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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47>-깨달음의 길

8년만에 혜능의 마음 얻은 회양-소설가 이재운

회양은 옥천사에서 구족계를 받은 뒤에 율장을 익혔는데 하루는 혼자 앉아,

“출가한 이는 무위(無爲)의 법을 배워야 한다”고 길게 탄식했다.

이때에 동학인 탄연(坦然)이 회양의 고매한 뜻을 헤아려 숭산의 혜안(慧安) 화상을 찾아가라고 권고했다. 동학은 동창생이란 뜻이다.

회양은 곧 숭산의 혜안 화상을 찾아가 수업을 했다. 그러나 그다지 확연한 빛을 보지 못한 채 침침한 눈으로 조계의 혜능 스님을 찾아갔다.

첫 상견에서 육조 혜능 스님이 회양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회양이 대답했다.

“숭산 혜안 화상한테서 왔습니다.”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 이 말에 회양은 꽉 막혀버렸다.

아마도 독자들은 회양의 고민을 벌써부터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를 것이다. 이미 이런 류의 질문과 대답이 앞서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에 반쯤은 깨달았다고 믿고 있는 독자도 생겼을 것이다. 그러나 회양은 말로써 깨닫기 위한 것이 아니라 뜻으로 느끼기 위해서 고민했다. 그가 무엇을 어떻게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냈는지는 알 수 없다.

회양은 그 말의 진의를 탐구한 지 8년만에야 혜능의 앞에 나아갔다.

“한 물건이라 해도 맞지 않습니다.”

“그러면 닦으면 닦이는 것인가?”

“닦는 일은 없을 수 없으나 더럽힐 수는 없습니다.”

“이 더럽힐 수 없는 것만이 부처님들이 걱정해 주신 것이지. 그대도 그렇고 나도 그렇다. 서천의 반야다라 삼장의 예언에 의하건대 그대의 제자 가운데 망아지 하나가 끼어서 천하 사람을 다 밟아 죽인다 했으니 모두 네 마음 속에만 간직해 두고 너무 급히 말하지 말라.”

이 말에 회양은 확연히 깨닫고 육조 대사 곁에서 7년간을 시봉하고 712년에 남악의 반야사에 들어가 살았다. 그곳에서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교화에 진력하였다.

회양은 여섯 명의 제자에게 인가를 해주었다.

“그대들 여섯 사람이 함께 나의 몸을 증득하여 제각기 한 부분에 계합되었다. 하나는 나의 눈썹을 얻었고(常浩), 하나는 나의 눈을 얻었다(智達). 하나는 나의 귀를 얻었고(坦然), 하나는 나의 코를 얻었다(神照). 하나는 나의 혀를 얻었고(嚴峻), 하나는 나의 마음을 얻었다(道一).”

이 말은 마치 달마가 제자들에게 인가를 하면서 했던 말과 비슷하다. 누구는 달마의 가죽을 얻었고, 누구는 달마의 살을 얻었고, 누구는 달마의 뼈를 얻었고, 누구는 달마의 골수를 얻었다고 했었다. 그래서 달마의 골수를 얻었다고 평을 한 혜가(慧可)에게 불법을 전수시켰던 것이다. 여기에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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