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지 않으면
믿지 않고 살아왔다
시력을 잃어버린 순간까지
두 눈동자를 굴렸다
눈동자는 쪼그라들어 가고
부딪히고 넘어질 때마다
두 손으로
바닥을 더듬었는데
짓무른 손가락 끝에서
뜬금없이 열리는 눈동자
그즈음 나는
확인하지 않아도 믿는
여유를 배웠다
스치기만 하여도 환해지는
열 개의 눈동자를 떴다
시인소개: 1967년 강원 동해 출생. 1997년 두 눈 실명, 시각장애 1급 판정.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구상솟대문학상, 민들레문학상,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전국장애인근로자문학상,
2010년 서울문화재단창작지원금 수혜.
경희대사이버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시집 <푸른 신호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