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을 들어 후에 위산( 山)과 앙산(仰山)이 나눈 이야기가 있다.
“앙산, 자네는 이 얘기를 듣고 무얼 느꼈나?”
“위산 스님이 먼저 말씀해보시지요.”
“글쎄. 나같으면 그때 백장 스님이 황벽을 도끼로 때려죽였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토론하는 수고도 필요 없을 것 아닌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백장 스님은 호랑이의 머리에 올라탈 줄만 알았지 꼬리를 잡을 줄은 몰랐던 것 같습니다.” 그러자 위산이 말했다.
“자네 말이 너무 심하군.”
황벽은 그 후 백장의 법을 받아 운수를 하면서 말 그대로 구름따라 물따라 전국 도량을 돌아다니며 보림에 힘썼다.
그러던 중 홍주 용흥사에 있을 때였다. 황벽은 신분을 숨기고 평범한 객승으로서 심부름과 청소를 하면서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고을 자사인 배휴가 절에 찾아왔다. 배휴는 법당에 그려진 벽화를 가리키면서 그게 누구냐고 물었다. 그래서 그를 안내하던 스님이 고승(高僧)의 상이라고 대답해 주었는데 배휴는 그걸 꼬리잡아 다시 물었다.
“형상은 볼 만하군. 그런데 저 고승은 지금 어디 있소?”
안내를 맡은 스님은 무슨 질문인지를 몰라 어리둥절 하기만 했다.
“이 절엔 선승(禪僧)도 없소!”
“글쎄요, 요즘에 한 스님이 와 있는데 선승같이 보입니다.”
배휴가 그 스님을 만나보자고 했다. 마침내 선승같아 뵌다는 스님과 배휴가 대면했다. 배휴 앞에 선 스님은 바로 황벽이었다.
“이게 무슨 그림이소?”
“고승의 상입니다.”
“그 고승은 어디 있소?”
똑같은 질문이었다. 그러나 다음 순서가 달랐다. 황벽은 배휴 의 얼굴에 대고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배휴!”
“예!”
배휴는 얼떨결에 대답했다.
그러자 황벽이 대뜸 화살같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배휴는 그제서야 껍질을 깨고 그 자리에서 제자의 예를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