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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편의 시] 태양의 지도2

삐걱 문이 열렸다

태양의 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아직 수정되지 못한 안쪽을 기웃거리거나

나무가 있는 먼 곳의 그늘 속을 꿈인 듯 들여다본다

지난 가을 종적을 감췄던

외딴집 뒤꼍 고요 속에 들러선 핑글 현기증도 느끼며

졸음보다 낮은 속도로 봄의 안쪽을 서성인다

꽃은 외로운 날의 지도다

겨우내 잊혔던 침묵이

겨우내 끊어졌던 외출이

성급히 꽃의 지형도를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햇살이 옮겨 앉는 자리마다 입덧에 걸려든 나무

이 층 산부인과를 넘겨다보며

오후의 나른함을 몇 줌의 수액으로 푸르게 흘려 넣기도 한다

태양이 햇살을 내딛기 시작했다

지하도 입구 김빠진 사이다 같은 미식한 어둠 앞에서 발길을 돌려

신호등이 막 바뀌고 있는 한적한 모퉁이 낡고 허름해진 현수막을 읽다가

공사가 덜 끝난 다리의 난간 속으로 햇살을 밀어 넣기도 한다

태양이 거대한 형틀임을 바람은 알까

나무의 찢긴 상처마다 밀려나오는 새순과

뼈만 남은 가지에서 터지는 꽃의 비명을,

초경을 막 시작한 소녀의 당혹감처럼

꽃은 태양의 낯선 지형이다

 

 

시인소개: 1961년 충북 청주출생. 방통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한국문인협회 회원. 평택문인협회,

시원문학 동인.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2006년). 안견문학상 대상(시).

시집 <푸른 상처들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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