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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혁신교육 조명] 8. 고교평준화 추진과 제동

도내 교육계 관계자들은 평준화 관련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서는 시·도의회 의결을 거쳐야하는 등 고교평준화 지역 지정을 정치인들에게 맡기게 되면 교육자치는

정당정치에 끌려다니며 이념적인 성향이 짙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학생들의 입시 부담 해소와 사교육비 경감, 고등학교간 교육 격차 해소 등을 위해 2012학년도부터 광명, 안산, 의정부 지역에 고교평준화 제도를 도입하려 했으나 교육과학기술부의 제동에 걸려 보류됐다.고교평준화는 고교 입학시 중학교 내신성적과 선발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학군별로 학생들을 선정한 후 랜덤(무작위) 추첨을 통해 학교를 배정하는 방식이다.

 

광명 등 세 지역은 수년전부터 고교평준화에 대한 학생, 학부모들의 요구가 제기돼왔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또한 핵심 공약사항으로 추진했지만 교과부가 올 초 관련 규칙에 대한 개정 요청을 반려해 보류됐다.또한 교과부는 고교평준화 지역 지정 권한을 교과부장관에서 시·도의회로 이양하는 등 새로운 절차를 만들어 교육자치 훼손 논란까지 이르게 됐다.

 

 

 

 



▲ 도민들의 고교평준화 요구

광명, 안산, 의정부 지역은 오래 전부터 고교서열화에 대한 위화감이 심했고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가중돼 학생, 학부모들의 평준화 요구가 높았다.

이들 지역에서 학부모들은 고교평준화 시민 모임을 결성해 각종 집회와 서명, 청원운동 등을 진행하며 평준화도입을 요구했다.

김상곤 교육감은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해 지난 2009년 5월부터 고교평준화 정책 추진 의사를 밝혔고, 도교육청은 7~9월까지 정책 효과 분석과 학생, 학부모, 교원을 대상으로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도교육청이 가톨릭대학교(성기선 교수)에 의뢰한 ‘경기도 고교평준화 효과 분석 용역 연구’ 결과가 10월 발표되자 고교평준화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이 연구는 2009년 7~9월까지 도내 평준화지역 6곳(수원, 안양, 과천, 군포, 의왕, 부천)과 비평준화지역 3곳(광명, 안산, 의정부)에 위치한 총 91개 고교 3학년생의 2007년 고입선발시험 국어, 영어, 수학의 원점수 총점과 2009년 학업성취도 언어, 수리, 외국어 표준점수 총점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고입 선발시험 원점수는 비평준화지역이 평준화지역보다 1.75점 높게 나타났으나, 고교 3학년의 학업성취도는 평준화지역이 0.33% 높아 학생들의 학력격차가 평준화지역보다 비평준화지역에서 더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두 지역의 하위 10~상위 80%까지 평준화지역 학생의 성적이 높게 나타났다. 도교육청은 용역 연구 결과와 주민들의 의견수렴 등을 토대로 광명, 안산, 의정부 지역의 고교평준화 도입에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반대 입장의 시민들은 고교평준화가 학생들의 학습의지를 꺽고 학업성취도를 하향 평준화 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해 평준화를 둘러싼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1970년대 고교서열화 심화와 중학교 교육 파행, 사교육 심화 등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 부산, 대구, 인천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교평준화를 도입했고, 도내에서는 1974년 수원을 시작으로 1981년 성남시 수정·중원구, 2002년 성남시 분당구, 안양권(의왕, 군포, 과천 포함), 부천, 고양으로 확대해 현재 8개 지역, 5개 학군에서 시행하고 있다.

▲ 타당성 연구 결과도 ‘찬성 높아’

경기도교육청이 지난해 광명 등 세 지역의 고교평준화 도입과 관련해 타당성 연구를 실시한 결과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었다.

도교육청이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지난해 1~8월까지 실시한 ‘도내 고교평준화 확대 실시 타당성 연구’에서 광명, 안산, 의정부 3개 지역의 학생, 학부모, 교사의 설문결과 평준화 도입 찬성집단 비율이 반대집단보다 2~3배 높았고, 평준화 도입시기에 대해 2012학년부터 필요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배정 방식은 기존의 고교평준화 지역과 동일하게 학교 선택 배정과 거주지 중심 추첨을 혼합하는 ‘선지원 후추첨’ 방식을 선호했다.

이어 도교육청이 8월 25일부터 9월 3일까지 이들 지역의 학생, 학부모, 교원 1만8천여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3개 지역 모두 찬성 비율이 70%를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광명이 찬성 78.3%에 반대 20.9%, 안산은 찬성 77.1%에 반대 21.9%, 의정부는 찬성 74.5%, 반대 25.1%로 조사됐다. 타당성 연구 결과와 여론조사 결과 모두 고교평준화 도입의 근거로 제시되자 도교육청은 10월 정책 검토를 끝으로 2012학년도 도입을 결정하고 교과부에 ‘교육감이 고등학교의 입학 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규칙’(교과부령 제900조) 개정을 요청했다.

도교육청이 고교 입시 과열, 통학 여건, 수용 여건, 여론 지지율 등 4가지 기준을 검토한 결과 세 지역 고교 신입생의 중학교 내신 평균 성적이 190점대에서 110점대까지 서열화돼 성적 상위학생부터 하위학생까지 입시부담을 겪고 있었다. 또한 세 지역 모두 지리적으로 도시가 집중돼 주거 및 고교가 사방 10km 이내에 위치해 있고, 도로 및 대중교통이 발달해 어느 고교에 배정해도 통학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도교육청은 평준화 제도의 정착을 위해 기피고교 교육여건 개선 및 행재정적 지원, 학교 신증설 등 3대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시 도교육청 관계자는 “안정적인 조기 정착을 위해 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지역내 기피학교의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 내년에 3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교과부의 제동과 도의회 논란

경기도교육청이 1년 반동안 준비했던 광명, 안산, 의정부 지역의 고교평준화 도입은 올 초 교과부에서 관련 규칙 개정을 반려함에 따라 유보됐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0월 타당성 용역 결과와 여론조사 결과, 정책 검토 결과 등을 교과부에 제출하고 관련 규칙 개정을 요청했지만, 교과부는 입장 표명을 미뤄 2012학년도 고교평준화 도입을 준비할 시간을 제약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들 지역에 2012학년도 고교평준화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교과부가 늦어도 올 2월 말부터 규칙 개정에 들어가 3월 30일까지 공시해야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불가능해진다. 교과부는 평준화 지정에 필요한 전제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준비 부족을 이유로 결국 규칙 개정을 반려했다.

평준화 지정의 전제조건으로 교과부는 학군 및 학생배정 방법 결정, 비선호 학교 대책, 학교간 교육격차 해소, 우수학생 유출 방지, 과대·과밀학급 해소 방안 등을 제기했다.

설동근 교과부 제1차관은 올 1월 21일 모 라디오방송에서 “지역민들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학군 및 학생배정 방법, 비선호교 및 종합고 처리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의견수렴 절차가 도교육청의 시행안에는 담겨있지 않다”며 “첨예한 문제가 모두 해소될 수 있는 최종안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고교평준화 확대는)불가능하다”고 표명했다.

이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1월 24일 “고교평준화에 대한 교과부의 입장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들어있다”고 비판했고, 설동근 교과부 제1차관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거짓에 해당하는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1월 25일 교과부가 공식적으로 반려 의사를 표명하자 도교육청은 성명을 통해 “교과부가 평준화 요청을 반려한 것은 지역주민들의 염원을 무시하고 교육자치를 짓밟는 폭거”라며 “이들 지역에 대한 평준화 반려는 재고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과부와 도교육청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시간은 흘러 결국 이들 지역의 2012학년도 고교평준화 도입은 무산됐고, 교과부는 평준화 지정 권한을 시·도의회로 이양해 교육자치 훼손 논란까지 일었다.

교과부는 2월 기존에 교과부장관이 지정한 평준화 지역을 시·도 조례를 통해 정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고, 3월 국무회의에서 최종 통과돼 공포됐다.

이에 따라 고교평준화 지역 지정은 신설 시·도조례 기준에 맞는 타당성조사와 여론조사 등을 거쳐 정하게 됐다.

그러나 평준화 관련 조례를 제정하기 위해서는 시·도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신설된 조례 기준에 맞는 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의회에서 최종 심의돼야 하기 때문에 교육자치가 정당정치에 휘둘릴 것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도내 교육계 관계자들은 “고교평준화 지역 지정을 정치인들에게 맡기게 되면 교육자치는 정당정치에 끌려다니며 이념적인 성향이 짙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는 곧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달 9일 열린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광명, 안산, 의정부 등 3개 지역의 2013학년도 고교평준화 실현을 위해 도교육청이 상정한 ‘경기도교육감이 고등학교의 입학전형을 실시하는 지역에 관한 조례안’이 보류됐다.

교육위는 조례안 보류에 대해 “도교육청이 고교평준화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고교 평준화 당위성과 구체적인 실천방안 제시 없이는 조례안을 심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학생·학부모의 요구와 도교육청의 타당성 연구, 정책 검토 결과 등은 역시나 도의회에서 가시밭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도교육청은 다음달 열리는 제260회 도의회 임시회에 유관기관 의견수렴 내용과 여론조사 공정성 시비대책, 민원대책 등 고교평준화를 위한 구체적인 준비자료를 제출해 조례안에 대한 심의를 재요청할 계획으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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