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28 (일)

  • 구름많음동두천 29.9℃
  • 구름많음강릉 35.8℃
  • 구름많음서울 32.0℃
  • 구름많음대전 33.1℃
  • 구름조금대구 34.3℃
  • 구름많음울산 33.2℃
  • 구름많음광주 31.9℃
  • 구름조금부산 31.8℃
  • 맑음고창 32.4℃
  • 구름조금제주 31.9℃
  • 구름많음강화 28.5℃
  • 구름많음보은 32.4℃
  • 구름많음금산 32.7℃
  • 맑음강진군 32.9℃
  • 구름조금경주시 35.0℃
  • 구름조금거제 30.6℃
기상청 제공

[performance review]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최고 제작진 등 완벽 성공 밑거름
작품성에 관객흡입력 갖춘 名作

 

지난 8일 저녁 부천시민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열악한 무대시설만 제외하면 원작, 각색, 연출, 배우, 음악 등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 없는 한마디로 웰메이드(well made) 오페라였다.

부천시와 부천문화재단,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부천필코러스가 힘을 모아 함께 제작한 이 작품은 지난해 부천문화재단이 경기도문예회관협의회와 함께 무대에 올린 오페라 ‘나비부인’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자 ‘오페라 인 부천(Opera in Bucheon)’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지휘자 임헌정이 예술총감독을 맡고 유럽의 정상급 지휘자인 클라우스 아르프와 젊은 연출가 이경재가 진두지휘를 맡았다.

프랑스의 극작가 보마르셰의 희곡 3부작 가운데 첫 번째 작품을 각색한 로시니의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사랑에 빠진 알마비바 백작과 귀족 아가씨 로지나가 돈과 젊음을 탐하는 늙은 바르톨도와 바질리오의 방해를 뚫고 이발사 피가로의 도움을 얻어 사랑의 결실을 맺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작품의 성격에 어울리는 유쾌한 서곡으로 막이 오른 무대는 곳곳에 재치와 유머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무대를 어둡게 한 뒤 노래하는 개개인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쏘아 독창에서 6중창까지 발전해 가는 1막의 피날레와 시시각각 변화를 준 조명과 무대디자인, 기다란 사다리 소품을 활용한 2막의 한밤의 폭풍우 장면, 모든 가수들이 입을 모아 파를란도(많은 양의 대사를 아주 빠르게 노래하는 것)를 하는 장면 등은 관객들을 극 속으로 풍덩 빠지게 하기 충분했다.

재치 있고 익살스런 캐릭터로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의 사랑의 다리가 되어주는 바리톤 송기창도 좋았지만 역시 모차르트와 로시니 전문 테너로서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보여준 알마비바 백작 역의 강요셉은 단연 압권이었다. 그가 피가로의 조언으로 술에 취한 군인과 로지나의 음악선생인 바질리오의 제자로 변장해 바리톨도와 마주한 장면에선 어김없이 폭소가 터져 나왔다.

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을 느낀 캐릭터는 단연 바르톨로 역이었다. 시종 섬세하면서도 풍부한 발성으로 극의 흐름을 안정적으로 이끈 바리톤 정지철은 우스꽝스런 분장으로 개성 있는 캐릭터를 무난히 소화해내며 수천가지 표정으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분장만으로도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분장디자인의 솜씨도 이 작품의 성공에 밑거름이 됐다. 또 상상력 가득한 재치 있는 연출력을 선보인 연출가, 훌륭한 연주로 편안한 관람을 도운 부천필, 안정적인 합창으로 극에 생동감을 불어넣은 부천필코러스 등도 이번 작품의 숨은 공로자이다.

그러나 훌륭한 작품을 뒷받침하지 못한 하드웨어의 부재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은 지 20년이 넘은 ‘다목적용’ 부천시민회관에서 3억1천만원이라는 적은 제작비로 이처럼 훌륭한 무대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공연은 7~10일까지 나흘간의 아쉬운 일정으로 끝이 났지만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앞으로도 부천의 훌륭한 음악적 자원과 함께 소중한 자산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배너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