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 모이는 장소에 폭발물을 설치했다고 통보하거나 칼부림을 예고하는 등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중협박 범죄가 좀처럼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그로 인해 공권력이 낭비되고 막대한 경제력이 낭비되는 등 피해가 막심하다. 마땅히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는 국민의 일상을 뒤흔드는 이 같은 범죄에 대한 강력한 근절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무엇보다도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신속한 수사체계 및 엄벌 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5일 디시인사이드 ‘합성 갤러리’ 유튜브 영상 댓글에 ‘신세계백화점 폭파 안내’라는 제목으로 백화점을 폭파하겠다는 예고 글이 올라와 전국 각지에서 경찰특공대가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용인서부경찰서를 비롯한 경찰은 전국 13개 지점에 최대 수백 명 규모의 인력을 투입해 수색작업을 벌였다.
신세계백화점 본사 직원과 고객 등 4000명이 긴급 대피했고, 경찰특공대 등 242명이 투입돼 약 1시간 30분간 백화점 내부를 수색하는 등 큰 혼란이 펼쳐졌다. 이로 인해 신세계백화점은 5~6억 원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소동을 일으킨 범인은 중학교 1학년짜리 어린 남학생이었다. 6일 제주서부경찰서는 형법상 공중협박 혐의로 이 학생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흘 뒤인 8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소재한 게임사 넵튠의 자회사 님블뉴런 본사에 폭탄을 설치했다는 온라인 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님블뉴런 본사 건물에 경찰특공대 등 50여 명의 인력을 급파해 수색을 벌였지만 헛수고였다.
이어서 10일 오후 1시 45분쯤 올림픽공원 내 한국체육산업개발 사무실로 KSPO돔(올림픽체조경기장)을 폭파한다는 팩스가 들어왔다. 오후 4시에 아이돌 그룹 더보이즈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었던 체조경기장에서는 관객 등 관계자 약 2000명이 긴급 대피하는 등 큰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은 경찰특공대 등 총 57명을 투입, 체조경기장 전체를 약 1시간가량 수색했으나 폭발물을 발견하지 못해 오후 4시 22분쯤 철수했다.
이처럼 불특정 다수 일반 시민을 상대로 하는 폭발물 설치를 통보하거나 흉기 난동을 예고하는 범죄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대부분 허위로 밝혀지거나 장난으로 결론이 나서 그나마 시름을 놓게 하긴 하지만, 시민 불안감 증가와 공권력 낭비 등 사회적 비용까지 모두 합하면 실질적인 피해 규모는 막대하다.
문제는 이러한 허위 예고 행위에 대한 사법적 대응이 지나치게 미약하다는 점이다. 창원지방법원은 지난해 ‘강남역에서 총기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글을 온라인에 게시한 3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또 블라인드 앱에 칼부림을 예고한 30대 남성 역시 협박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과 2심 모두에서 집행유예 2년에 그쳤다.
올해부터 새롭게 시행된 ‘공중협박죄’는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2000만 원 이하로 처벌 수위를 높였다. 그러나 여전히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현장에서부터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범인 검거 후에도 처벌이 약한 탓에 유사 범죄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법조계 역시 좀 더 엄격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중협박죄가 적용된 실형 선례가 없고 ‘5년 이하’라는 조항 특성상 형량이 낮게 책정되는 구조여서 수사기관과 법원이 협업해 엄정 대응하는 선례를 만들어야 재범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견해다.
다중시설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허위 신고를 장난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범법 행위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심각한 병리 현상의 산물이다. 제대로 정리하려면 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지만, 당장 터진 물꼬를 틀어막는 일이 시급하다. 모방 범죄가 확산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과 경고 장치가 필요하다. 철없는 아이들부터, 장난으로 던진 돌이 엄청난 비극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인식하는 공감 능력을 일깨울 특단의 계몽수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