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6.8℃
  • 맑음강릉 31.6℃
  • 구름많음서울 28.7℃
  • 맑음대전 27.9℃
  • 맑음대구 28.5℃
  • 맑음울산 27.6℃
  • 맑음광주 27.6℃
  • 맑음부산 28.1℃
  • 구름조금고창 27.3℃
  • 맑음제주 29.2℃
  • 구름많음강화 25.9℃
  • 맑음보은 26.1℃
  • 구름조금금산 26.8℃
  • 맑음강진군 26.6℃
  • 맑음경주시 27.2℃
  • 구름조금거제 27.6℃
기상청 제공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84>-깨달음의 길

‘스승의 은혜’ 보답하는 길-소설가 이재운

신찬은 스승에게서 깨달음을 구하지 못하고 절에서 나와 구름처럼 강물처럼 흘러다녔다. 그러던 중에 백장(百丈懷海,749~814) 선사를 만나 가르침을 받았다.

백장의 오묘한 선문답에 신찬의 근기가 들어맞아 오도를 이룬 것이다.

보림을 마치고 옛 스승에게 돌아온 그는 머리를 깎아준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는 가장 가치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신찬은 스승이 깨달음을 얻을 때까지 공부를 열심히 도와 스승을 오도의 경지로 밀어주는 것이 지금까지 자신을 보살펴 준 스승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하였다.

행각에서 돌아온 제자에게 그의 스승이 궁금히 여기며 물었다.

“넌 내 곁을 떠나서 무엇을 얻어 왔느냐?”

“아무 것도 얻은 게 없습니다.”

깨달음은 얻는 게 아니라 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석탄 수천 톤을 산더미처럼 가지고 있는 것보다 원자폭탄 하나 간직한 게 더 강한 것처럼. 태양보다 더 큰 별이 사각설탕 하나만한 블랙홀보다 중력이 낮을 수 있다.

그 후 어느 날 그의 스승이 목욕을 한다면서 신찬을 불러 등을 밀게 했다.

스승은 신찬이 어떠한 체험을 하였는지도 몰랐고 더구나 아직 깨달음을 얻지 못한 그로서는 신찬을 과거에 자기 밑에서 불경을 익히며 공부하던 평범한 제자 이상으로는 생각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옛날에 하던 습관대로 신찬에게 등을 밀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언제나 스승을 깨우치게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만을 갈구하던 신찬에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 마련된 셈이었다.

신찬이 스승의 등을 문지르면서 퍽 안타까운 듯 혀를 차며 혼잣말을 했다.

“불전은 우람한데 부처님이 안 계시구나.”

그 말을 들은 스승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무슨 말이냐?”

신찬은 스승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대답을 해주었다.

“부처는 안 계셔도 광명(光明)은 놓을 줄 아는군요.”

그래도 실패였다. 별 놈 다봤네 하는 반응밖에 보이지 않았다.

신찬은 열심히 스승을 깨우쳐보려고 했으나 전혀 반응이 나타나질 않았다.

그래서 그는 더 좋은 계기를 만들기 위하여 늘 스승과 함께 지내며 스승을 돕기도 하고 자잘한 심부름까지 맡아서 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