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제자를 가르칠 때에는 자기가 경험한 상황으로 제자를 몰아놓고 같은 깨달음을 얻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흥화의 깨달음에서 대각의 깨달음을 찾아보기 바란다.
흥화(興化)가 원주로 있을 때였다.
절에서 살림을 맡은 스님을 원주라고 부른다. 어느 날 대각이 흥화를 불러 물었다.
“내가 듣자하니 네가 남쪽 지방을 두루 다녀봐도 불법을 아는 사람을 하나도 만나지 못했다면서? 그 말이 사실이라면 너는 왜 그런 말을 해야 했느냐?”
흥화가 대답 대신에 할을 했다.
할은 앞서도 설명한 바 있지만 꽥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할은 원래 스승이 제자에게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여기에서는 제자가 스승에게 할을 했다. 스승을 깨우치자는 뜻이 아니라면 무슨 뜻일까.
아무튼 제자의 할을 받은 대각은 흥화의 따귀를 갈겨버렸다.
흥화가 또 할을 하자 대각 역시 또 몇 대 갈겼다.
이튿날 대각은 법당 앞을 지나가는 흥화를 불러세웠다.
“원주야! 난 어제 네가 한 할을 아직도 못 풀고 있다. 좀 말해주련?”
그러자 흥화가 대각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제가 평생 배워 두었던 것을 화상에게 몽땅 빼앗겼군요. 바라건대 제게 법문을 내려주십시오.”
“이런 바보 녀석이 제 허물을 스스로 드러내는구나. 옷을 걷어올리고 이리와 서라.
내가 시원하게 때려주리라.”
흥화는 그 순간 즉각 마지막 고비를 떨쳐버리고 오도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