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定慧)를 떠나서 어떤 법으로 사람들을 가르치십니까?”
혜란 지정혜, 즉 앎과 선정과 슬기의 세 가지 가운데 선정과 슬기를 말한다.
석두가 대답했다.
“자네는 허공을 잡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오늘부터 시작할 것이 없겠습니다.”
“자네는 언제 거기서 왔는가?”
“저는 거기의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벌써 그대가 온 곳을 알고 있다.”
“어째서 사람을 속이십니까?”
“자네의 몸이 현실에 있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만 끝내는 무엇으로 후세의 사람들에게 보이십니까?”
“누가 후세 사람인데?”
도오는 그제서야 불법을 제대로 찾았다. 주소를 얻어쥔 지 8년 만에 평생을 걸려서라도 찾아내려던 불법을 찾아낸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라고 석두가 가리킨 곳에 그것은 있었다. 도오는 앞의 두 선사에게서 얻은 마음의 자취를 모두 지워버렸다. 이제는 찾을 걸 찾았으니 주소는 없어도 되기 때문이다.
도오가 자신의 임종을 대중에게 알린 뒤에 침대, 책상, 의자 등을 맡는 스님을 조용히 불렀다. 아마도 아끼는 제자였는지 임종에 앞서 깨달음의 기회를 한번 더 주려는 것이다.
그 스님이 도오에게 바짝 다가가자 도오가 나즉히 물었다.
“알겠니?”
“뭘요?”
“알겠니?”
“모르겠는데요.”
도오는 그 순간 목침을 번쩍 들어 방바닥에 내던지면서 입적하였다.
죽음을 앞두고 한 소식 가르치려 하던 도오가 불만스럽게 떠나버렸다. 인연이 닿지 않는 것까지야 어쩔 수 없는 것이라는 듯이. 향수는 60세, 법랍은 35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