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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44>-깨달음의 길

‘부처의 법맥을 마지막 받은’혜능-소설가 이재운

“옛날에 달마 존자께서 처음으로 중국에 오셨을 때 의발을 전하는 것을 믿음의 상징으로 삼았던 것이 오늘 너한테 이른 것이다. 그러나 원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여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니 부처님마다 오직 본체를 전하시고 조사마다 그 본심을 보이셨던 것이다. 그런데 이 의발은 자칫 불가의 화근이 되기 쉬우니 네게서 끊고 더 이상전하지 말라.” 이렇게 해서 혜능은 육조가 되었다. 오랑캐인 혜능을 선종의 최고 지도자로 양성한 홍인이야말로 인류 평등을 실천한 박애주의자였던 것이다. 만물에 불성이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몸소 실현해보인 것이다.

여기에서 달마가 혜가에게 법맥을 전할 때 했던 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달마는 꽃이 피면 열매가 맺힌다는 자연법을 말했다. 즉 다섯 잎의 꽃잎이 피면 열매가 맺을 것이고 그런 다음에는 의발을 전하지 말라고 했었다. 열매 속에는 수많은 씨가 들어있을 것이고 그 씨가 바로 의발이라는 의미도 있고, 의발에 눈먼 후세의 스님들을 경계하기 위한 말이라는 견해도 있다. 과연 혜능은 의발을 지키기가 어려웠다. 홍인에게서 의발을 받은 즉시 절에서 도망나와 멀리 달아났지만 의발을 차지하려는 어리석은 스님들이 끝까지 그를 추적하였다. 기록에는 혜능이 여기저기로 피해다녔다고 나오고, 의발을 빼앗으려는 스님들은 곳곳을 이 잡듯이 뒤지며 혜능을 잡으려고 혈안이었다고 한다. 중국 선종은 이렇게 하여 전국적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열반의 길

712년 7월 1일, 혜능은 보림과 교화를 모두 마치고 열반 준비를 시작했다. 여기서 보림에 대해서 언급해야 할 것 같다. 보림(保任)이란 깨달음을 스스로 참구하는 것이다. 자기가 깨달은 내용을 정리하고 다듬거나 그 깨달음을 바탕으로 자신의 카르마를 지우는 작업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돈오돈수냐 돈오점수냐 하는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지만 그런 차원이 아니다. 카르마의 차원에서만 해석하고 깨달음의 에너지를 증폭시키기 위한 작업이 곧 보림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혜능은 대중 설법을 통하여 이렇게 말했다. “나는 8월이 되면 세간을 떠날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의심나는 것이 있으면 지금 질문해서 그 의심을 풀도록 하십시오. 인연은 항상 마련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대중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이 숙연해졌다. 어떤 사람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도 하고 소리없이 우는 사람도 있었다. 앞으로 한 달 뒤에 열반한다는 말에 제자들은 어이가 없어진 것이다. 아직도 해야할 공부가 태산같은데 스승이 가시고 나면 어떻게 공부를 하겠느냐는 하소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혜능은 대중들의 그같은 마음을 충분히 읽어보고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이 게송으로 내 뜻에 이를 수가 있다. 적어도 공부하는 방향만은 잃지 않을 것이다.” 게송은 수백 명의 머리 위를 봄바람 풀잎 스치듯 부드럽게 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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