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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ess&Life] 전영찬 경기도치과의사회 회장

불법 네트워크 치과, 싼 가격에 찾았다가 낭패 보는 경우 허다
대학 치과병원 분원설립 단호히 반대할 것
의료법 개정 자율징계권 강화로 비양심적 회원관리에 주력

 
   
 
 
 
글 l 안병현 편집장 abh@kgnews.co.kr
사진 l 이준성 기자 oldpic316@kgnews.co.kr
 

 

"친구 같은 치과 약간은 고집스런 의사를 만나라"
 

 

1980년 서울의 봄. 한국 젊은이의 가슴이 용광로처럼 붉게 타오르던 그 시절 아스팔트 위에서 머리 질끈 동여매고 민주화를 외치던 한 젊은이가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옥고를 치른다.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연세대 치과대학 제적과 복학을 거듭하며 사회에 적응해 갔다. 캠퍼스는 낯설고 싸늘했지만 그곳에서 1977년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됐다 풀려나온 같은 과 선배 김영환(민주당 국회의원)을 만났다.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그를 보면서 결심했다. 서울올림픽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던 1988년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으로 나왔다. 치과를 개원하고 묵묵히 진료에 몰두하던 그가 경기도 내 3,200명의 치과의사 회원을 대표하는 경기도치과의사회 회장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치과 진료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삶을 함께 고민하는 경기도치과의사회 회장 전영찬.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505번지 경기도치과의사회관에서 그를 만난 시간은 오후 8시였다. 벌써 회의실에서는 학술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임원들이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의사들은 밤에 새 일을 시작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 너무 늦은 시간 아닙니까.

“저희들은 이제부터 새로운 업무를 시작한다고 보면 됩니다.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환자 진료하는 시간은 우리만의 시간입니다. 이후부터는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입니다.”

-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치과의사 돈 많이 버는 직업이지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치아의 구조를 알면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 썩은 이가 통증을 느끼는 것은 잇몸 뼈에서 아주 가느다란 신경 줄기가 딱딱한 치아 속까지 도달하게 되는데 이 신경이 있는 치수조직이 손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경치료를 하게 되는데 치아에 아주 작은 구멍을 뚫고 이 구멍을 통해 뿌리속 가는 근관 내 치수조직을 제거하고 빈 근관을 메우는 작업을 여러차례에 걸쳐 반복합니다. 아주 미세한 작업이어서 의사로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전념할 수밖에 없습니다. 치과 치료과정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미세하고 섬세한 치료를 반복적으로 행하게 됩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이 많이 드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런 작업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의사가 직접하기에 다른 의사처럼 많은 환자를 볼 수 없습니다.”

- 국민들의 의료행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의료행위는 높은 비용이 드는 고급서비스에 해당합니다. 아울러 사회적 책임이 강한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돈이 없다고 고통 받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환자를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옛날에는 치료받고 살구씨를 심어주고 가거나 수확한 농산물을 답례품으로 두고 가는 미담이 가능했지만 요즘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조건적인 의료시혜는 불가능해졌습니다. 즉, 사회구성원이 공동책임을 지는 제도가 필요하게 된 것입니다.”

- 특히 치과치료의 특수성도 있을 텐데요.

“치과치료는 오랜 기간이 지나도 입안에 치료증거가 거의 그대로 남아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파노라마 엑스레이 사진을 판독해 보면 어느 정도 수준의 치료를 받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 치료를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감기에 걸려 병·의원을 찾아 치료받은 환자가 몇 달 후에 다시 감기에 걸렸다고 의료기관에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없지 않습니까. 그러나 5년 전에 신경치료한 치아가 아프다거나 보철치료를 하고 몇 년 지나 잘못 되었다고 치과에 찾아와 항의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입니다”

- 꼭 비용과 연관시키는 것은 아닙니다만 일의 강도에 비해 수입이 많지는 않다는 말씀이 성립이 되겠군요.

“경험해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치과치료는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많이 걸립니다. 그렇다 보니 비용도 많이 들게 됩니다. 치과치료 중에 건강보험에서 급여화 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 지불하는 치료비가 고액이라 일반인들은 치과가 떼돈을 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각종 통계자료를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치과치료를 모두 보험급여화 하면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되면 보험료가 막대해져 국민 부담만 늘어나게 됩니다”- 의료보험 적용 확대와 직접적인 의료비 부담에 한계가 있다는 말씀이군요.

“우리나라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국내 총 생산액 중 의료보험의 적절한 비율이 있어야 합니다. 건강보험은 치과진료를 모두 포괄하는 것보다는 의료파산을 막고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최후의 버팀목이 되는 것이 제역할일 것 같습니다. 각종 미디어에서 보듯이 우리나라의 의료수준 특히 치과의료 수준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전 회장은 작심한 듯 의료계의 현실을 털어놨다. 치과 의료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그릇된 시선을 바로 잡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였다. 3천200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회장으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전 회장은 지난 3월 26일 제58차 정기대의원총회를 통해 30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이천분회 곽경호 후보와의 결선 투표를 앞두고 10분간의 정견발표 시간이 주어졌다. 전 회장은 “콘텐츠가 많은 나를 뽑아 달라”고 강조했다. 1996년 경기도치과의사회 보험이사를 시작으로 수원시치과의사회 회장을 맡으면서 풍부한 회무경험과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던 터였다. 전 회장은 정책 중심지로써 경기도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하고 서울시치과의사회를 능가하는 경기지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대의원 80명 중 67명이 참석해 높은 참석률을 보였으며, 유효 64표 중 다수표를 획득한 전영찬 후보가 당선됐다.

 


경기도치과의사회 회장 선출을 위한 경선은 세 번째이지만 우려와는 달리 회장 후보들의 뚜렷한 캐릭터와 정책공약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치열한 선거전이 전개되고 당선자와 낙선자로 만난 전 회장 당선자와 곽경호 후보는 서로 만족감을 표시했다. 전 당선자는 당선 직후 “아름다운 경선을 펼치게 도와준 곽경호 후보에게 감사한다. 경선으로 많은 분회 및 회원과 접촉하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곽 후보 역시 “내가 출마해 전 당선자가 긴장했을 것”이라며 “경선을 통해 배운 점이 많았다. 나를 믿고 지지해준 대의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했다.

경선은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경선을 통해 경기도청 소재지인 경기도치과의사회가 위치해 있는 수원출신 회장이 탄생했다는 데에서도 의미를 찾는 이도 있었다.

제30대 회장이 선출되고 초도 이사회가 지난 4월 5일 열렸다. 20명의 새 이사진의 임명과 더불어 의미 있는 일이 하나 생겼다. 정진 원장(고양시)이 경기도치과의사회 첫 여성부회장에 선임된 것이다.

지난 3월 26일 열린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증가하는 여성 치과의사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도록 여성부회장 1명을 지명직으로 선임하는 회칙개정안을 통과 시킨데 따른 것이었다. 정진 부회장은 회칙개정에 따라 대한여자치과의사회 추천위원회의 추천으로 선임되었다.

이 자리에서 전영찬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저수가 네트워크 치과의 척결을 천명했다.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자율징계권 등이 강화된 만큼 저수가 네트워크 치과의 척결에 경기지부가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라며 강조했다. 전 회장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책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정책에 능통한 인사를 외부에서 초빙해 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위원을 구성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정책위원회는 선거제도 개선, 노인틀니 보험화, 건강보험의 의료비 총액계약제 등 가장 중요한 정책 현안들에 대해 연구·논의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정착이 된다면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수원에 있는 한 치과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돌연 폐업하면서 환자들에게 집단 항의를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갑작스런 폐업으로 피해를 본 환자 40여명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환자 가운데는 치료비로 2,500만원을 이미 지급한 경우도 있었고 교정치료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을 현금으로 결제한 사례도 있었다. 이 병원은 환자들에게 현금결제를 유도하거나 현금연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일부 치과에서 발생한 사건이 전 치과계의 불신으로 이어지는 것을 경기도치과의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현상으로 저수가 네트워크 치과의 병폐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각종 언론에 보도되고 있듯이 우리나라의 의료수준 특히 치과진료수준은 선진국수준에 도달했다고 본다. 그러나 최고 수준의 인재들이 몰리는 치과계에 큰 문제가 생겼다. 저수가 치과 의료기관의 등장이다. 이름하여 네트워크 치과라고 불리는 곳이다. 스케일링 무료 등의 다소 황당한 광고를 내건 치과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무장이나 위생사를 통해 환자가 접수되면 이들은 치료할 치아의 개수를 파악해 의사에게 통보하고 의사는 이를 일사분란하게 처리한다. 저가를 무기로 이를 만회하기 위한 과잉진료가 성행한다는데 문제가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치료비는 당초 예상보다 눈덩이처럼 불게 마련이다. 무리한 확장을 일삼다 보니 의사가 자주 바뀌고 어느 날 갑자기 치과가 폐업을 할 경우 환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는 일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 같은 네트워크 치과가 전국에 120곳, 경기도내에만 30곳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 회장은 선거공약에서도 밝혔듯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불법, 비양심적인 네트워크 치과를 철저히 관리하고 단속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지난 4월 5일 자율징계권 등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의료인 신상신고가 의무화되면서 의료인은 면허를 받은 후부터 3년마다 실태와 취업상황 등을 신고할 의무가 부여된다. 협회가 자율징계권을 갖게 됨으로써 기존 무적회원들의 관리가 수월해지고 저수가 네트워크 치과의 규제 및 단속도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학병원들이 수익성만을 좇아 경기도내 곳곳에 분원을 설치하는 것도 문제다. 대형병원이 개원하면 의료수준과 서비스가 향상될 것처럼 선전하지만 대형병원들은 생존을 위해 소규모 병원들과 경쟁을 하다보면 개인 치과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고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지고 의료인 재생산 과정도 붕괴되는 위험을 수반하게 된다. 치과대학병원 분원 설립은 영리추구와 개원질서를 교란시키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적극 저지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중증장애인진료소의 운영 등 일반 개원의가 소화할 수 없는 부분을 대학병원 분원이 맡아준다면 상생의 구도로 고려해볼 만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오는 10월 23일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경기도치과의사회 최대 축제인 GAMEX 2011도 다양한 기자재를 접할 수 있는 내실 있는 전시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20년이 넘어 유지, 보수에 상당비용이 지출되는 도회관 이전사업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세계 최초의 치과의사를 아는 사람은 누구도 없다. 3,500년 전 살았던 이집트인들의 유골에서 치아수술을 한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보고가 있는 정도다. 남아메리카의 600년전 마야인들의 유골에서도 치아 수술 흔적이 많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최초 치과의사는 함석태 선생으로 1912년 일본치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1914년 조선총독부로부터 제1호 치과의사 면허를 받고 서울에서 ‘한성치과’라는 상호로 치과병원을 운영했다는 기록이 있다.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505번지 경기도치과의사회관 2층에 가면 우리나라 치과의료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치의학 역사관이 있다. 서울대, 연세대에 이어 경기도치과의사회가 전국에서 3번째로 문을 연 역사관에는 근현대 치과의료 기구들이 총망라돼 있다.

전영찬 회장이 제안하는 좋은 치과 선택 방법

△환자는 많지 않지만 꼼꼼히 진료하는 치과

△화려하고 고급스럽지 않지만 깨끗한 치과

△환자 상태에 따라(경제 상태까지 포함하여) 여러 선택을 제시하는 치과

△과장된 친절보다 진정성이 느껴지는 치과

△오랫동안 찾아갈 수 있는 친구 같은 치과

전영찬 회장은

△1957년 수원 출생 △수원 신풍초등. 수원북중. 서울 경성고등학교 졸업 △1988년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업 △1996~1999 경기도치과의사회 보험이사 역임 △2006~2008 수원시치과의사회 회장 역임 △2010년 경기도치과의사회 한가족축제 조직위원장 역임 △2008~2011 경기치원 편집위원 △대한치과의사협회 보험위원 △대한치과의사협회 정관개정소위원회 위원 △현재 경기도치과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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