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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화가’ 고흐 다시 빛나다

가난·고독 예술에 대한 집착
37년 고통의 짧은 생애 조명

고흐를 만나다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 시|노경실 글|문지혁 번역김석규 옮김|가치창조|116쪽|1만4천원.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 가난과 우울증, 자살로 대변되는 그의 삶이 새로운 빛으로 다시 태어났다. 최근 발간된 책 ‘고흐를 만나다’를 통해서다.

반 고흐가 삶의 마지막 고비 속에서 그려낸 그림들에 저자인 메릴린 챈들러 맥엔타이어의 풍부한 시적 상상력이 더해 만들어진 이 책은 한 마디로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읽는, 고흐와의 만남을 실현케 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태양의 화가’ 또는 ‘영혼의 화가’라고 불리는 고흐는 생전에 지독한 가난, 고독, 예술에 대한 끝없는 집착, 발작, 요절 등으로 37년의 짧은 생애 동안 극적이고도 고통스런 삶을 살며 강렬한 작품을 남겼다.

책은 생전에 그가 남긴 ‘회색 펠트 모자를 쓴 자화상’, ‘반 고흐의 침실’, ‘아를의 공원 입구’ 등 22개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또 그가 남긴 편지와 그의 작품을 소재로 한 맥엔타이어의 시, 작가 노경실이 쓴 그에 대한 단상을 함께 싣고 있다. 이렇듯 책은 그림과 시, 글이라는 다양한 소통의 통로로 고흐의 작품들이 빛과 색채 그리고 형식을 통해 어떻게 신성한 존재를 드러내는지, 어떻게 영혼을 새롭게 하는지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특히 맥엔타이어는 고흐의 그림 속 선과 색에 대해 잊혀지지 않는 언어들을 찾아내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놀라움을 위한 여운을 남겨 단순한 시나 화보집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예컨데 어딘가를 강렬히 응시하고 있는 남자를 그린 ‘회색 펠트 모자를 쓴 자화상’에서 저자는 ‘기운 없고 지루한 것들에 반대하는 / 적황색 번득임이 있는 그 얼굴이, / 가능한 모든 빛을 스스로에게 이끈다. / 동굴 같은 어둠 속에서도 /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는 준비된 등불처럼 / 얼굴을 살아있게 하는 / 길고 느린 타오름’ 이라는 시 구절로 고흐가 색채를 통해 표현하려 했던 기쁨과 생명에 관한 통찰을 보여준다.

이밖에 물 위에 어른거리는 달의 은빛, 해질녘의 마지막 붉은 빛, 등불 밑 고양이의 털빛, 어두운 방에 켜진 촛불 속 동그란 불빛까지…. 생전의 고흐가 말하고자 했던 빛의 세계는 책 속에서 새로운 빛으로 조명되고 있다.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읽는 고흐의 그림과 수 많은 기억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시, 휴식같은 글은 고흐를 만나러 가는 길에 편안한 의자를 내주며 차 한 잔 권하는 다정한 손길처럼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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