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신문 = 박재동 화백 ]
미국 뉴욕에서 손님이 왔다. 맨해튼 북부 할렘 지역에 소재한 데모크라시 프렙 고등학교 학생들이다. 우리 한성대학교 학생들과 팀을 이루어 언어와 문화를 교류하는 체험 활동을 하루 동안 진행했다. ‘고맙습니다’, ‘이거 얼마예요’, ‘떡볶이가 맛있어요’, 교실에서만 배우던 한국어를 서울에서 실제로 사용하고 소통한다는 것에 학생들은 내내 흥분한 모습이었다. 낙산공원, 혜화동, 대학로 일대를 누비며 다이소에서 선물도 고르고, 인생네컷 사진도 찍고, 지하철과 마을버스를 타고, 교내 식당에서 양념치킨도 먹고, 서툰 한국어로 말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어가며 연신 설레는 모습이었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난해에 이어 우리 대학에서 두 번째로 운영한 행사였는데, 미국 고등학생과 한국 대학생, 두 나라 학생들의 만남을 지켜보며, 이렇게 또 씨앗 하나가 어딘가에 심어졌구나 싶은 마음에 보람이 느껴졌다. 뉴욕의 공립 차터스쿨인 데모크라시 프렙 고등학교는 한국어를 필수 과목으로 채택하고 한국식 교육철학을 접목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를 도모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학교다. 이들에게 한국어는 단순한 외국어 과목이 아니라 더 넓은 세계로 이끄는 매개가 되고 있다.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오늘날 세계는 갈등과 충돌이 끊이지 않지만, 동시에 촘촘한 연결망(network) 속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말하는 ‘지구촌(Global Village)’은 이제 비유가 아니라 현실이다. 국경은 세계 지도 위에 선(線)으로 남아 있고, 언어와 종교, 정치와 문화의 차이도 분명하다. 그럼에도 인류의 긴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차이와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었다. 지금 세계에는 190개가 넘는 나라가 있다. 각기 다른 체제와 제도를 지닌 국가들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우리는 하나의 큰 생태계 안에서 함께 살아간다. 기후변화나 감염병, 식량과 자원 문제, 전쟁과 테러는 어느 한 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일이 곧바로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미친다. 이제는 외면한다고 피할 수 없는 인류 전체의 과제가 되었다. 이런 변화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인터넷과 교통·통신의 발달, 돈과 정보와 사람의 이동으로 세계는 한층 가까워졌다. 멀리 떨어진 나라의 사건·사고도 실시간으로 접하게 되고, 그 소식은 우리의 생각과 선택에까지 영향을 준다. 특히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앞으로의 세상을 더욱 크게 바꿀
노인 대상 공적 돌봄 제도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분절된 돌봄 체계의 연결 접근망이 태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은 노인이 살던 지역에서 계속 거주하며 삶의 질을 유지하려면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정책 수단들이 확충돼야 한다고 밝혔다. 초고령 시대의 도래와 함께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 못지않게 만족도 높은 노인 돌봄 정책의 개발이 절실해졌다. 아이들과 노인이 함께 행복한 나라로 가야 한다. 경기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행한 ‘경기도 돌봄 생태계 현황 및 개선방안: 노인 돌봄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토대로, 살던 지역에서 관계를 유지하며 생활하는 것이 삶의 만족도와 안전을 높이는 중요한 조건으로 분석했다. 실질적인 돌봄의 중심은 여전히 가족과 같은 비공식 영역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추는 정책의 핵심은 ‘시설이 아니라 집에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 돌보는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2025년 기준 경기도 노인 인구는 약 239만 명으로 전국 최대 규모다. 고령화율은 17.4%로 전국 평균보다 낮지만, 2010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며 빠르게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도내 노인장기요양보험 신청자는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진료실에서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한 가지 증상만을 보지 않는다. 그 이면에 울리고 있는 여러 몸의 신호들, 겹쳐져 만들어지는 조용한 흐름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어떤 이에게는 설렘이고, 어떤 이에게는 설명하기 어려운 두려움인 이 느낌은, 심장과 자율신경, 그리고 뇌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보내는 하나의 신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50대 중반의 A는 갱년기 증상으로 내원했다. 불면과 두통, 요통 등 그의 표현을 빌리면 “안 아픈 곳이 없다”는 상태였다. 맥을 살펴보니 심장의 리듬이 일정하지 않았다. 전반적인 치료를 통해 심폐 기능과 컨디션이 회복되면서 부정맥과 여러 증상은 점차 호전되었다. 한동안 안정되었던 그는 얼마 전 다시 진료실을 찾았다. 불면이 시작되었고, 불안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고 했다. 심장의 리듬은 이전보다 더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개인적인 충격적인 사건 이후 수면이 무너지고, 전반적인 컨디션이 함께 떨어진 상태였다. 감정의 변화가 자율신경의 조절 범위를 넘어 심장의 불규칙한 리듬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후 심폐 기능과 자율신경을 안정시키는 치료를 이어가면서 두근거림과 불안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취재원의 SNS 발언이 언론을 거치지 않고 대중에게 곧바로 닿는 현실은 기자의 보도 관행과 언론사의 정파적 시선을 무력화하고 있다. 한때 민주주의의 핵심 제도로 여겨졌던 언론의 게이트키핑(gatekeeping)은 이제 정보를 걸러주는 장치가 아니라, 보고 싶은 사실만 가공해 권력의 입맛에 맞는 프레임으로 포장하는 장벽으로 변질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관련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을 두고 벌어진 언론의 보도 경쟁은 그 붕괴의 단면을 보여줬다. 지난 10일 이 대통령은 국제 인권 침해 논란이 된 이스라엘군의 영상 한 편을 엑스에 공유하며 전쟁의 야만성을 비판했다. 인권의 보편적 가치에 호소하는 이 발언은 정치적 계산을 넘어 국제사회의 규범적 메시지였다. 그러나 국내 주요 보수 매체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공격적이었다. 조선일보는 “이스라엘군 아동 고문 주장 영상 공유한 이 대통령”이라는 제목으로 스트레이트 기사를 냈다. 사설에서는 ‘2년 전 팔레스타인과의 교전 중 살해 영상’임을 부각하며 대통령의 경솔함을 꾸짖었다. 하지만 여기서 언론의 시선은 ‘영상의 연도’에 머물렀을 뿐, 그 안의 인권 침해라는 본질을 외면했다. 뒤늦게 월요일에 보도한 한국
인천광역시가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2025년 지방정부 적극행정 종합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전국 243개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한 평가에서 인천시는 적극행정 성과 창출과 규제·제도 개선 사례, 우수공무원 선발 및 인센티브 제공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적극행정 종합평가는 해당 지방정부의 공무원들이 창의·전문성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한 우수사례, 적극행정 제도 활성화 노력, 교육, 홍보 실적 등을 평가한다. 시는 행정안전부의 지방정부 혁신평가에서도 전국 광역지방정부 최초로 4년(2022~2025년) 연속 최우수기관에 선정됐다.(관련기사: 경기신문 9일자 인천판 1면, '인천 천원 시리즈… 민생 바꾸는 행정 입증’) 행안부의 적극행정 평가와 혁신평가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평가단이 정량·정성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있어 신뢰를 받고 있다. ‘인천은, 언제나 적극행정!’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적극행정을 펼쳤다. 대표적인 적극행정 우수사례 중에 ‘소상공인 반값택배 지원사업’과 ‘아이(i) 플러스 집드림’(‘천원주택’)이 눈에 띈다. 이 가운데 ‘소상공인 반값택배 지원사업’은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를 돕기 위한 정책이다.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시
[ 경기신문 = 엄순엽 화백]
김주연 선생은 동시대의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문학평론가이자 학자다. 특히 20세기 이후의 문학적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했으며, 동시에 구체적인 작품에 대한 현장 비평에 있어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이론가다. 선생의 원래 전공은 독일문학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비교문학적 시각과 한국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문학 논의의 전례 없는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저술들은 문학의 본질적 기능, 문학과 이데올로기 등에 대한 이론 정립과 함께 문학을 사회·역사적 맥락으로 바라보면서 같은 시기 문학 논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테면 문학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그 사회가 문학에 어떤 모티브를 공여했는가에 대해, 선생만큼 명쾌한 논리를 펼쳐 보인 평론가는 드물다는 말이다. 선생의 글들은 독일문학과 철학적 전통, 특히 비판이론의 영향을 받아 문학의 분석에 있어서도 단순한 감상이나 수용의 차원을 넘어 이념적이고 사회적인 구조와 연계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학이 현실과 분리될 수 없다고 보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형국인데, 그 성향에 있어서는 가두로 진출하는 현실 참여보다는 내면적·지성적 관찰과 평가 및 그에 대한 인식론적 대응의 촉발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