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신문 = 엄순엽 화백]
김주연 선생은 동시대의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문학평론가이자 학자다. 특히 20세기 이후의 문학적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했으며, 동시에 구체적인 작품에 대한 현장 비평에 있어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이론가다. 선생의 원래 전공은 독일문학이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비교문학적 시각과 한국문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문학 논의의 전례 없는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저술들은 문학의 본질적 기능, 문학과 이데올로기 등에 대한 이론 정립과 함께 문학을 사회·역사적 맥락으로 바라보면서 같은 시기 문학 논쟁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테면 문학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그 사회가 문학에 어떤 모티브를 공여했는가에 대해, 선생만큼 명쾌한 논리를 펼쳐 보인 평론가는 드물다는 말이다. 선생의 글들은 독일문학과 철학적 전통, 특히 비판이론의 영향을 받아 문학의 분석에 있어서도 단순한 감상이나 수용의 차원을 넘어 이념적이고 사회적인 구조와 연계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학이 현실과 분리될 수 없다고 보고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형국인데, 그 성향에 있어서는 가두로 진출하는 현실 참여보다는 내면적·지성적 관찰과 평가 및 그에 대한 인식론적 대응의 촉발에 더 무게중심을 두었던…
이제 할리우드의 액션영화는 한국에선 예술영화로 취급당한다. 두 가지가 미학적으로 동급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대중적 흥행 파워가 비슷한 수준이 됐다는 점이다. 최근 개봉한 (3월 8일) <크라임 101>은 첫 주말을 넘기며 11,946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런 액션영화는 첫 주 박스오피스가 최소 10만을 넘는 수치를 보였을 것이다. 크리스 헴스워스(인기작 <토르>의 주연배우)가 주인공이고 마크 러팔로, 할 베리 등 중견 배우들이 배수진을 친 영화이다. 그렇다고 영화가 재미없는가 하면 그렇지가 않다. 일종의 케이퍼무비(Caper Movie)이다. 정교하게 계획된 지능 범죄 스릴러 영화라는 얘기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주도면밀한 보석 강도로 나온다. 할 베리는 보험중개인으로 범죄에 가담하나 나중에 수사에 협조하려 한다. 마크 러팔로는 베테랑 형사로 미제 다이아몬드 절도 사건의 뒤를 쫓는다. 사실 이러한 범죄영화는 클리셰(cliché) 덩어리이기 십상이다. 하지만 영화는 1940년대 필름 누아르의 고전 냄새를 풍긴다. 돈 윈슬로의 동명 원작 소설은 엘모어 레너드가 쓴 범죄소설들의 뒤를 잇는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
이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원유 수송로가 막히면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일부 주유소들이 가짜 석유를 취급하다가 적발돼 충격이다. 에너지 부족 사태를 비롯한 물자 조달에 비상이 걸릴 적마다 그 틈을 노려 일확천금을 꾀하려는 악덕 상혼이 기승을 부리는 일은 나라와 민생을 더욱 곤궁 속으로 몰아넣는 얌체 행위다. 현재의 암흑 터널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시점에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차단책이 요구된다.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과천시 과천동의 한 주유소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으로 적발돼 5000만 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화성시 소재 주유소 한 곳도 같은 위반 행위로 5000만 원의 과징금을 받았으며, 용인 지역 주유소 2곳 역시 유사한 사례로 각각 1716만 원과 2548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10일 0시부터 적용되는 3차 석유 최고가격을 동결했다. 산업통상부는 고시를 통해 석유 최고가격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 동결 조치에 따라 2차 때와 동일하게 ℓ당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 등유 1530원이 적용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역사의 길은 언제나 쉽지 않다. 생계의 위협은 물론 죽음까지도 불사해야 하는 순간에 처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올곧게 그 길을 걸어가는 인물들이 있다. 역사는 이들을 기억해야 하지만, 아직도 그들의 삶은 제대로 기억되지 않고 있다. 묵암 이종일 선생도 그런 분들 중 한 분이시다. 3.1 혁명(운동이라는 표현이 익숙하지만 진행 과정과 목표는 확실히 혁명이다)의 가장 큰 공은 역시 민족대표 33인에게 있다. 몇 사람이 친일의 길을 걸었지만 손병희를 비롯해 몇 분은 옥사하였고, 대부분은 끝까지 변절치 않고 조국의 독립에 몸을 바쳤다. 이종일은 당시 출판사였던 보성사의 사장으로 독립선언서 3만 5000매를 비밀리에 인쇄하여 전국에 배포하는 책임을 맡아 이를 충실히 완수하였다. 그는 33인 중 최고형을 받은 5명 중의 한 명이었고 석방 뒤에도 다시 제2의 독립만세를 준비하다가 실패하고 아사 순국하고 말았다. 충남 태안의 천재로 일찍이 과거에 급제한 그는 구한말의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정3품의 직위까지 올랐지만 벼슬을 내려놓고 독립협회에 참가, 독립신문의 논설 필자로 그리고 순 한글 신문인 제국신문을 발행하고 급기야는 동학에서 천도교로 개명한 종단에
이란 전쟁의 인적 피해가 무척 크다. 현재까지 이란에 9000명, 레바논 약 1800명, 이스라엘 40명, 미국 15명, 걸프국 24명 등 군인 및 민간인 1만 명 이상이 사망했고, 수만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알려졌다. 개전 초기 이란 남부 미나브 초등학교에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이 떨어져 여자 어린이와 교직원 175명이 사망한 사건은 처음부터 큰 충격을 주었다. 물적 피해도 어마어마하다. 이란은 직접 경제 피해 1450억 달러에 많은 군시설 및 사회기반 시설이 파괴됐고, 미국의 전비는 530억 달러 이상으로 전쟁성은 이미 2000억 달러의 긴급보충 예산을 요청했다. 이란의 걸프국 공격으로 유류 저장탱크, 정제 설비, 해상 인프라 등이 피격되어 450여억 달러의 직접 피해가 발생했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조선, 컨테이너선 등 최대 340여 척이 고립됐다. 전쟁은 한국 경제와 한국민의 삶에도 큰 파고를 불러왔다. 최고가격제 실시에도 국내 유가는 평균 15~20% 올랐고, 사태 장기화시 더 오를 전망이다. 원유 중간제품인 나프타 품귀로 석유화학 공장 가동률이 절반 이상 줄고, 플라스틱, 비닐 등도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에 전월…
정장선 평택시장은 지난해 9월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임기를 끝으로 모든 공직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30년 정치인생을 마무리 한다”고 발표했다. 정계은퇴 선언이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이번 6.3 지방선거에 출마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임기 말인 현재까지 주요 현안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된다. 다만 이에 대한 평가는 성과와 한계를 함께 짚는 균형 있는 시각 속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그 결실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알파탄약고 이전’이다. 알파탄약고는 고덕면 율포리 산 48에 위치한 약 28만㎡의 주한 미공군 시설로, 미 7공군사령부가 관리해 왔다. 주한미군기지 이전에 따라 평택 고덕국제화계획지구 개발이 추진돼왔지만 이 시설만은 2020년 한미 양국이 발표한 우리 측 반환 대상 미군기지 목록에서 제외됐다. 고덕국제화계획지구는 2008년부터 단계별 개발에 들어갔고 현재 3-2단계까지 완료되어 약 6만 7000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 중심부에 알파탄약고가 자리하면서 마지막 3-3단계 사업 추진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탄약고와 인근 지역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개발행위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알파탄약고에는 10여 개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우리는 지금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의 출현으로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이미 식당에는 조리 로봇이 들어왔고, 산업 현장에는 생산 로봇이 배치되어 있으며, 요양 시설에는 돌봄 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인간의 노동 영역 전반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에서는 인간과 정서적 관계를 형성하는 로봇이 등장했고, 그 로봇과 결혼을 선언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기술은 이제 노동을 넘어 인간의 관계와 존재 방식까지 흔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인공지능 시대는 더 이상 디지털 시대라고 부르기 어렵다. 디지털이 세계를 데이터로 분해하고 추상화하는 과정이었다면, 인공지능은 그 데이터를 다시 현실과 인간의 판단, 감각 속으로 결합시키는 기술이다. 즉, 디지털이 세계를 코드로 환원했다면, 인공지능은 그 코드를 통해 인간의 현실을 다시 구성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 흐름 속에서 인간은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기술과 결합된 존재, 이른바 트랜스휴먼으로 이동한다. 인간은 더 이상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공지능을 통해 사고를 확장하고, 신체를 보완하며, 의사결정 능력을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노동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