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구름많음동두천 26.8℃
  • 맑음강릉 31.6℃
  • 구름많음서울 28.7℃
  • 맑음대전 27.9℃
  • 맑음대구 28.5℃
  • 맑음울산 27.6℃
  • 맑음광주 27.6℃
  • 맑음부산 28.1℃
  • 구름조금고창 27.3℃
  • 맑음제주 29.2℃
  • 구름많음강화 25.9℃
  • 맑음보은 26.1℃
  • 구름조금금산 26.8℃
  • 맑음강진군 26.6℃
  • 맑음경주시 27.2℃
  • 구름조금거제 27.6℃
기상청 제공

깨달음의 노래, 해탈의 노래<86>-깨달음의 길

깨달음은 우주가 함께 깨닫는 것-소설가 이재운

이 글을 읽는 독자들 가운데에도 늙은 부모를 둔 분이 있을 것이다.

고백하자면 내가 바로 그렇다. 그 분들은 일제 삼십육 년과 해방, 육이오, 사일구, 오일륙을 겪으면서 살기에 너무 바빠 무식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이런 책의 한 쪽을 다 읽지 못한다. 도대체 아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모른다.

그런 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고기 사서 맛있는 음식 해드리고 잠자리 따뜻하게 해주는 것을 바란다.

게다가 아는 건 판검사니 군수니 도지사니 하는 벼슬밖에 없어서 출세하고 돈 많이 벌어오기를 바란다.

그래서 출가자는 가족과 얽힌 인연을 싹둑 잘라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가족이라는 굴레를 벗어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이야말로 전생으로부터 내려오는 카르마의 가장 큰 덫이다. 알렉산더의 매듭처럼 매듭을 풀려고 애쓰지 말고 매듭 자체를 칼로 쳐버리는 것이 더 좋은 것인가.

그런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고 짐작하는데, 가족을, 출신 배경을 컴플렉스로 숨기고 있는 사람들과 한번쯤 실컷 얘기해보고 싶은 부분이다.

신찬은 그의 스승을 깨우치기 위해 참으로 많은 애를 썼다.

깨달음은 나만이 깨닫는 게 아니고 함께 깨닫는 것이다. 우주가 함께 깨닫는 것이라고도 한다.

임종을 느낀 신찬은 삭발과 목욕을 마친 다음 종을 쳐서 대중을 불러 모았다.

“여러분은 소리없는 삼매를 아는가?”

대중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소리없는 삼매의 소리를 들려줄 테니 조용히 들어봐. 다른 생각 말고.”

대중들은 숨을 죽이고 굉장한 일갈이 내려지나보다 하면서 잔뜩 귀를 기울였다.

침 삼키는 소리만이 이따금 날 뿐 수많은 사람이 않아 있는 법당이 조용했다. 시간이 한참 흘러 지루해진 대중들이 두리번거리다가, 참지 못하여 일어나 스승에게 다가갔다.

신찬은 벌써 소리없는 삼매를 보인 뒤였다. 어리석은 대중들은 아무도 소리없는 삼매를 듣지 못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