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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詩산책]박병두"북항"

나는 항구라 하였는데 너는 이별이라 하였다

나는 물메기와 낙지와 전어를 좋아한다 하였는데

너는 폭설과 소주와 수평선을 좋아한다 하였다

나는 부캉, 이라 말했는데 너는 부강, 이라 발음했다

부캉이든 부강이든 그냥 좋아서 북항,

한자로 적어본다, 北港, 처음에 나는 왠지 北이라는

글자에 끌렸다 인생한테 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디로든지 쾌히 달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든 맹서를 저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배신하기 좋은 북항,

불 꺼진 삼십 촉 알전구처럼 어두운 북항,

포구에 어선과 여객선을 골고루 슬어놓은 북항,

탕아의 눈 밑의 그늘 같은 북항,

겨울이 파도에 입을 대면 칼날처럼 얼음이

 

 

 



해변의 허리에 백여 빛날 것 같아서

북항, 하면 아직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배편이

있을 것 같아서 나를 버린 것은 너였으나

내가 울기 전에 나를 위해 뱃고동이 대신 울어준

북항, 나는 서러워져서 그리운 곳을 북항이라

하였는데 너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하였다

- 안도현 시집 ‘북항’ /2012년 / 문학동네



 

 

 

올해로 등단 28년을 맞은 시인 안도현이 4년 만에 시 63편을 묶어 10번째 시집 ‘북항’(문학동네)을 내놓았다. 그에게 이번 시집은 각별하다. 대중적인 사랑을 많이 받아왔던 안도현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그동안 드리웠던 ‘대중적 시인’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이 강력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진성성이 스며든 작품을 내놓고 싶었던 것이다.

표제시 ‘북항’은 읽는 맛이 묘하다. 이 시에서 ‘북항’은 인천이나 목포처럼 실제 항구의 이름이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가 있다. 일단 한자 북(北)은 북쪽을 말하기도 하지만 ‘달아난다, 패한다, 배신한다’ 등의 뜻도 있다. 북항에는 북(北)의 이런 어지러운 마음이 다 들어 있다. 안도현 시인을 접할 때마다 느낀 것은 시인의 감성을 두고서라도 착한 눈과 마음이 참, 아름답다. 61년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를 나와 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나온 잘 알려진 시인이다. /박병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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