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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이진희시인"아우슈비츠 라게르"

밤하늘 호숫가엔 한 가족이

앉아 있었다

평화스럽게 보이었다



가족 하나하나가 뒤로 자빠지고 있었다

크고 작은 인형 같은 시체들이다



횟가루가 묻어 있었다



언니가 동생 이름을 부르고 있다

모기 소리만하게



아우슈비츠 라게르.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것이 삶이라는데, 아무리 멀리 떨어져서 보아도 비극인 삶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겪는 삶의 비극 중의 최고는 전쟁이 아닐까요. 역사상 숱한 전쟁이 있었고, 내전이 벌어지는 나라가 지금도 있습니다. 그와 같은 전쟁이 아니라도 안전이 보장되는 곳에서 먹고 자고 살아갈 수 있는 일상이라는 약속은 어쩌면 언제 어느 때 부서질지 모를 연약한 유리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전쟁을, 전쟁과 다를 바 없는 삶을 겪어야 한다면 저는 인간답게 행동할 수 있을까요? 집이, 직장이 그리고 끝내는 생명이 파괴될지도 모를 상황에 놓였을 때 지금까지의 품위를 지키고 사고할 수 있을까요. 총탄과 폭약이 난무하는 전장이 아니고도 막다른 삶을 전쟁 치르듯 치르며 희미하기 짝이 없는 희망에 매달린 사람들이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친구가 필요합니다. 언니가 모기 소리 만하게 동생의 이름을 부릅니다. 이름을 부르는 쪽과 이름이 불리는 쪽 둘 다 인간이라는 소중한 존재임을 확인시켜주는 행위. 고통 받는 이들의 이름을 아주 낮게, 가늘게라도 불러주세요. 기억해주세요. /이진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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