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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호흡 도배도 금슬도 ‘찰떡’

[Job & Life] 부부도배사 류승찬-신성임 씨
집벽 실습장 삼아 뜯고 바르고
하루 수십번 반복 이젠 베테랑

 


하는 현장이 매일 매일 바뀌는 도배일은 도배사가 벽면의 굴곡과 기울기 등 현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자를 줄일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은 다 똑같아 보이는 벽도 도배사의 눈에는 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네모반듯한 똑같은 아파트라도 벽이 다 틀리다. 모래가 오돌토돌 나온 벽이 있는가 하면 매끈하지 않고 굴곡이 진 벽도 있다. 이러한 벽의 하자를 최대한 도배를 통해 예쁘게 보이게 하는 것이 도배사의 임무다”라며 류씨는 도배사의 역할을 정의했다.


혼자서는 하기 힘든 작업인 만큼 팀을 이뤄 작업을 해야 하는 도배는 팀 워크의 좋고 나쁨이 바로 일의 완성도나 속도로 이어진다. 이처럼 팀 워크가 중요한 도배사에게 부부는 더 할 나위 없는 사업 파트너.


류씨는 “손발이 안 맞으면 일의 능률도 떨어진다. 그래서 수 십년을 함께 살아온 부부는 가장 좋은 파트너이다”며 “일을 함께 하다보면 손발을 맞추기 위해 많은 말을 해야 하고 대화시간이 길어지면 부부싸움을 했다가도 일을 하면서 금새 풀어진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오늘 작업을 함께 할 또다른 팀이 먼저 도착해 있었다. 류씨는“이 팀과도 오래동안 함께 일했기 때문에 호흡이 잘 맞는다”며 서로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반가워 했다.

부금슬이 너무 좋아보여 시샘 내 듯 함께 일하면서 있을 법한 단점에 대해서도 물어보았지만 시샘은 또다른 시샘을 불렀다.


류 씨는 단번에 “단점이 있을 턱이 있나 같이 사는 사람, 그 만큼 손 발이 맞으면 좋은 거지”라며 “이 일이 끝나는 시간이 딱히 정해지지 않아 늦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함께 일하니 걱정 없다”며 부부 금슬을 자랑했다.


18여년을 함께 팀을 이뤄 일을 해 온 부부는 이제는 ‘아’하면 ‘어’라고 할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는단다.


도배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부부도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다.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던 류씨는 사업실패라는 큰 시련을 맞게 된다. 그 시련 속에 다시 일어날 기회를 찾던 류씨는 삼성종합건설 직업훈련원의 6개월 도배사 전문과정을 알게 되고 바로 등록, 6개월 과정을 마쳤다. 하지만 쉽게 생각했던 도배사 일은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론 중심의 6개월 코스를 실전에 적응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실전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도배 기술자를 따라 다녀야 했지만 그 당시 남들보다 나이가 많고 손재주가 없었던 류씨에게는 그기회마저 힘들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부인 신씨는 자신이 이 일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생각, 도배사 양성과정을 등록해 교육을 마쳤다. 신씨는 6개월 교육과정을 거친 후 바로 현장에 투입돼 아파트 도배 하자보수팀에 합류하게 된다.


6개월을 꼬박 하자보수팀에서 일하던 신씨는 이것만 가지고는 기술을 배울 수 없다는 판단에 새벽같이 기술자들을 따라다니며 꼬박 1년을 기술 습득에 힘썼다.


신씨는 남편인 류씨보다 늦게 도배사의 길로 들어섰지만 실전에서는 선배였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신씨는 자신이 습득한 기술을 류씨에게 전수했다.


재주는 없었지만 끈기와 열정은 누구 못지 않았던 류씨는 집의 한쪽 벽을 실습장으로 만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벽지를 뜯고 바르는 작업을 반복했다.


신씨는 “이 일은 눈썰미와 손재주도 있어야 하는데 남편은 남들보다 손재주가 없어서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며 “하지만 남편은 하루에도 몇 번씩 집의 벽지를 뜯고 바르면서 남들보다 두 세배 노력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며 처음 시작할 때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신혼집을 꾸며 줄 때 가장 기분 좋고 좀 더 신경이 쓰인다”는 류씨는 “원래 신혼집 꾸며 주면 천당 간다”는 얘기를 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지저분했던 집이 도배를 한 후 깨끗해지면 가장 뿌듯하다는 류씨 부부. 늘 시간에 쫓기지만 시간이 남을 때는 고아원이나 어려운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도배를 해주는 이웃사랑 실천도 마다치 않는다.
류씨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때 이 기술 하나로 맨주먹에서 다시 일어났다”며 “이 기술은 자신이 가진 것은 없어도 남을 도울 수 있어 도배사들은 봉사활동도 많이 한다”며 고객들에게 행복을 주는 도배사의 직업에 자부심을 내비쳤다.
/이미영기자 lmy@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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