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는 남쪽에 있다
남쪽 창을 열어놓고 있으면
그가 보인다
햇빛으로 꽉 찬 그가 보인다
나는 젖혀진다
남쪽으로 남쪽으로 젖혀진 내 목에서
붉은 꽃들이 피어난다
붉은 꽃들은 피어나면서 사방으로 퍼진다
그의 힘이다
그가 남쪽에 있다.
그에게로 가는 수많은 작은 길들이
내 몸으로 들어온다
몸에 난 길을 닦는 건 사랑이다
붉은 꽃들이 그 길을 덮는다
새와 바람과 짐승들이 그 위를 지나다닌다
시작과 끝은 어디에도 없다
그는 남쪽에 있다.
- 이상국 시집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2005년/창비
사랑 시가 세상에 참 많다. 그런 시 중에 이 시는 단연 돋보인다. 사랑은 견딜 수 없는 대상이자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 쪽으로 고개를 들어 곧장 가려는 방향성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사랑만큼 모든 죄의 근원이자 또 모든 희망과 행복의 원천인 것이 없다. 그만큼 양면성을 가졌기에 사랑은 힘들다. 힘든 만큼 아름답다. 남쪽은 누구나 자기 영혼의 고향이 있는 곳이란 생각을 가지게 한다. 사랑은 남쪽으로 오라 재촉하는 모든 길을 또 쉽게 달려갈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그러나 사랑의 대상을 향해 그 모든 아픔으로 그 모든 상처의 힘으로 생명의 용트림을 한다. 사랑의 대상을 향해 꽃으로 피어난다. 그러나 여전히 좁힐 수 없는 운명의 간극 끝에 사랑의 대상은 존재한다. 하나 그 사랑 대상을 노래함으로 삶은 영속성을 가진다. 죽을 수 없는 이유를 가지게 된다. 사랑 그는 여전히 남쪽에 있을 뿐이다./김왕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