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 세월 교단에서 내일의 한국 미술계를 짊어질 동량들을 키워온 문암(門岩) 박득순(66) 화백이 2008년 경기미술상 수상 특별전시회 성격인 제43회 개인전을 안산 단원전시관에서 26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회엔 한국 화단(畵壇)의 최고봉에 우뚝 선 문암의 농익은 작품 20여점이 관람객들을 기다린다.
50여 년 긴 세월동안 하루도 붓을 놓아본 적이 없는 그의 이번 개인전 화두는 ‘옛 추억에 대한 회상’이다.
후학양성을 위해선 미술교사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시작한 교단생활의 첫 부임지인 안산 군자중·고등학교 재직 시 보았던 주변 풍경들이 전시장내에 파노로마처럼 펼쳐져 있다.
30대 초반 혈기왕성하던 시절인 35년 전 학생들의 손을 잡고 야외 그림그리기로 다녔던 시흥군 초지리, 신길리, 새터마을과 오이도 등이 화폭에서 되살아나 숨을 쉰다.
이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 민속촌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시골 초가집과 뒷간의 풍광이 타임머신을 타고 눈앞에 재현돼 기억 속 향수를 자극한다. 이들 작품들은 박 작가가 당시 그 고장의 한적한 시골모습을 스케치해두었다가 근래 완성했다.
오랜 세월 장롱 속에 잠자던 그림소재를 버리지 않은 덕에 관람객들은 옛 풍광을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진 셈이다.
겨울 초입, 뒤뜰에 서 있는 감나무에 매달린 네댓 개의 까치밥 홍시는 조상들의 넉넉한 마음씀씀이를 짐작케 하고 투박하게 바른 황토에 아무렇게나 쌓은 듯 엉성해 보이는 지붕 짚단이 정겨운 초가집과 싸리문은 콧물 질질 흘리던 개구쟁이 시절로 가자고 채근한다.
늦은 가을 들판에 함초롬히 피어난 국화는 탐스럽고 기암괴석을 전위병으로 내세운 오이도의 위세는 당당하다.포구에 정박한 나룻배는 주인을 기다리고 만선의 기쁨을 안고 귀항하는 통통배는 파도에 자맥질한다. “사실화에 원숙한 뒤 사물을 다각적인 면에서 관찰하면 추상과 반추상의 세계가 열린다.”는 작가의 말이 아리송하나 들국화와 오이도를 반추상과 추상으로 표현한 기법과 착상이 도드라져 보인다.빨강, 노랑, 연초록 3색으로만 된 추상화 ‘들국화의 행진’은 눈이 뱅뱅 도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현란하고 섬의 크고 작은 바위가 사람에게 건네는 대화를 표현했다는 ‘오이도’는 초보자의 눈으론 알듯 모를 듯하나 구상과 비구상을 희롱하며 넘나드는 작가의 폭넓은 영역만큼은 짐작케 한다.
동양화와 한국화의 차별화를 시도한 이들 작품들은 그만의 독특한 화법이 이번 전시회에서도 잘 표출돼 있다.
주변 사물을 과감히 커트한 간결한 처리, 수묵담채화로 사실감을 한층 살린 점, 붓을 꼿꼿이 세워 여러 번 덧칠 없이 한 번의 획으로 완성시키면서도 농담이 혼재한다. 전체적으론 강렬하고 힘찬 붓 터치에 느껴지고 그림을 쳐다보면 탁한 느낌 없이 투명하다. 국전과 대한민국 미술대전에 14회나 입선한 경력이 말해주듯 그의 솜씨가 결코 허장성세가 아님을 관람객은 이번 전시회에서 또 한번 확인할 수 있다.
박득순 작가는 “이번 전시회는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간 모습을 풍물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 마련했다”며 “관람객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기 위해 작품 완성도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