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산은 모든 생의 그림자를 거두어놓고 열반을 준비했다. 죽는 사람이야 죽으면 그만이려니 생각하지만 선사들은 죽음마저 교화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그것도 남의 죽음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죽어보임으로써 제자들을 깨우치려고 하였다. 약산은 은근히 최후 설법을 마련했던 것이다. 약산의 최후 설법은 문답식이 아니었다.
그는 임종 직전에 갑자기 큰 소리로 이렇게 외쳐댔다.
“법당이 쓰러진다! 법당이 쓰러진다!”
약산의 임종 설법을 들으려고 귀를 세우고 기다리던 대중은 이 소리에 모두 일어나 법당으로 달려갔다. 저마다 기둥에 들러붙어 등을 받쳐대자 약산은 씁쓸하게 손을 내저었다.
“내 마음을 아는 이가 이토록 없단 말인가!”
대중이 모두 법당 기둥을 부둥켜 안고 씨름하는 사이에 참 법당은 소리없이 쓰러졌다. 쓰러졌다기보다는 인간의 눈으로부터 떠나간 것이었다.
향수는 84세이고 법랍은 60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