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망함의 깊이는 측정할 수 없다. 죽음 너머는 불가해(不可解)의 영역이다. 삶에 발 딛고 죽음과 결별하는 마지막 절차가 장례다. 죽음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끼리 죽음의 아픔을 나누는 것처럼 민망한 일이 또 있을까. 고인(故人)의 영정(影幀) 앞에 조아리며 절을 할 때면 나도 모르게 휘청거린다. 망자의 얼굴을 쏙 빼닮은 자식을 보고 있자면, 작별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한 내가 당혹스럽다. 이리도 쉽게 화르르 태워지고 사라지는 것이 한 사람의 역사일 수 있을까. 빈소를 걸어 나올 때면, 그래도 살아남아야 하는 현실이 흔들리는 넥타이 같아서 아찔하다. 진이 빠진다. 길을 잃은 세상에는 내일이 없다. 나는 더 이상 믿지 않는다. 꽃보다 아름다운 게 사람이라고? 한때, 그렇게 믿었던 내가 안쓰럽다. 짐승보다 못한 사람도 사람일 수 있을까. 광기로 번뜩이는 눈동자가 지워지지 않아서 이 겨울은 내내 불면이다. 귀를 여는 것조차 겁이 난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을 조롱하고, 추모를 가장하여 구호품을 싹쓸이하는 그들도 사람이랄 수 있을까. 그것도 모자라 제주항공 참사를 “하나님이 사탄에게 허락한 것”이라 말하는 목회자는 또 어떠한가. 그런 목회자를 최고사령관이라 추앙하는 정치
눈은 마음의 창이라는 말처럼 우리의 감정, 생각과 의도를 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 중 하나이다. 눈물이 흐를 때 슬픔이나 감동을 나타내며 눈이 반짝이는 것은 기쁨이나 흥분을 나타낸다.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순간, 우리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으며 누군가의 눈빛이 차갑고 무관심하다면 그 사람의 마음이 멀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창이라는 은유는 분리된 두 공간을 전제하지만 그 두 공간은 창을 통해서 소통이 가능하다. 마음의 창인 눈은 우리의 내면에 있는 것이 밖으로 드러내기도 하지만 눈을 통해서 외부의 것을 경험한다. 어떤 사건은 고통스러운 상처로 변환되어 창이 변형되거나 일부 닫히기도 하지만 또 치료의 과정을 통해서 치유가 일어난다면 창이 재건되고 열리기도 한다. 눈은 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발생학적으로 뇌와 같이 외배엽에서 분화되어 발생한다. 청각과 체감각이 관련되는 뇌피질이 전체 뇌피질의 3%와 11% 에 불과한데 비하여 시각정보처리에 관여하는 뇌피질은 전체의 55%를 차지한다, 12개의 뇌신경중 눈과 관련된 신경은 무려 4가지나 된다. 이쯤이면 눈은 뇌의 창이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실제로 눈을 통해서 뇌에 저장
경기도가 CJ라이브시티와의 계약 해지로 중지된 K-컬처밸리 사업 가운데 아레나를 비롯한 일부를 민간기업 공모로 다시 진행한다. 공모는 4월 초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이르면 올해 재착공해 2028년 준공될 것으로 예상된다. K-컬처밸리는 경기도민들의 희망이었다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대표적인 사업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다시 시작하는 이 사업이 날개를 달고 화려하게 비상하여 개발이 더딘 경기북부 부흥의 신호탄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김성중 경기도 행정1부지사는 21일 열린 K-컬처밸리 사업추진 계획 발표 기자회견에서 “경기도와 GH는 아레나를 포함한 T2부지 4만8000평을 우선 건립하고 운영할 민간기업 공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 부지사는 “K-pop 공연장 부족으로 미국 유명 여가수의 글로벌 투어에서 코리아패싱이 일어나고, 창동·잠실 등에서 아레나 시설 건립이 추진되고 있기에 신속한 착공이 필요하다. 도의회와 고양시 주민의 요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도의회는 앞서 ‘K-컬처밸리 사업협약 부당 해제 의혹 행정사무조사 특위’ 결과보고서를 통해 아레나를 건설·운영하는 민간기업 공모를 최우선하여 추진하고, 민간기업 참여를 촉진하는 공모지침을 마련하도록 경기도에
정부는 지난해 2월 6일 전국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증원했다. “급속한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 등을 감안할 때 2035년까지 의사 수가 1만 5000명 부족할 것”이란 수급 전망을 토대로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3058명이었던 의대 입학정원은 5058명으로 늘어났다.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고 전공의 9000여 명은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냈다. 의대생들은 학교에 휴학계를 제출한 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 사태의 본질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16일 전국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가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지난 2월 이후 집행된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들은 한마디로 ‘의료개혁을 빙자한 의료개악’, ‘사이비 의료개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재자의 절대변경 불가 ‘2000명 증원’ 한마디에 어떤 공무원도 반대 의견을 내놓지 못한 채 사직서 수리 금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의 불법적 조치가 내려졌고, 급기야 전공의 처단이라는 무시무시한 포고령까지 나온 것”이라고 날을 세워 비판했다. 의료계가 정책책임자의 경질과 사죄,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 의료개혁 중단 등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을사년(乙巳年)이다. 1785년 조선의 대기근, 1905년 대한제국 외교권 강탈, 1965년 대한민국과 일본국 수교 등 을사년마다 국가미래의 변곡점(inflection point)이 있었다. 우연인가 필연인가. 21세기 첫을사년이 “을씨년스럽”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먼저 우리 자신이 누군지를 알아야 한다. 우리는 한국사람이다. 태어난 때와 장소는 달라도 배달민족의 후예다. 부모와 성은 달라도 고유문화와 전통을 이어받은 역사적 존재다. 반만 년 전부터 동북아에 터 잡아 살면서 때로는 대륙으로 때로는 해양으로 들고나며 선진문물을 주고받은 사람들의 자녀다. 여러 왕조의 흥망성쇠에도 예의(禮義)를 잃지 않았고, 법(法)과 무(武)보다 덕(德)을 소중히 한 민족이다. 이런 토양에서 위민(爲民)·애민(愛民)·여민(與民)을 실천한 성군(聖君) 세종(世宗. 1397-1450)이 나왔다. 조상들은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 유목과 정착, 농경과 상업 등이 뒤섞이는 오묘한 땅에 나라를 건국했다. 이(異)민족의 지배를 받거나 이(異)문화에 휩쓸린 때도 있었지만 독립국의 자유민으로 대대로 살았다. 3·1운동과 기미(己未)독립선언(1919) 이후 임시의정원과 임시
‘악법도 법이다.’와 같은 법언(法諺·법 관련 격언)만 해도 으스스한데, ‘법 위의 법’이라는 헌법(憲法)이 있단다. 계엄-탄핵 사태에 어문학적으로 헌법을 톺아보자. 요즘은 ‘군사경찰’이지만, 예전에 헌병(憲兵)이라면 높고 낮은 계급의 장병들이 괜히 떨었다. 물론 그 이름은 왜놈들 치하의 찌꺼기(잔재)였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에 울려 퍼진 선언, 국민과의 약속을 헌 신발짝 삼은 권력에게 저 위엄은 추상이었다. 그래서 또 떠올리게 되는 장면이다. 헌재는 헌법을 다룬다. 헌병의 ‘헌’도 그 憲자다. 썩었다 싶으면 가을 서릿발처럼 대통령도 패대기치는 ‘어마무시’한 헌재의 시간이 다시 왔다. 다음은 헌법의 (사전적) 의미다. - 국가 통치체제 기초에 관한 근본 법규의 총체. 국가의 법의 체계적 기초로서 국가 조직, 구성 및 작용에 관한 근본법이며 타 법률이나 명령으로써 변경할 수 없는 최고 법규다... 憲자의 고대로부터의 뜻은 ‘법규(法規)’ 보다는 보배우는(보고배우는) ‘모범’에 가까웠다. 배우고 따라야 할 ‘길의 이치’ 즉 도리(道理)의 개념으로 생성(生成)돼 쓰였다(고 본다). 오늘날 憲의 훈(訓)과 음(音)은 ‘법 헌’이다. 法의 한 가
부동산 사업가 출신의 ‘워싱턴 정계 이단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만에 화려하게 귀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새로운 미국 우선주의의 시대’를 선언했다. 가뜩이나 국내 정치 불안정이 깊어진 시점이다. 4년 만에 다시 무대에 등장한 지구촌 최대 강골 지도자의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 정책 앞에 우리는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변해야 살아남는다. 급변하는 상황에 영리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다. 나라의 운명이 중요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2017년부터 4년간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47대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기는 이제 시작”이라며 집권 1기 취임사와 마찬가지로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다시 국정 철학으로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울러 “우리는 세계에서 본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군대를 건설할 것”이라면서도 대외 군사개입을 자제하는 ‘트럼프판 신고립주의’를 선언했다. 트럼프는 “내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은 피스메이커(평화중재자)이자 통합자일 것”이라고도 했다. 백악관 개편된 홈페이
[ 경기신문 = 황기홍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