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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58>-깨달음의 길

스승을 문 호랑이-소설가 이재운

 

황벽은 어린 나이로 일찍 출가하여 선원을 돌아다니면서 참선을 했다.

나이가 들어 선지식을 친견하기 위해 다니다가 마조를 찾아갔다. 그러나 마조는 이미 입적한 뒤였고 그곳에는 마조의 법을 전수한 백장 선사가 대신 있었다.

황벽은 백장에게 마조의 평소 법문을 대신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백장이 마조를 친견했을 때의 경험담을 이야기했다.

“내가 한 번은 방장에 들어가니 화상께서는 잠자코 불자(拂子)를 들어보이셨네. 그래서 내가, ‘다만 그것뿐, 딴 것이야 있나요?’ 하고 말했지.

그러자 화상은 불자를 선상(禪床)에 도로 내려놓으시면서 내게 이렇게 묻더군.

‘네가 장차 후학을 가르친다면 무엇으로 어떻게 하겠느냐?’

그래서 나는 선상의 그 불자를 들어보였지. 그러자 화상은 내가 했던 그대로, ‘다만 그것뿐, 딴 것이야 있겠나?’ 하고 말하시더군.

그래서 내가 불자를 선상에 내려놓고 자리에 앉으려 했거든. 그런데 그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함성이 나를 박살내고 말았다네. 그때 난 화상의 할에 나는 사흘이나 귀가 안 들리고 눈앞이 캄캄했다네.”

넋을 잃고 백장의 말을 듣고 있던 황벽은 순간 뭔가 짚이는 게 있었다.

황벽은 그 후 따로 열심히 정진을 했다.

어느 날 백장이 삼문 밖에서 걸어오고 있는 황벽을 보고 물었다.

“어디 갔다 오나?”

“산사락에 가서 버섯을 땄습니다.”

“호랑이는 보지 못했나?”

그러자 황벽은 버섯 바구니를 내려놓고 땅바닥에 엎드려 호랑이 흉내를 내면서 백장을 물려고 했다.

“어흥! 어흥!”

백장도 지지 않고 즉각 응수를 했다. 그는 큰 도끼를 드는 시늉을 하더니 힘껏 내리쳐보였다. 그러자 황벽이 벌떡 일어나 백장의 따귀를 갈겼다. 백장 역시 황벽을 붙들어 머리를 쥐어박고는 껄껄 웃으면서 헤어졌다.

이튿날 백장은 설법을 마친 뒤 대중에게 주의 사항을 알렸다.

“산 밑에 큰 호랑이가 한 마리 있으니 대중은 각별히 조심해라. 내가 어제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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