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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66>-깨달음의 길

부처과거란 위없는 진리 깨닫는 것-소설가 이재운

 

과거를 보러가던 중 어느 여관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날 밤 하얀 광명이 방 안에 가득찬 꿈을 꾸었다. 그래서 점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것은 ‘공(空)’을 깨우칠 좋은 징조라고 풀이했다. 공을 깨우친다는 것은 불법 즉 위없는 진리를 깨닫는다는 것이다. 마침 같은 여관에 머물던 한 선객(禪客)이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단하를 찾았다.

“선생은 어디를 가시는지요?”

“과거 보러 갑니다.”

“벼슬 과거가 어디 부처 과거만이야 하겠습니까?”

“그래요? 부처 과거를 보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데요?”

“지금 강서에는 마조라는 큰 스님이 세상에 나타나셨다는데 그곳으로 가보시오.”

단하는 그 길로 강서로 방향을 돌렸다. 마조를 찾아가니 마조는 단하를 돌아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남악의 석두 화상을 스승으로 모시게나. 난 자넬 가르칠 능력이 모자라.”

당대의 제일승이 가르쳐준 스승이니 오죽 도력이 높을까 마음 설레며 그는 남악까지 달려갔다. 자기를 인정해준 것 같아 뛸듯이 기뻤던 것이다.

남악으로 달려간 그는 마조가 시킨 대로 석두를 찾았으나 석두는 더 차가웠다.

“방앗간에 가서 일이나 해라.”

단하는 그 뒤로 3년 동안 부엌일을 거들며 석두의 부름만을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석두는 대중을 불러 불전 앞의 잡초를 뽑으라고 했다. 대중과 아이들까지 나서서 제각기 풀을 뽑고 있었으나 단하만은 큰 대야에다 물을 떠놓고 석두 앞에 꿇어 앉았다.

그것을 본 석두가 웃으면서 단하의 머리칼을 깎고 계를 설하려 했다. 그러자 단하는 귀를 틀어막고 그곳을 뛰쳐 나갔다. 3년 동안의 세월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다. 그 길로 강서의 마조를 다시 찾아간 단하는 마조를 친견하기에 앞서 부처님을 모셔놓은 큰 방으로 가서는 많은 대중이 보고 있는 가운데 문수 보살상의 목을 타고 앉았다. 기겁을 한 대중이 마조에게 달려가 그 사실을 알렸다. 마조가 즉시 달려가 그 모습을 보면서 조용히 말했다.

“내 자식아, 너무 천연스럽구나!”

그러자 문수 보살상을 타고 앉아 있던 단하가 얼른 내려와 마조에게 절을 올렸다.

“이름을 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조가 물었다.

“어디서 왔느냐?” “석두에서 왔습니다.”

“길이 미끄러웠을 텐데 넘어지진 않았느냐?”

“넘어졌다면 어떻게 왔겠습니까?”

그때부터 단하는 천연이라는 이름을 즐겨 썼다. 마조의 인가를 얻은 천연은 전국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교화를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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