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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독특한 발상, 마라토너의 흡연

현대인의 삶 이면을 색다른 시각으로 해석… 인생의 참맛 느끼게 해줘

조두진|한겨레출판 |276쪽|9천500원.

‘도모유키’(2005년)와 ‘능소화’(2006년) 등 장편 역사소설로 주목받아온 작가 조두진의 색다른 빛깔을 엿볼 수 있는 소설집이 출간됐다.

현대인들의 일상의 이면을 촘촘하고 섬세하게 그린 ‘마라토너의 흡연’.

총 일곱 편의 단편이 담긴 이 책에는 소소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들이 위트와 유머, 허무가 뒤섞인 독특함으로 그려져 있다.

작가는 현재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 혹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을 그만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담배를 피우기 위해 마라톤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 손톱에는 암이 없다고 투덜대는 의사들의 이야기 등 아무도 동의하지 않을 이야기를 조근조근 풀어놓는다.

표제작 ‘마라토너의 흡연’의 주인공 ‘채’는 돈이 거의 들지 않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마라톤을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은 ‘써브 쓰리’(두 시간대의 완주)를 위해 식사 조절을 하고 몸에 좋은 음식까지 챙겨 먹지만 ‘채’는 영양소가 많고 몸에 좋다는 음식들을 맛이 없다며 거부하고, 몸에 안 좋다는 커피까지 열심히 마신다. 그러나 마라톤만은 열심이다. 왜? 그는 기록이 아니라 담배를 더 맛나게, 평생 피우기 위해 달리기 때문이다.

그가 마라톤을 하는 이유는 오로지 좋아하는 담배를 끊지 않을 만큼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즉, 남들에게 목표인 것이 그에게는 수단이고 남들의 수단인 것이 그의 목표인 것.

‘정력가’는 이사 간 동네의 골목에 사는 정력가 할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틀니 2개를 해주면 정력의 비법을 말해준다는 영감과 그 비법의 효력이 있는지 염치없는 방법으로 확인하려는 나 사이에 묘한 심리전이 벌어진다. 영감의 비법을 확인해보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결국은 110만 원을 들여 영감의 틀니를 해주고는 믿기지 않는 놀라운 비기를 듣게 된다.

‘돼지’는 공원 앞에서 몸을 팔았던 갈보의 이야기다. 힘들게 술과 몸을 팔아 딸 둘을 시집보내고 근근이 살던 그녀에게, 딸들은 더 크고 많은 것을 요구한다. 결국 그녀의 살까지 잘라서 가져간다. 상처 입은 그녀는 어느새 말도 생각도 가게도 잊어버리고, 결국 돼지가 되어 공원 근처를 헤맨다.

‘손톱’은 고등학교 동창생 기호와 동조, 정수가 손톱에 관해 설전을 벌이는 이야기다.

손톱이 피부과냐, 정형외과냐부터 마지막엔 왜 손톱엔 암이 없냐고 술에 취해 진심을 말하는 피부과 의사와 정형외과 의사의 이야기는 현대인의 삶의 이면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다. 이렇듯 작가 조두진이 마련한 총 일곱 편의 환상적인 ‘술자리’는 독자들로 하여금 ‘살맛’이 밴 소설을 만나게 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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