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청 공무원이 시공업체 선정심사를 앞두고 관련업체 직원으로부터 잔고가 6천970원인 현금카드를 받았다가 700만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용석 부장판사)는 배임수재 미수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안양시 5급 공무원 김모 씨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배임증재미수로 함께 기소된 P 업체 직원 황모 씨에 대해 벌금 4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김 씨는 지난 2005년 환경관리공단이 주관한 강화군 하수도정비공사설계 적격심사 과정에서 평가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직후 황 씨로부터 현금카드를 받았다가 심사장에서 국무총리실 감찰반에 적발됐다.
김 씨는 심사 당일 새벽 4시30분쯤 자신의 아파트에서 심사위원 위촉사실을 전화로 통보받은 지 1시간 뒤 아파트 앞으로 찾아온 황 씨를 만나 “설계가 비슷하면 저희 회사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카드가 든 지갑을 받았다.
당시 현금카드에는 입출금용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지가 붙어 있었고, 감찰반이 나중에 확인한 결과 현금카드 계좌에는 6천970원이 들어 있었다.
황 씨는 공판에서 “50만원을 넣어줄 예정이었고 이는 업체의 관례나 사회통념상 사교적 범위에서 인사차원으로 허용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고, 김 씨도 “황 씨가 강제로 바지 뒷주머니에 넣은 것인데 돌려줄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현금카드 계좌의 기존 입출금 규모가 수 천만원에서, 수 억원 단위이고 심사대상 공사의 수주금액이 388억원 상당인 점 등에 비춰 피고인들의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심사위원 전원이 P 업체를 1순위로 채점한 점 등을 보면 부당하게 심사한 증거가 없다”며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