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5인 이상 집합금지? 마음만은 금지 못 해”…이른바 ‘랜선 명절’ 진풍경
#. 홀로 상경해 학교를 다니며 취업을 준비해오던 A(20대)씨는 설날만을 기다려 왔다. 졸업을 앞두고 취업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떳떳하게 가족들 앞에서 직접 공개하고 싶은 마음에 지금껏 취업 소식을 꽁꽁 숨겨 왔다. 그러나 이게 웬 말인가, 집합금지란다. 게다가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상황. 형편이 이렇다 보니 A씨는 차마 고향으로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었다. 승차권 예매가 아닌 통화를 위해서다. “엄마, 아빠. 이번에는 못 갈 것 같아요. 죄송해요. 저 사실 취업했어요. 직접 뵙고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코로나가 원망스럽네요”. 그래도 막상 영상통화로 부모님의 얼굴을 보니 한시름 놓았다. 그렇게 간단한 안부를 나누는 정도의 통화를 마치고 A씨는 조촐한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엄마 손맛이 듬뿍 들어간 푸짐한 식탁 앞에 앉아 있어야 할 A씨지만, 어쩌겠나. 시국이 이런걸. 대충 끼니를 때우고 그는 다시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나 할 말이 많았는지, 끊을 기미가 안 보였다. 그렇게 A씨는 부모님과의 통화로 밤을 지새우다 하루를 다 보냈다. 꽉 조여 맨 긴장의 끈을 풀어 헤치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