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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바위산 아래

바위산 아래 산다,

바위산인 줄 알면서.

그래도 밭에 씨를 뿌리고

지붕을 단단히 묶고

아이들을 놀게 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이

밤이면 잠자리에 든다.



어느 여름 저녁

어쩌면

긴 낫자루에 기대

바위산이

있다는 쪽으로

얼핏 눈길을 주게 되리라

혹은 어쩌면 어느 밤

잠에서 깨어

돌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나

귀를 세우리라.



그러니

바위가 굴러 떨어진다 해도

미처 몰랐다고 할 순 없으리.

그래도 일어나

바위산 아래

푸른 밭을 치우러 나갈 것이다

생이 지속되는 동안은.

- 하우게 시집 ‘내게 진실의 전부를 주지 마세요’ / 2008년 / 실천문학



 

 

 

노르웨이의 시인 하우게의 시에는 인물이 등장하거나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시인이 세계와 홀로 대면한 결과물인 그의 시는 장작 쌓아올리듯이 단어를 쌓아올려 이파리움막과 눈집 같은 언어의 집을 짓는다. 그리고 노르웨이의 침엽수림과 바위산, 강과 호수들이 말없이 걸어 들어온다. 이 시는 ‘바위산 아래’ 살면서 ‘바위가 굴러 떨어진다 해도’ ‘푸른 밭을 치우러 나갈’ 우리의 일상이 담담하게 잘 그려져 있다. 시지프스처럼 비장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담백하게./박설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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