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의 단상들’이란 뜻의 연극 ‘네이처 오브 포겟팅’이 관객들의 가슴을 촉촉이 적시고 있다. 제목 그대로 조기 치매를 앓고 있는 주인공 ‘톰’이 기억의 편린을 따라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다. ‘기억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라는 주제로 느낌과 감정에 대해 얘기한다. 55세 생일을 맞은 ‘톰’은 무수히 많은 옷 들 사이에서 딸이 일러준 ‘자켓’을 찾는다. 잊혀져가는 딸의 당부 속에서 ‘톰’은 행거의 옷들을 하나씩 꺼내 교복 자켓을 입은 톰은 30여 년 전 찬란했던 학창시절로 되돌아간다. 학창시절 ‘톰’은 ‘이자벨라’와 ‘마이크’, ‘엠마’와 함께 아름다운 시간을 회상한다. 선생님을 피해 웃고 떠들던 자습 시간, 사랑하는 ‘이자벨라’와의 만남, 그녀를 태우고 전속력으로 달리던 자전거, 친구 '마이크'와의 장난 등은 그의 기억 속에 아름답게 자리한다. 행거 반대편 보라색 스카프를 꺼내든 ‘톰’은 ‘엄마’와의 기억을 떠올린다. 책상에 앉혀 머리를 빗어주던 일, 대학 졸업식에서 축하하던 모습, 셔츠 위에 입혀준 따뜻한 니트까지 엄마와의 기억은 스카프의 향과 함께 되살아난다. ‘톰’의 기억들은 치매로 고통스러워하는 배우의 연기로 섬세하게 표현된다. 옷의 팔 한쪽을 찾
예술품을 창작하는, 작가가 가장 아름답고 존경스러워 보이는 순간은 뭐니뭐니해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내면의 끊임 없는 고민의 흔적들을 발견할 때가 아닐까. 작가들의 작품을 '제품'이라 부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언제부턴가 예술 작품을 대할 때면 '이 작가는 어떤 공간과 시간에 주목하고, 초점을 맞추고 있을까?' 그리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했을까'를 궁금해 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조금은 깨달은 다음부터이지 싶다. 무엇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굳이 이해하려고 들지 않았던 듯하다. 작품 감상이라는 게 그저 관람자가 보고 느끼는대로 생각하면 그만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작가와의 소통이 더해지면 그 감동과 환희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까닭이다. 작품을 마주 대하지 않아도 말이다. 그래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지만, 창작을 위한 심적 고통이 없이 만들어진 작품은 그냥 제품이라고 감히 말한다. 서론이 길었다. 오늘 소개할 사진 작가 튜나리(이동원)는 바로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람이다. 사진 작가의 작품이라고 하면 보통 앵글안에 담긴 이야기가 얼마나 획기적인가 내지는 감동적인가, 혹은 순간포착을 잘 했는가 등등을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