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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몸짓’ 뜨거운 열정

오페라 ‘도와주세요…’ D-7 연습실 생생 스케치
배우 스태프 찜통더위 구슬땀

 

“고개 들고!”, “좀 더 앞으로 나와야지!”

11일 오후 6시 오산문화예술회관 대연습실은 어린 배우들의 자세와 잘못을 지적하는 연출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코리안체임버오페라단 이은순 대표다.

이 대표는 연습이 진행되는 동안 단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배우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몰입했다.

혹시라도 배우들의 연기에 실수는 없는지, 동선과 시선처리가 어색하지는 않은지 예리하게 살피는 그의 표정에서 사뭇 엄숙함마저 느껴졌다. 잠시 휴식시간이 끝나고 다시 연습이 시작됐다.

반짝이는 복장을 한 글로벌링크(외계인)가 나타났다. 바로 오페라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글로벌링크스’의 한 장면이다. 극 중 외계인역을 맡은 청소년들이 무대 앞으로 나오기 시작하자 이 대표의 엄한 목소리가 다시 연습실을 울렸다.

“좀 더 앞으로 나오고, 그렇지…, 나오면서 고개는 들어야지, 그렇지…”

이 대표의 계속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어린 배우들의 표정에는 오히려 환한 웃음이 묻어났다. 연습실 바깥쪽에서는 바닥에 대본을 내려놓고 대사를 읊거나 동선을 맞춰보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배우들과 스텝들 역시 구슬땀을 흘리기는 마찬가지.

이미 국내·외 여러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명배우들이지만 이들 사전에 ‘대충’이란 없어 보였다.

특히 청소년들의 실수로 연습이 끊길 때면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웃음으로 감싸며 하나하나 지도하는 모습에서 오페라에 대한 이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어느새 연습실은 이 대표와 배우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찼다.

이 대표를 비롯해 성악가 10명, 오산지역 초·중·고교생 24명 등 34여명은 지난 5월 초부터 매주 화·수·토요일 오페라 ‘도와주세요…’를 연습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은 제9회 서울소극장 오페라 축제에 초청을 받아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도와주세요…’(연출 김문식)를 공연한다.

현대음악의 거장 잔 카를로 메노티의 1968년작 오페라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글로벌링크스’는 청소년들이 지구를 침략한 외계인들을 음악으로 물리친다는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희망적 메시지가 담긴 작품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국내 무대에서의 첫 공연을 앞두고 오늘도 밤 늦도록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이 대표와 배우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열정이 묻어나왔다.

“시민 청소년 아우르는 종합무대”

 

수려한 외모 만큼이나 화려한 이력을 가진 이은순(46) 대표는 지난 2003년 문화 불모지 오산에 오페라 문화의 씨앗을 뿌렸다.

이화여대 성악과를 졸업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니끼까이 오페라 연구소를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50여편에 달하는 초연 오페라와 콘서트 등에 출연했다.

이후 오산으로 내려와 문예회관이 개관된 2004년 시립합창단, 지난해 청소년합창단을 차례로 창단한 그는 해마다 20회에 달하는 오페라 공연을 오산에서 소화해내고 있다. 그의 오페라는 청소년과 시민, 전문 배우들이 함께 어우러진다는 특징이 있다.

오산에 터를 잡기 전인 1998년에는 서울에서 오페라 대중화를 목표로 한국레시타티보연구회(현 코리안체임버오페라단)를 창단, 국내 초연 작품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그는 청소년과 시민, 전문 배우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를 만들고, 훗날 국내 오페라계를 이끌 인재 육성을 하는 일을 사명이라 여기고 있다. 이 대표는 “성악, 관현악, 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모두 어우를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오페라가 가진 힘”이라며 “앞으로도 클래식 음악 저변화와 오페라 활성화를 위해 온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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