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들을 보고 감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억척스런 ‘아줌마’라고 할 수 있을까.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줌마 록 밴드’는 안산지역 40~50대 주부들로 구성된 사회봉사동아리다.
창단된 지 5개월도 채 안 된 병아리 밴드지만 안산에서는 이미 초등학생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수백명의 팬을 거느린 ‘인기그룹’으로 통한다.
지난 3월20일 안산시 본오 2동 주민자치센터 사회봉사동아리로 시작된 ‘줌마 록 밴드’는 박창숙(48·키보드), 조의철(47·리드보컬), 이진(43·보컬), 서희순(52·키보드), 이선희(43·일렉기타), 김정환(46·베이스), 이미연(48·드럼)씨 등 모두 11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당시 ‘악보나 음표를 몰라도 상관없다’는 본오2동사무소의 플래카드를 보고 무작정 음악세계에 발을 들였다.
평생 남편과 아이 넷을 뒷바라지 하느라 자신을 잊고 아내로, 엄마로만 살아왔다는 이선희씨는 “음악을 접한 뒤부터 몇 년간 앓아왔던 주부 우울증이 씻은 듯 없어졌다”며 “음악이 인생의 날개를 달아줬다”고 말했다.
팀의 맏언니이자 리더인 서희순씨는 “이 나이에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것에 말로 표현 못할 자부심과 벅찬 긍지를 느낀다”며 “많은 사람들이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삶의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창숙, 김정환씨는 “하고 싶은 일을 통해 남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밴드 결성 넉달 만에 벌써 다섯 번에 걸친 공연을 성공리에 마친 ‘줌마 록 밴드’는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자선음악회를 여는 등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본격적인 사회봉사에 나설 예정이다.
그 동안 넘치는 끼와 열정을 어떻게 참아왔느냐고 묻자 기다렸다는 듯 다시 한번 속사포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잖아요. 아줌마들이 아니었다면 이 나이에 록을 한다는 건 꿈도 못 꿨을 거예요. 우릴 보고 웃어주는 사람들, 희망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면 손가락이 부르트고 목이 터질 때까지 노래할거에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최대한 즐기면서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