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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85>-깨달음의 길

스승을 오도의 길로 안내하다-소설가 이재운

 

어느 날 스승이 경을 읽고 있는 방 안으로 벌 한 마리가 들어왔다.

벌은 큰 소리로 붕붕거리며 나가려고 했지만 창호지에 부딪쳐 떨어지기만 거듭할 뿐이었다. 신찬이 그것을 놓치지 않고 스승에게 말했다.

“세상 넓기가 말할 수 없이 넓은데도 창호지만 두드리고 있으니 나귀해가 되면 나가려고 그러는지!”

나귀는 십이지에 들지 못한 동물이므로 나뀌해는 없다. 그러므로 절대 불가능하다는 뜻의 비유로 선화(禪話)에 많이 나오는 말이다.

스승이 그제야 뭔가 느끼는 게 있는지 경을 덮으면서 신찬에게 물었다.

“운수 중에 누구를 만났느냐? 네가 돌아오면서부터 하는 말을 죽 들어보자니 이상한 게 많구나.”

“백장 화상에게서 쉴 곳을 배웠사온데 이제 스승의 덕을 갚으려는 것뿐입니다.”

그러자 스승이 기뻐하며 대중을 불러들여 함께 설법을 청했다. 신찬은 법상에 올라가서 스승과 도반을 위해 설법을 내렸다.

스승은 감복하여 제자인 신찬을 의지하며 배우기를 게을리하지 않았고 신찬 또한 스승의 나이가 고령임을 알면서도 여러 가지 방편으로 스승을 오도의 길로 안내하려고 애를 썼다.

다음 생의 깨달음을 위한 발판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스승을 모신 신찬은 선사에 빛나는 행적을 남긴 것이다.

그래서 다시 붙은 사족이 있다.

부처님은 그의 아내를 출가시켰고, 젖을 얻어먹으며 응석만 부렸던 그의 유모 겸 이모도 출가시켜 가르쳤다. 아버지를 위해 가르침을 주기도 하였다.

깨달은 사람이 겪는 고통 가운데 가장 큰 것이 있다면 주변에서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에 너무도 존경스러워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스승을 집에까지 찾아갔다가 실망하고 온 일이 있었다.

나는 너무도 존경스러워 그 분과 조금이라도 더 얘기하고 싶은데 그 분의 부인과 아이들은 보통 남편, 보통 아버지로 홀대하였기 때문이다. 식구 가운데 아무도 그 분의 고상한 말씀을 들으려하지 않았다.

참고서를 사야겠으니 돈을 내놓아라, 차 좀 더 좋은 걸로 바꾸자, 남보기 창피하니 그 낡은 양복 좀 벗어던져라.

나는 그런 삶 속에서 껄껄 웃으면서 또다른 생활을 하는 스승을 보고 여러 가지 착잡한 느낌을 받았었다. 그의 학식과 덕은 가정에서는 무용지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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