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이름을 불리지 못했기에
무엇도 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요.
그래서 계단 하고 불러주었지요.
그랬더니 오른쪽 끝에서
날개 하나가 삐죽이 솟는 거예요.
내가 너무 작게 불렀나요?
조금 더 크게 불러줄 걸 그랬나요?
어제는 얼음이 든 쥬스를 마시는데
첫눈이 오고 앵두들이 빨갛게
익었어요.
첫눈이 녹고 앵두들이 떨어지고
그녀가 울었어요.
내가 첫눈 하고 부르자
첫눈에서는 하얀 양파꽃이 피어났는데요.
조금 더 크게 불러줄 걸 그랬나요?
언제나 배가 고파서
굳게 닫힌 문들을 뜯어먹고 싶었어요.
후식으로 반짝이는 문고리도
먹어치우고 싶었지요.
그녀의 네모진 방에 직각들이 부풀어 오르면
시계 초침은 왜 그리 초조해 하던지요.
조금 더 크게 불러줄 걸 그랬나요?
그랬다면 내 관자놀이에서
사과들이 둥글게 커졌을텐데요.
시인소개: 1970년 대구 출생. 2009년 시전문계간지 ‘애지’로 등단 후 작품발표 시작.
시집 공저 ‘버거씨의 금연캠페인’ ‘내게로
망명하라’ ‘떠도는 구두’ ‘편운아래 서다’
‘가을부엌의 노래’ 등 다수.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 문예창작 석사과정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