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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매화 분합 여는 마음

 

당신이 북쪽이라면

나는 북쪽을 향해 처음 눈을 뜬 누룩뱀

북쪽으로 돌아앉아

참빗으로 머리 빗어 내리면

연서를 쓰던 손가락이 쏟아진다

가고, 오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

버들눈썹 그리고 빈 배처럼 흔들릴거라

방문 닫아걸고

더운 피 식히며

남은 꽃이나 피우는 늙은 투전꾼 같은

꽃나무 한 그루, 나는

백가지 꽃 중 으뜸인 매화 백분 곱게 발라

분합마냥 환해질거라

발목 없는 다리로 번져가는 꽃무늬들



당신의 그림자는 오른 쪽에 있었던가

왼쪽에 있었던가

당신의 노래는 콧노래였나

나에게 겹쳐졌던가

당신에게 흘러가는 나를,

상상해보는 거라

내 몸의 북쪽이 서늘해지네



당신을 잊을 수 있을 것도 같다

- 서안나 ‘불교문예’ 겨울호 /2009년



매화 한 그루 피니 주변이 환하다. 어느 인생인들 누룩 뱀처럼 똬리 틀고 앉아 북쪽에 집중한 적 없었겠는가. “더운 피 식히며/ 남은 꽃이나 피우는 늙은 투전꾼 같은/ 꽃나무 한 그루에 당신의 그림자는 오른 쪽에 있었던가 왼쪽에 있었던가/ 당신의 노래는 콧노래였나 나에게 겹쳐졌던가/” 시린 손으로 더듬어보는 이제는 이름조차 가물 한 “가고, 오지 않는 사랑” 이 봄날 마음은 “매화분 곱게 바르고 버들눈썹 그리고 빈 배처럼 흔들려 보는 거라 잠시 아득해져 보는 거라” 시인은 상상하며 당신을 잊을 수 있겠다고 했지만 과거형이든 현재형이든 사랑이 아니라면 매화꽃 하르르 떨리는 긴 봄날을 누구라서 어찌 건너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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