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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모기는 안다

 



모기는 잘 안다

몸집은 작지만 식인 야수

그러나 결국

배만 잔뜩 부르면 그만,

피를 은행에 저장하지는 않는다

- D. H. 로렌스 시집 ‘피아노’/

1988년 / 민음사

그렇다. 모기는 그때, 그때 배만 부르면 그만이다! 시를 읽으면서 새삼 저장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가까운 예로 먹거리만 해도 그렇다. 그다지 멀지 않은 날에 우리는 냉장고 없이도 잘 살았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냉장고에 냉동고 심지어는 와인 냉장고까지 있는 집이 있다 한다. 그러고도 용량은 갈수록 더 커져간다. 사람들은 자주 여행을 떠나고 외식은 점점 더 늘어나는데 왜 저장해야 할 것들은 그렇게 많아지는지? 은행에 돈을 맡기고 집을 몇 채씩 사고 땅을 사고 건물을 사서 자자손손 먹고 쓸 것들을 비축하느라 전전긍긍인 사람들이 많다. 인간이 저장을 시작하면서 갈등과 고통이 심화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시 모기의 계절이다. 여러 사람 중에서 나만 모기에 물렸다면 내 피가 모기의 야수성, 그러니까 모기의 입맛에 가장 적합했을 거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다행히도 모기는 피를 저장하지는 않으니까. 문득 모기가 부럽다. 그 단순함과 단출함이 자유다. 모기한테는 날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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