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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formance review]파랑새를 찾아서

어른들도 반한 童心의 세계

 

제11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지난 16일부터 장안공원을 비롯한 화성(華城) 일대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특히 올해 연극제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국·내외 극단들의 작품들을 탁 트인 야외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깊어가는 8월의 밤을 연극의 향기로 물들이고 있는 연극제의 기대작들을 만나본다.

20일 장안문 무대에 오른 독일 ‘톤 운드 키르슈엔’ 극단의 ‘파랑새를 찾아서’는 ‘행복은 의외로 가장 가까이에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한 연극이었다.

벨기에 마테를링크의 동화극 ‘파랑새’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이번 작품은 잃어버린 꿈과 인생에 대한 명상을 담고 있다. 다소 진부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 콜롬비아, 스위스, 모로코 등 각기 다른 국적을 가진 배우들의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인형극적 요소와 라이브 무대의 조화로운 융합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개막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작품은 기대 이상의 힘을 갖고 있었다. 20분 가까이 지연된 공연시간에 불쾌했던 마음도 연극이 끝난 뒤 언제 그랬냐는 듯 말끔히 가셨고, 배우들의 열연이 빚어낸 잔상은 극장을 나선 뒤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 편의 만화영화를 보는 듯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였던 배우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종일관 과장된 연기를 통해 공연의 매력을 더했던 배우들은 공연 내내 맨바닥인 무대에서 구르고 뛰는 것을 반복하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의 웃음을 유발했다. 무대는 단순한 장치 몇 가지가 전부였지만 오히려 그 점은 관객들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했다. 특히 배우들은 전통적인 프로시니엄(액자형) 무대를 거부하고 객석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자유로움을 연출해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극 속으로 안내했다.

말하는 개, 고양이, 빵, 빛의 등장도 흥미롭다. 극 중 파랑새를 찾아 나서는 치르치르와 미치르 남매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이들이 없는 ‘파랑새를 찾아서’라면 과연 어땠을까. 특히 익살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준 개와 고양이의 연기는 ‘톤 운드 키르슈엔’ 극단을 가히 세계 최고의 극단이라 할 만 했다.

긴장감 넘치는 극 전개와 빠른 장면전환, 무대 옆에서 직접 라이브로 연주되는 배경음악도 관객들의 흥미를 자극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낼 장면도 적지 않다.

죽은 할머니와 할아버지, 떡갈나무가 쓰고 나온 독특한 가면들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한 꼬마 관객은 떡갈나무가 쓰고 나온 가면에 너무 놀라 울음보를 터트리기도 했다.

남매가 미래의 땅에서 만난 파란 아이들은 하나 같이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는 파란 가면을 쓰고 나와 무게 추를 이용, 날아가는 파랑새의 모습을 형상화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와~”하는 관객들의 탄성과 함께 가장 큰 박수갈채를 자아낸 장면이다.

마침내 찾아낸 파랑새가 관객들의 머리 위를 날아가는 모습도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 장면이었다.

그러나 공연을 보는 동안 몇 가지 포기해야 할 것이 있었다. 야외공연이지만 무대와 객석의 공간이 매우 협소해 여유를 부렸다간 자칫 입장 자체가 불가할 수 있다는 점, 입장한 후라도 좁은 객석과 자동차 경적 등 주변의 소음은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점 등이다. 마지막 공연. 22일 오후 9시. 장안문.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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