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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 젖은 농심’ 푹푹 썩어요

철 모르고 내리는 비에 농사 망칠까 전전긍긍
발육 부진 벼 이삭 바라보면 한숨 밖에 안나와
과수농가도 당도 등 품질저하 벌써 출하 걱정

 

장마 보다 더 잦은 비로 농민들이 울상이다.

누렇게 익은 벼 이삭이 온통 황금 물결로 일렁거리는 들녘은 꿈 같은 얘기다.

추석을 20여일 앞둔 9월 초순의 들판이 건져낼 것 없는 쭉쟁이 황무지다.

2만3천217㎡(7천여평)의 벼농사를 짖고 있는 박영희(79·수원시 호매실동)씨.

그는 5일 낮 자신의 황폐한 논을 보며 또 털썩 주저앉았다.

한숨을 길게 내쉬고는 담배만 연신 빨아 들였다. 속은 이미 숯검뎅이 처럼 다 타버렸다.

이상기후로 그쳐야할 비가 오락가락하며 벼의 생장을 늦춰 소출이 크게 줄어들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과일 농사도 그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박씨는 “최근 몇년간 풍년으로 생산단가 상승에도 어느정도 버틸 수 있었다”며 “올해 일조량이 부족해 벼농사도 망칠 판이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한미FTA 체결 등 농업의 업그레이드가 당면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수확의 기쁨으로 한가위를 기대해야할 도내 농민들의 시름이 점점 깊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기상청은 5일부터 6일까지 10∼60mm 정도의 비가 더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농민들의 근심은 더 깊어지게 됐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결실기에는 일조량이 작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데 올해는 연일 계속된 비로 풍년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이달에도 이상기후 현상은 이어져 대풍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벼는 이맘때쯤 잎이 노랗게 물들고 알이 가득차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발육이 부진한 상태다”며 “더욱이 발육이 부진한 상황에서 알도 덜 차 수확량은 큰폭으로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임금에게 진상했던 쌀로 유명한 이천쌀도 이상 기후의 공습을 버티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천시 벼 농가 곳곳은 비때문에 도복(작물이 비나 바람 따위에 쓰러지는 일)된 벼들이 눈에 띄고 있으며, 조생종은 수확조차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병·충해의 일종인 혹명나방에 의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강우가 계속되면 10월쯤 추수되는 종만 생종의 경우도 벼알이 제대로 들어차지 않을 우려가 크다.

더 큰 문제는 민속 최대 명절을 앞두고 대목을 기대하고 있는 과수 농가들의 피해다.

수확량은 예년과 비슷할 전망이나 당도, 맛과 색도 등 품질이 대폭 하락, 제값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전체적으로 일조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수입 과일 등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처지에 이상 기후가 농민들의 노력을 허사로 돌리고 있는 것.

도내 제1의 배 생산 지역인 안성시의 경우 추석전 출하되는 조생종은 당도가 예년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다.

안성시 관계자는 “많은 비로 일조량이 부족한 탓에 벼가 약하게 자라 태풍이라도 오면 벼가 도복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달 맑은 날이 많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9월이면 으레 한반도 기후에 영향을 주고 있는 태풍이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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