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마음이 부처라는 말이 무슨 뜻이냐는 무업의 질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마조는 글 공부를 너무 많이 한 무업이 뭔가 색다른 문자를 원하고 있는 자세를 비판했다. 글로 된 논리라는 것은 집을 짓듯 1층 위에 2층을 올리고, 2층 위에 3층을 올리는 것이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
세상에 있는 그대로가 진실일 뿐 더 캐볼 것도 찾아볼 것도 없다는 말이다.
그래도 무업은 달마가 전했다는 심인(心印)이 도대체 어떻게 생긴 도장이냐고 한번 더 물었다. 아무에게나 꾹 눌러 찍어주면 다 깨닫는 만능 도장이 존재하는 냥 질문을 한 것이다.
스승은 제자의 논리를 깰 대답을 준비했다. 이 친구는 너무 논리적이구나.
물론 논리적인 것은 좋지만 제 카르마 안에서만 논리적인 게 문제다. 제 지식에 갇혀 생각이 뻗어나가지를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마조는 무업을 단단히 실망시키는 말을 한다. 네 머리 속이 너무 헝클어져 뒤숭숭하니 나하고 얘기가 안 되겠다, 다음에 시간 있으면 한번 찾아와보고, 그러면 만나는 주마 하는 식이다.
이 말이 무업을 실망시켰다. 허탈해진다. 수십 년간 좋다는 경전은 다 읽고 유명하다는 책은 다 섭렵했는데 일자무식으로 책상다리나 하고 앉아만 있던 늙은이에게 혼쭐나서 돌아가는 자기 자신이 처량해졌을 것이다. 마음의 질서가 무너진 것이다.
그동안 무업을 지탱해왔던 논리가 한꺼번에 무너졌다. 그 무너진 논리 위에 마조의 메스가 날카롭게 떨어졌다.
이게 무엇인가? 천상천하(天上天下)에 유아독존(唯我獨尊)하고 변하지 않는 만고불변(萬古不變)의 불성(佛性), 이게 무엇인가? 마음의 조화, 마음 한번 돌이키는 공부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 순간 꽉 막혀 있던 무업의 마음 속 응어리가 마조의 한 마디 말칼에 슥 잘려나갔다. 무업이 황홀한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마조 앞에 넙죽 엎드려 절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