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절름발이 소녀의 낡고 슬픈 무쇠베틀이었다 달 아래 네 노래의 불씨들을 촘촘히 자나가는 저 흰 손은 남동 뒷골목 주린 등짝 하얗게 야윈 손등에 달이 뜨면 머 언 남쪽나라 강 뚝 옛 어머니 집에 하얗게 샛바람 뜨면 열두 자 종이 폭에 이글이글 진달래꽃 수를 놓았다 전라도 땅 남동 뒷골목이었다 참새 하나 꿈 젖는 양철지붕 붉은 벽돌담에 꺼멓게 탄 등불 기름 베로 더덕더덕 기운 저 그림자들 흙바닥에 끌려 억새처럼 뻗신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소녀는 납을 뽑아 판을 짜고 물먹은 잉크덩이 휘휘 저어 로우러를 돌리며 나는 새도록 톱니바퀴 가죽벨트에 달빛을 감아 베틀을 굴렸다 덜커덩 덜컹 실 피 뽑아 체인을 타며 삼베 같은 종이 폭 길게길게 네 시들을 자았다 달 아래 병들고 지쳐도 기계 이빨 앙다물고 네가 부르던 옛 싸움의 노래가 줄줄이 공장바닥을 적셨다 검은 잉크 땀이 달을 따라 온밤을 벌겋게 먹칠을 했다 아아 지금은 더욱 멀고 애끓는 남도길 소녀의 고향은 한 애비 달구질에 쑥 잎만 타던 강나루터 철로 변이었다 여름날 소쩍새가 옛 투사들의 돌무덤을 치솟아 날고 망월동 가는 외딴 길섶 칙칙한 지하벽마다 내 형제들 두 손의 망치질도 끊기고 푸른 만신창이로 뒤척대는 저 고요한
5월은 가정의 달! 특별히 어린이날을 정하여 기념하는 달이니 우리 어린이들과 어떻게 하여야 할까? 맛있는 음식을 먹을까, 즐거운 놀이를 할까, 아니면 장난감을 사 줄까? 요즘에는 우리 아이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시설 좋은 놀이터에서 뛰놀며 풍부한 장난감 속에서 풍요롭게 자라고 있으니 그것도 식상하다. 그럼 무엇으로 할까? 교회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이 상의하여 5월 2일, 임진강 평화누리길을 걷기로 했다. 어린이와 어른을 합해 37명이 함께 길을 나섰다. 전체 코스는 길지만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을 고려해 임진각–장산전망대–화석정 구간, 약 8km만 걷기로 했다. 걷기는 화석정에서 시작되었다. 화석정은 임진왜란의 아픈 역사를 품은 곳이다. 1592년 일본군이 부산에 침입했을 때 조선은 대비가 부족했다. 선조가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율곡의 10만 양병설을 외면하고, 일본의 조선 침략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 보고를 일축한 것도 선조였다. 결국 일본군은 충주 탄금대에서 조선을 꺾고 불과 22일 만에 한양을 점령하였다. 선조는 의주로 피난 가는 길에 임진강을 건넜는데, 그 나루가 바로 화석정 아래 임진나루였다. 강물은 그날의 비극을 증언하듯 말없이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
[ 경기신문 = 박재동 화백 ]
[ 경기신문 = 황기홍 화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