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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석-카자흐스탄 국립오케스트라 ‘러시아의 낭만’

강렬하고 우수 어린 선율에 차이코프스키 열정 담아내

세계를 감동시킨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 그의 따뜻한 미소 만큼이나 낭만적인 바이올린 선율이 10월의 마지막 밤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31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서 열린 ‘강동석과 카자흐스탄 국립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러시아의 낭만’.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수교 15주년과 고려인 이주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날 공연은 클래식 애호가들 뿐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소중한 추억을 만들려는 사람들의 기대를 모두 만족시킨 무대였다.

공연은 카자흐스탄의 대표 작곡가 예브게니 그리고리예비치 브루시로브스키가 작곡한 오페라 ‘두다라이’ 서곡으로 막이 올랐다. 정치적 혁명을 위한 투쟁과 사랑을 주제로 한 이 오페라는 아름답고 따뜻한 선율로 꽉 채워져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어 연주된 곡은 강동석이 협연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장조.

차이코프스키가 결혼생활 실패 후 심한 우울증에 빠져 이탈리아와 스위스 등에서 요양생활을 하던 중 작곡한 이 곡은 세련되면서도 강렬한 러시아적인 정취가 물씬 풍기는 것이 특징이다.

지금이야 베토벤, 브람스, 멘델스존 협주곡과 함께 ‘4대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칭호를 누리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이 곡은 평단에서 혹평을 얻었다고 한다.

당대 러시아 바이올린계의 거장이었던 아우어 교수 조차 초연 제의에 난색을 표하며 “기교적으로 보아 도저히 연주가 불가능한 곡”이라고 평했을 정도.

그러나 강동석은 초반부터 열정적인 무대매너와 완벽한 기교로 청중을 압도했다.

1악장은 애수에 젖은 구슬픈 선율 속에서도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는 무대였다.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테크닉의 향연은 폭발하듯 터져 나오는 오케스트라의 야성적인 외침과 어우러져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지그시 눈을 감은 그가 날렵하면서도 부드러운 활 놀림으로 빚어내는 힘차고 유려한 선율은 그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음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악장은 명확한 구분 없이 3악장으로 이어졌는데 이 무대에서도 역시 강동석은 바이올린과 혼연일체가 돼 완벽한 무대를 선보였다. 깊은 감동을 자아내는 우수어린 선율이 절정으로 치닫는 것을 몇 번이나 반복한 후에야 곡은 끝을 맺었다.

지휘자 까나트 아흐메토브의 풍부한 곡 표현력과 탁월한 기량을 선보인 카자흐스탄 오케스트라의 연주도 차이코프스키의 열정을 담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어 연주된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도 러시아의 낭만적인 서정성을 확실히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총 4악장 중 가장 대중적이라는 3악장은 고요한 호숫가와 눈덮인 설원을 번갈아 연상케 할 정도로 달콤했다.

국경의 장벽을 뛰어넘은 최상의 연주로 러시아 음악의 진수를 피부로 느낀 시간, 10월의 마지막 밤은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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