 놓여 있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은 더 이상 주변적 갈등이 아니라 국제질서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한다. 단일 패권의 시대가 저물며 다극화가 본격화했지만, 이를 제도적으로 조율할 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다. 민주주의 체제 내부에서도 불신과 양극화가 깊어져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더 이상 자명한 전제일 수 없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20세기적 감각과 기준에 머무른 채 근대적 질서의 연장선에서 해답을 찾으려 하는 듯하다. 경제 영역에서도 균열은 체감된다. 글로벌 공급망은 팬데믹을 계기로 재편되기 시작했고, 세계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는 고급스러운 외관을 위해 저층부나 필로티, 주출입구를 화강석이나 대리석 같은 석재로 마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벽석재들은 파손시 추락이나 낙하의 위험이 있어 안전하게 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실무에서는 이를 ‘건식 석재’ 공사라고 하며, 과거에는 돌을 붙일 때 시멘트 반죽을 발라 붙였지만(습식), 최근에는 건물 외벽에 앵커와 철재 프레임을 설치하고 거기에 돌을 걸어 고정하는 ‘건식 공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때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무거운 돌판이 흔들리거나 빠지지 않도록, 돌의 측면에 구멍을 뚫고 프레임과 돌을 핀(Pin)으로 꿰어 고정하는데, 이것이 바로 ‘꽂임촉’입니다. 쉽게 말해 셔츠의 단추나 가구의 나사못처럼 돌을 꽉 잡아주는 ‘물리적 잠금장치’인 것입니다. 문제는 이 석재 마감 뒤편에서 위험한 ‘날림 공사’가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많이 시정되었지만 과거 일부 시공 현장에서는 작업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돌에 구멍을 뚫고 핀을 박는 정석 시공 대신, ‘에폭시(석재용 접착제)’를 사용하여 돌을 프레임에 단순히 붙여버리는 방식을 사용하였고 이러한 시공방법이 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최근 하자 소송에서 쟁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